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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벤토(도시락) 사랑

[맛 있는 일본이야기 228]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일본사람들은 벤토(도시락)를 즐겨 먹는다. 편의점에 가면 손쉽게 사먹을 수 있도록 비닐그릇에 다양한 내용물을 담아 파는가 하면 철도역마다 에키벤(驛弁)이라고 해서 각 지방의 특산물로 요리한 도시락이 여행객들을 즐겁게 한다. 그런가하면 가정집에서도 초밥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는다. 이때의 도시락은 우리가 생각하는 작은 도시락이 아니라 보통 찬합이라 부르는 큰 그릇에 담긴 것으로 손님이 왔을 때도 이것을 시켜준다.  

한국에서는 도시락이라고 하면 야외나들이 갈 때 김밥 따위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쯤으로 여기지만 일본의 도시락은 그것 보다는 훨씬 다른 차원의 음식으로 이를 벤토문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하다.

   
▲ 편의점 등에서 파는 벤토(왼쪽) 부인이 애교스럽게 싼 벤토

벤토(弁當)라는 말은 중국 남송시대(南宋時代)의 변당(便當)에서 유래한 말로 예전에는 한자를 변도(便道), 변도(辨道)라고도 썼다. 이러한 벤토는 풍신수길시대인 안도모모야마시대(安土桃山時代, 1573-1603)에는 오늘날과 같은 칠기(漆器) 도시락이 선보였다. 그러나 일반 서민이 쓰기보다는 꽃놀이(花見)이나 차모임(茶會) 같은 때 귀족들이 주로 썼다.

그러다가 에도시대(江呼時代, 1603-1868) 시대가 되면 여행자들이 허리춤에 대나무로 만든 벤토를 차고 다녔는데 이를 코시벤토(腰弁當)라고 한다. 또한 이 시기에 가부키 등 연극 때 먹는 마쿠노우치벤토(幕の內弁當)가 나오기도 했다.

벤토와 관련해 재미난 말은 날림대학을 말하는 에키벤대학(驛弁大學)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급행열차가 서는 곳이면 등장하는 역전도시락을 풍자한 말로 1946년 학제 개편이후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대학을 비아냥거려 한 말이다. 그런가 하면 아이사이벤토(愛妻弁當)도 있는데 마누라가 싸준 도시락을 회사에 가지고 가서 먹는 것을 말한다.

일본인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벤토는 일본에 갈 때마다 편의점 등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것을 보게 된다. 그때마다 왜 한국에서는 도시락이 그다지 인기가 없을까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것은 김치찌개나 된장국처럼 국물음식이 발달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국인들은 짠지 조각 약간과 생선이나 닭튀김 한 조각에 밥을 먹으면 왠지 팍팍하다고 한다. 아무튼 벤토 없이는 일본인도 없다고 할 만큼 일본인들의 벤토 사랑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