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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가부키에는 왜 사람들이 몰릴까?

[맛 있는 일본이야기 257]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도쿄의 무더위 속에서 긴자에 나간 김에 납량특집 ‘가부키’ 1막을 보았다. 가부키(歌舞伎)는 전체 공연 가운데 1막씩만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든지, 전부 소화하기 어려운 외국인들에게 특히 1막짜리는 인기가 있다. 가부키는 전체를 다 보려면 보통 3~4시간 공연에 1만 5천 엔부터 2만 엔 정도 하지만 1막의 경우는 1천 엔~2천 엔 정도다.

가부키(歌舞伎)는 말 그대로 노래와 춤으로 이뤄진 일종의 연극인데 그 역사는 4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사들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의 시대가 가고 1603년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선 이래 사람들은 지긋지긋한 전쟁놀음에서 해방구를 찾기 시작했고 때마침 귀여운 꼬마 아가씨 둘이 춤과 노래로 사람들을 즐겁게 한데서 유래한다는 기록이 있다.

 

   
▲ 도쿄 긴자거리의 <가부키 전용극장>

《다문원일기(多聞院日記, 1582)》에 따르면 가가(加賀)는 8살, 쿠니(國)는 11살 먹은 아동으로 춤 잘 추는 이 두 신동 구경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러나 또 한 전승에 따르면 이즈모(出雲) 출신의 무녀(巫女) 오쿠니(阿國)가 이즈모대사(出雲大社, 규모가 큰 신사)의 권진(進, 포교활동이나 불사 따위를 위해 보시를 받는 것)을 위해 여러 지방을 순회하면서 춤과 노래로써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어느 것이 되었든 춤과 노래로 사람을 즐겁게 한데서 가부키가 유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가부키는 출연배우가 모두 남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뽀얀 얼굴 분장에 새빨간 입술연지를 찍은 모습이 요염한 여성 뺨친다. 거기에 화려한 의상과 교태스러운 걸음걸이 그리고 섬세한 춤과 노래 등은 남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여성스럽다.

가부키의 시작이 춤추는 여자아이들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초기에는 여자들이 공연했는데 도쿠가와 막부는 1629년 여자들의 가부키 공연을 금지하고 그 대신 미소년들이 여장을 하고 연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고 지금 보이는 것은 남자가 여장을 하는 공연 형식으로 남았다. 그 까닭은 남녀가 뒤엉켜 가부키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다 보면 풍기문란이 발생한다 해서 아예 남자들로만 구성했다는 게 흥미롭다.

 

   
▲ 객석을 가득 메운 가부키 전용극장, 맨 뒤에는 입석으로 보는 사람들이 두 줄이나 서 있을 정도였다.

가부키 배우는 세습에 의해 대대로 배우가 되는데 오늘날 남녀가 함께 연극을 하는 시각으로는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가부키 배우는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면서 소리며 동작 등을 익히는 오랜 훈련을 거쳐 하나의 배우로 무대에 설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이다.

가부키 공연의 주된 내용은 권선징악, 애절한 사랑, 복수, 부모 자식 사이의 사랑, 형제애, 의리 등으로 기본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우리가 판소리 대사를 잘 못 알아듣듯이 가부키 역시 옛말을 많이 쓰고 있어 이해가 어려운 편이나 줄거리를 아는 사람들로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가부키는 전국 곳곳에 가부키만 공연하는 전용 극장인 가부키좌라는 곳에서 연중무휴 상연될 만큼 꾸준히 일본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제 찾은 가부키좌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4층 극장이 유료 관객으로 만석이었으며 1막짜리는 입석으로 봐야할 만큼 일본의 가부키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우리의 세계문화유산 “판소리”는 상설극장도 없을뿐더러 객석을 가득 메울 정도의 공연도 드문 편인데 일본은 무엇이 그리 가부키극장으로 사람들을 몰려오게 만들까 궁금하기만 하다.

 

   
▲ 가부키 전용극장 포스터 앞에 선 글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