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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가느다란 나뭇가지도 여러 개 묶으면 꺾기 어렵다

[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1-2 평등을 추구하는 노동조합

[그린경제/얼레빗 = 이규봉 교수] 

수학은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함께 해온 매우 오래된 학문이다. 오늘날 인류가 이루어낸 놀라운 문명은 수학의 도움 없이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수학은 학교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과목이 되었으나 그 어려움에 많은 학생은 힘들어했다. 많은 학생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 된 수학이 우리 실생활과는 전혀 관계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때 수학을 힘들게 배운 것은 결코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니다.

20회에 걸쳐 수학의 개념과 결과를 이용해 사회, 역사, 환경, 종교 그리고 음악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정확한 논증으로 필자의 주장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수학의 결과를 나름대로 인문학적으로 풀이해 본 것이니 필자와 의견을 달리 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 이 글의 원문은 수학의 창을 통해 보다, 경문사》에 있다.   (지은이 말)


수를 더하는 과정에서는 더하는 순서를 바꾸어도 그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 예를 들면 3+44+3은 모두 7로 같다. 이러한 수의 법칙을 교환법칙이라 한다. 또한 3+4+5에서 3+4를 먼저 하고 그 결과에 5를 더한 것이나 4+5를 먼저 하고 그 결과를 3에 더한 것이나 그 답은 모두 12로 항상 같다. (3+4)+5 = 3+(4+5)이다. 이러한 법칙을 결합법칙이라 한다. 그러므로 더하는 과정에서 그 순서는 전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당연한 사실이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경우가 우리 주변 아주 가까이에 있다. 바로 컴퓨터이다. 컴퓨터의 자판(키보드)을 이용하여 수를 입력하면 이 수는 마치 우리의 뇌가 수를 기억하듯이 컴퓨터에 있는 저장장치(기억소자, 메모리칩)에 기억된다. 만일 자리 수가 매우 많은 수라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표기할 수 있는 한 물론 우리의 뇌는 이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컴퓨터는 우리가 표기할 수 있는 것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저장해야 할 수는 무한히 많고 이를 모두 저장할 수 있는 장치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는 무한히 많지만 컴퓨터에 있는 저장장치는 그 공간이 유한하므로 그에 맞는 자리 수의 수만 기억된다. 즉 컴퓨터는 모든 수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저장할 수 없는 태생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저장된 수와 실제의 수는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차이를 마무리오차라 한다
 

더하는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큰 계산을 빨리 하는 슈퍼컴퓨터라 할지라도 컴퓨터가 인식하는 자리의 수는 유한하다. 더하는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컴퓨터는 오직 세 자리 수(이를 유효숫자라 한다)만 나타내고 그보다 큰 자리 수는 반올림 한다고 하자. 왜냐하면 컴퓨터가 아무리 많은 자리 수의 수를 나타낸다고 할지라도 그 자리 수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세 자리 수까지 나타내는 컴퓨터에서는 네 자리 수 4562를 입력하면 반올림되어 4560으로 저장된다. 왜냐하면 컴퓨터 내부에서 4562는 소수 형식인 0.4562x10000으로 표현되는데 이 컴퓨터는 3개의 자리 수만 나타낼 수 있으므로 마지막 2를 나타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수는 한 자리 위로 반올림되어 0.456x10000으로 저장되어 컴퓨터 화면에 4560을 보여준다. 결국 45624560이 되어 오차가 발생한다. 이러한 마무리오차가 계산하는 중에 계속 쌓이면 그 결과가 심각하게 달라질 수 있다.  

컴퓨터의 구조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러한 오차 때문에 컴퓨터에서 더하는 순서를 바꾸면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4560+2+2+2의 값을 구할 때 더하는 순서만 바꾼 ((4560+2)+2)+24560+(2+(2+2))은 그 값이 같지 않다. 

첫 번째 식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45602를 더하면 4560이 되므로 이 결과에 반복해 2를 다시 더해도 그 결과는 변함없이 4560이다. 그러나 두 번째 식은 2끼리 먼저 더한 수 64560에 더하므로 그 결과 4566은 컴퓨터 안에서 0.4566x10000으로 표현된다. 이 컴퓨터는 3개의 자리 수만 나타낼 수 있으므로 마지막 6이 한 자리 위로 반올림되어 그 앞의 수 67로 된다. 그러므로 이 수는 0.457x10000이 되어 4570이 되는 것이다 

((4560+2) +2)+2 = (4560+2) +2 = 4560+2 = 4560
4560+(2 +(2+2)) = 4560+(2 +4) = 4560+6 = 4570 

따라서 큰 수에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수를 반복해서 더해 보았자 큰 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수끼리 먼저 더하여 수를 키워 놓고 나중에 큰 수에 더하면 큰 수가 변한다. 그러므로 덧셈을 할 때는 비슷한 크기의 작은 수끼리 먼저 합하여 그 결과를 큰 수에 합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큰 수는 사용자, 작은 수는 노동자 

기업뿐 아니라 사회의 그 어느 조직도 민주적인 문화가 상실되어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권력(또는 인사권)을 가진 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횡포를 부릴 때 그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개개인 노동자는 항의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 잘못됨을 단체로 대응하면 횡포를 일부분이나마 막을 수 있다.

