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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귀염둥이

체류기간 다변화 숲속의 집 체험기 2

[그린경제/얼레빗 = 이규봉 교수]  오늘 저녁은 내가 했다. 나는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결혼 전에는 자취를 했었다. 그러나 결혼 후에 이 재미를 빼앗겼다(?). 아내는 꼼지락꼼지락 음식 만드는 것이 늦다. 나는 대충 하기 때문에 빠르다. 밥을 하면 또 남을 것이고 아침에 먹고 남겨 두었던 된장국에 떡국 떡과 라면을 넣었다. 계란 세 개 풀어 파 송송 썰어 넣고 김을 둘러 계란말이를 했다. 계란말이는 내가 아내보다 더 잘 만든다. 설거지는 당연히 아내 몫이고. 

밤에는 오랜 만에 클라리넷 연주를 했다. 내가 가요를 연주하고 아내는 노래를 했다. 우리 부부가 처음 만나던 날 우리는 당시 서울 명동에 있던 음악다방 ‘코러스’에 갔었다. 그땐 지금의 아내랑 결혼할 것이란 생각도 못 했다. 클라리넷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 까지 8년간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그리고 유학 생활을 5년간 하면서 연주했었다. 학생 때 했던 것이 성인이 돼서 이렇게 좋은 취미 생활이 될지는 몰랐다. 

2013년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회사에 다니는 큰 애는 수원에서 오고 아직 학생인 둘째는 서울에서 온다. 홍천 내면까지 버스를 타고 온 둘째를 데리러 가면서 장을 보았다. 큰 애가 오는 길에 횡성에서 싱싱한 쇠고기를 사왔다.  

자정까지 함께 있어야 하므로 오랜만에 음주가무를 즐겼다. 내가 클라리넷을 부르고 이에 맞추어 작은 애와 아내가 중창을 했다. 컸다고 큰 애는 보고 듣기만 한다. 우리 집의 분위기를 띠우는 몫은 단연 둘째이다. 엄마와 함께 열심히 따라 불러준다. 녀석이 중간 중간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분위기를 맞추어 주느라 애쓰는 모양이 너무 귀엽다.  

TV가 없어 아이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새해가 오는 것을 맞이했다. 이제 2014년이다. 작년보다 더 나은 해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대화성당과 이효석 기념관 

   
▲ 가칠봉 올라가는 길에서의 여유

2014년 1월 1일이다. 식구가 모두 모였고 새해를 맞이하여 아침으로 떡만두국을 먹으면서 새해를 시작했다. 늘 새해 첫날은 식구 모두 가능한 등산을 했다. 이번에도 숙소를 품고 있는 산 가칠봉을 오르기로 했다. 정상까지 가는 길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오르기에 너무 힘들어 중턱까지만 다녀왔다.  

작은 애가 굳이 오늘 서울로 올라가겠다하여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 줄 겸 평창에 있는 대화성당으로 향했다.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한 번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대화읍내에 있는 대화성당은 잔디밭이 깔린 아담한 양옥집 같다. 잔디밭에는 다양한 예술작품 같은 대리석 조각상들이 있다. 성당 표지간판도 특이하여 성당입구에 십자가의 형상이 마치 솟대 모양으로 서 있다. 성당내부도 특이하다. 야트막한 제단과 십자고상 그리고 뒷면의 벽화가 너무도 인상적이다. 특히 수천 장의 분청도자를 구워낸 후 다시 그것을 조각내 만든 도자기 벽화는 성당의 성스러움을 나타내준다. 예술을 사랑한 한 젊은 신부와 도예가, 화가 그리고 조각가의 재능 기부로 건립되었다. 성당 만들 당시의 사목회장이 나의 사촌형이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 봉평 대화성당의 도자기 벽화

내일은 떠나야 한다. 이곳에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 야간산책을 했다. 산속의 밤이라 이상한 동물이 나타날까 무섭고 또한 추위도 만만치 않아 야간산책은 아예 엄두조차 나지 않았는데 큰 애가 오니 조금은 든든했다.  

밤하늘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별은 바로 뉴질랜드의 최북단에서 보던 신비스러우리만치 밝고 선명하게 그려진 별빛보다는 밝기가 덜 하나 매우 보기 좋았다. 이 한겨울의 찬 공기와 선명한 저 별빛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두려우리만치 밝은 저 별빛은 이런 맑은 산속의 공기 속에서만 가능하리라.  

1월 2일 목요일. 11시경 휴양림을 떠났다. 집으로 가는 도중 봉평에 있는 이효석 기념관에 들렀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잘 지어져 있었다. 그러나 옥의 티라고 할까? 이효석을 소개하면서 어떤 사진 옆에 ‘이효석의 가장 친한 벗 유진오’이라고 적혀 있다. 설령 유진오가 이효석의 가장 친한 벗이라 한들 친일인명사전에 실린 친일파를 굳이 그렇게 소개할 필요가 있었을까? 오히려 이효석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마침 봉평장이 섰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점심 대신 간식을 먹었다. 메밀부침, 총떡, 수수부꾸미가 각각 천원이었다. 차 운전 때문에 막걸리 한 잔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이제 큰 애와 헤어지고 우린 돌아왔다. 휴양림에 머무는 동안 그렇게 심한 추위도 없었고 비교적 맑은 날씨라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집에 도착하니 여섯 시이다. 언제나 장거리 여행에서 돌아오면 역시 내 집이 최고의 휴식처임을 느낀다.  

산림청에 바란다 

처음 시도되는 체류기간 다변화 숲속의 집 운영은 참으로 좋은 정책이다. 산림청으로서는 비수기에 방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우리는 좋은 환경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좀 있다. 

장기숙박인데도 숙박비에 가격할인이 전혀 없다. 어느 숙박 업체든 장기 숙박을 하면 할인이 많이 된다. 매일 숙박객이 바뀌는 경우보다 유지비도 적게들 뿐 아니라 계속 빈 방 없이 활용할 수 있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정에 없어서인지 평일 32000원에 주말 58000원을 그대로 계산하여 6박 중 3일이 주말로 계산돼 27만원을 모두 지불했다. 

또 하나. 장기숙박은 주로 휴양이나 창작을 위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한 집을 이용하는 사람은 한 두 명일 것이다. 그런데 자연휴양림에서 제공하는 집은 4인실이 두 곳이고 나머지 5곳은 모두 다 5인실 이상이다. 문제는 5인실 이상의 방을 한 두 명이 사용하기에는 가격할인도 없으니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우리가 삼봉자연휴양림을 선택한 이유도 그나마 4인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터넷도 안 되고 TV도 볼 수 없게 한 정책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그야말로 부질없이 시간 낭비하지 않고 온전히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책상이 비치된 것도 장시간 일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직원들도 매우 친절했다. 아쉬운 점은 비록 방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지만 사무실에서 조차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용컴퓨터가 없다는 것이다. 사무실에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한 대 정도는 비치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