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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일본 여자 아이들의 잔치 히나마츠리

[맛 있는 일본이야기]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3월 3일은 일본의 “히나마츠리(ひな祭り)” 날이다. 히나마츠리는 여자아이가 있는 집안에서 장차 딸에게 닥칠 나쁜 액운을 덜기 위해 시작한 인형 장식 풍습으로 이때 쓰는 인형을 “히나인형(ひな人形)”이라 한다. 히나마츠리를 “모모노셋쿠(桃の節句)” 곧 “복숭아꽃 잔치”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복숭아꽃이 필 무렵의 행사를 뜻하는 것으로 예전에 음력으로 3월 3일 날을 잔치로 잡을 때 유래한 말이다. 그러나 명치시대 이후부터는 양력으로 지낸다.

히나인형은 3월 3일 이전에 장식해 두었다가 3월 3일을 넘기지 않고 치우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히나인형 판매의 절정은 2월 한 달이다. 이때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일본 전국에 걸쳐 크고 작은 히나인형 판매 경쟁을 보게 된다.아무래도 예쁘고 앙증맞은 히나인형을 볼 때 딸 가진 엄마라면 자꾸 사주고 싶을 게다. 원래 집안에 손녀가 태어나면 할머니들이 히나인형을 선물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새것을 사주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을 생각해서인지 히나마츠리 날이  다가오면 일본 열도는 히나인형으로 넘쳐난다.

   
▲ 일왕부부를 상징하는 히나인형

히나인형은 가지고 노는 인형이 아니라 집안에 장식해 놓는 인형이라 도쿄처럼 집이 좁은 곳에서는 보통 2단짜리 히나인형을 장식한다. 하지만 집이 크면 3단 또는 5단짜리 인형을 장식하는 집도 있다. 장소를 많이 차지하기에 좁은 집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히나인형 장식의 구조를 보면 제일 위 칸은 화려한 궁중의상의 일왕 부부가 앉아 있다. 그 아래 단은 궁녀 인형을 올리고 그 아래 단은 악사들이 자리하는데 단이 많을수록 비싸고 화려하다. 이것도 부익부 빈익빈인지라 향보연간(享保年間, 1716~1735)에는 소비조장이라 해서 막부정권에 의해 한때 규제된 적도 있을 만큼 초호화판 인형부터 소박한 인형까지 다양하다.

   
▲ 칠 단짜리 호화로운 히나인형

중요한 것은 3월 3일을 넘기지 않고 인형을 치우는 것이다. 헤이안시대(794-1192) 에는 “히나나가시”라 해서 종이인형을 만들어 강물에 떠내려 보내기도 했는데 이것은 딸에게 닥칠지 모르는 나쁜 액운을 인형이 전부 가지고 가라는 뜻이며,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강물에 인형을 떠내려 보내는 행사를 거르지 않고 하는 곳이 있다.

시대가 바뀌어 21세기지만 여전히 일본 어머니들은 딸을 위해 히나인형을 준비한다. 무럭무럭 잘 자라서 시녀들을 잔뜩 거느린 일왕 부부처럼 쑥쑥 커달라는 소망을 갖는 것은 딸 가진 엄마들의 공통 바람일 것이다. 지금쯤 일본에 가는 사람들은 백화점이나 상점가에서 히나인형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호텔 현관에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히나인형을 장식해 두는 곳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