큰 수를 사용자로 보고 작은 수를 노동자로 보자. 큰 수에 작은 수를 더하면 전혀 큰 수에 영향을 주지 않듯이, 횡포를 부리는 사용자에게 노동자 개개인이 항의해 보았자 그 효과는 없고 자신만 피해보게 된다. 결국 작은 수에 해당하는 노동자끼리 먼저 힘을 합하여 단체로 행동하면 큰 수에 해당하는 사용자는 그 본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힘에 눌려 조금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사회에서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학급이 있다. 이 반에 짱이 하나 있어 다른 누구도 감히 그의 잘못에 항의를 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개개인 각자가 짱한테 대들어 봤자 얻어맞기만 할 뿐 개선할 수가 없다. 선생님한테 말해본들 짱을 편애하고 있어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짱의 부하로 들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던져주는 것을 받아먹고 사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배부른 돼지가 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소신을 지키며 버티는 것이다. 비록 배는 고프지만 자유 의지를 가진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다. 후자의 방법은 비록 처음에는 힘들고 고달프겠지만 같은 처지의 여러 학우들이 힘을 합쳐 함께 대항하면, 그가 선생님의 비호 아래 짱의 자리를 내놓지는 않을지라도 함부로 학우들을 대하지 못하게 된다. 힘이 약한 자들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정의롭지 못한 사용자나 권력자의 횡포를 부분이나마 막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노동자의 단결과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은 사회적 약자들 다수가 모여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현함으로써 권력자나 사회적 강자들에게 대항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집회나 시위의 자유와 통한다.
 

백만의 촛불은 나라를 변화시킨다 

   
▲ 세상에 권력자가 있고, 그 권력자에 빌붙어 아부하는 사람이 있지만, 여럿이 힘을 모으면 권력자에 당당할 수 있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시민 개개인은 국가의 폭력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힘을 뭉쳐 함께 촛불을 들면 국가 권력에 대항할 수 있다. 촛불 하나하나는 무기력하나 그것이 열이 되면 단체를 변화시키고, 백이 되면 마을을 변화시키며, 천이 되면 도시를 변화시킨다. 백만의 촛불은 나라를 변화시킨다. 미국의 양심을 대표하며 실천하는 지성인 하워드 진(Howard Zinn)인류가 저지른 가장 참혹한 사건들은 불복종이 아니라 복종에 의해 일어났다. 반면 인류가 이룬 가장 위대한 해방은 복종이 아니라 불복종에 의해 일어났음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불복종이 힘을 가지려면 먼저 합쳐야 한다. 

제국주의 속성을 지닌 강대국의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침탈에 작은 나라가 각각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유럽이 통합하여 한 목소리를 내고, 중동아시아가 연합하여 한 목소리를 내고, 남아메리카가 통합되어 한 목소리를 내고,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가 또한 한 목소리를 낸다면 힘이 약한 작은 나라라고 강대국의 침략에 무조건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힘이 있는 자와 권력이 있는 자의 횡포에 약자들이 맞설 수 있는 것은 약한 자들이 연합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업 내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자본주의 경제를 구성하는 자본가와 노동자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힘이 있는 자나 권력이 있는 자에게 빌붙어 살려 하는 자들이 항상 있어 단결을 무산시킨다. 이래저래 힘이 없는 자들이 인간답게 살기 힘든 것은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것에 있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도록 무관심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비슷한 또 다른 사람들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무력화되면 당장 해고가 자유로워진다. 이로 인해서 상품가치는 경쟁력을 가져 기업의 가치를 높여주어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한편 노동자들은 무한 경쟁에 휘말리고 인건비는 줄어들어 소득이 줄게 된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부익부빈익빈을 가속화하여 사회의 중산층을 줄어들게 한다. 이는 사회에 빈부의 양극화 현상을 만든다. 우리나라도 싫으나 좋으나 미국을 비롯해 유럽이나 중국 등과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거나 또는 하고 있다. 넓은 시장을 가졌다고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다국적 기업이 국내로 진출할 수 있다. 이제는 민중을 절대적으로 위하는 정부가 들어서지 않는 한 힘없는 노동자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 것이다.  

오직 피해를 보고 있는 노동자들이나 농민들 스스로 뭉치는 것.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연대하는 것. 이외에는 이들이 의지할 곳이 거의 없다. 

다음 편에 미분의 성질을 이용해 맥주거품은 왜 사라지거나 터지는지, 그리고 독점행위를 왜 법으로 금지해야만 하는지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