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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느루

토박이말 되새김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느루

[뜻]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
[보기월]제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느루 쓰며 천천히 가야겠습니다.

 
내리막길을 가보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갈 수가 있고 여느 길보다 빨리 갑니다. 하지만 그 길을 되돌아 올라가려면 더디기도 더딜 뿐더러 힘은 견주기가 어렵게 많이 듭니다. 메오름(등산)을 하면서 삶을 배운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 몸도 그렇습니다. 튼튼하게 잘 지낼 때는 몸을 막 놀리기 쉽습니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몸에 좋지 않다는 것도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그러다가 어딘가 덧이 나면 그때부터 놀라서 몸을 챙겨보지만 얼른 낫지를 않습니다. 마음은 바빠지고 낫고자 쓰던 힘을 그만 두게 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느루 쓰며 꾸준히 하면 몸은 좋아지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참고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 때문에 물거품이 되곤 하는 것이지요.
 
공부도 마찬가지고 저마다 하는 일이 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얼른 눈에 띄 는 열매나 보람이 없다고 그만두기를 되풀이하다보면 얻을 것이 없는 것입니다. 또 올라가는 것이 힘들다고 한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것도 그렇습니다. 뜻을 세우고 그곳으로 오르고 또 오르다보면 가 닿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왜 힘들고 아플 때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가고자 하는 그곳에 닿는 것을 생각하면서 참을 줄도 알아야겠지요. 
 
나라는 다르겠습니까? 지난 날을 제대로 알고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을 잊지 않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나아질 수 있가 있다는 것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라를 올리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잘 이끄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을 뒷받침해 줄 나랏사람들도 잘 가르쳐야 합니다. 따지고 챙겨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말이 가진 힘을 되새기고 우리말을 올리는 일이 나라를 올리는 일이라는 데 힘과 슬기를 모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깊어집니다.  

요즘 제 몸, 토박이말 살리는 일, 아이들 모습, 여거 가지 일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바삐 먹는 밥은 얹히기 쉽다고 합니다. 제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느루 쓰며 천천히 가야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래와 같이 쓰기도 합니다. 

 
 하루라도 느루 쓰는 것이 옳고, 그래서   먹던 것을 아침 저녁  끼로 줄이었다.(채만식, 소년은 자란다)


 '느루'를 넣어 버릇 처럼 쓰는 말에는 다음과 같은 것도 있으니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느루 가다 : 먹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가다
  -죽을 쑤었으면 좀 느루 가겠지만 우리는 더럽게 그런 짓은 안 한다(김유정, 아내)
 
  느루 먹다 : 먹거리를 아껴서 더 오랫동안 먹다
  -쌀을 느루 먹기 위해 보리를 많이 섞어서 밥을 지었다. 

  느루 잡다 : 1) 손에 잡히는 것을 느슨하게 가지다.
                   2)날짜를 느긋하게 미리 잡다(예정하다)
  -1)우리는 가랫줄을 느루 잡고 당겼다. 
     -2)나는 출발 날짜를 사흘 뒤로 느루 잡았다. 

 느루 재다 : 1) 하기 싫어서 억지로 느리게 행동하다.
                   2)빨리 결정하지 않고 우물쭈물 미루어 가다
   -1)늦게 일어난 딸이 느루 재는 바람에 온 식구가 다 늦고야 말았다. 
     -2)그렇게 느루 재는 버릇 때문에 너를 떠나간 사람이 몇 사람인 줄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