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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의 부처님은 스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절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대한민국 스님 전상서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편집국장]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온 이래 불교는 중생들에게 삶의 빛이 되었고, 수많은 전란을 겪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백성은 부처님을 의지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왔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와 민족종교 말살의 일제강점기를 극복해온 불교는 이제 마음먹고 열심히 수행을 한다면 그 누가 스님들을 방해할 사람도 없고 탄압할 사람도 없는 좋은 시대를 살고 있다. 
 

   
▲ ⓒ최우성 사진작가

하지만 아직도 고통 속을 헤매는 중생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위압적인 모습으로 중생들로부터 멀어져 원망의 소리를 듣고 있는 절이나 스님도 일부 없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요즘 수많은 사람들이 고즈넉한 산사를 찾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카메라가 사치품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으로 익숙한 시대가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절을 찾았다가 씁쓸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것은 카메라 렌즈를 들어 셔터라도 누를라치면 득달같이 스님이나 보살들이 달려 나오며 카메라를 막아서기 때문이다. 

특히 사진작품을 찍는 전문 사진작가들의 아우성이 크다. 사진작가들은 절집 사진 촬영을 무슨 돈 벌기 위함이나 명예를 위해서라기보다 부처님과, 절집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스님들의 인간다운 면에 반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그 모습을 담아내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를 소개하고 면면히 내려오는 사찰의 깊고 그윽한 곳을 보여주기 위함일 뿐 다른 목적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불교 포교사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진촬영은 크게 환영해야 할 일이지 손사래를 치며 내쫓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 ⓒ최우성 사진작가

그런데 그렇게도 결사적으로 사진 찍는 걸 막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물 사진이야 초상권이 있으니 허가 받아야 한다고 치자. 그래도 대웅전에 모셔진 부처님 얼굴이야 허용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천여 년의 세월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부처님 모습이야 스님의 개인 전유물도 아닐진대 말이다.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절에서 사진 찍지 말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는 불만의 소리가 크다.  

절 사진을 찍고 부처님을 찍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절을 찾아 스님의 설법을 듣고 더 많은 불사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 더구나 미혹한 중생이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또는 천년의 모습을 간직한 부처님을 만나러 절에 가는데 스님들이 따스한 웃음은커녕 카메라를 들었다고 험한 얼굴로 야단치면서 겁주는 식의 모습이란 법당의 부처님도 웃을 일이다.  

《조탑공덕경》에 보면 중생이 부처님을 생각하여 흙바닥에 부처님의 상호를 그리는 것도 견줄 바 없는 큰 공덕이요, 부처님을 생각하여 탑을 조성하는데 작은 벽돌 하나라도 보시하는 것 역시 크나큰 공덕이라고 하는데 중생이 절 사진을 찍어 널리 알리는 것 또한 보시로 보아줄 수는 없는 것일까?
 

   
▲ ⓒ최우성 사진작가

대한민국의 모든 절집에 묻고 싶다. 스님들이시여! 제발 카메라를 든 중생을 나무라지 마시고, 좀 더 아름다운 장면을 찍을 수 있도록 인도해주심은 어떠하시겠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모델이 되어 염화시중의 미소를 띄워주실 수는 없는 것인지? 그래서 부처님의 자비스런 미소와 마음을 정화케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절집 사진을 누구나 곁에 놓고 볼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사진작품은 최우성 사진작가의 절 사진으로 이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