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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위생과에서 펴낸 《조선위생풍습록》

[맛 있는 일본이야기 259]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미신의 폐해는 이처럼 매우 심각하지만 그 뿌리는 더더욱 널리 뻗어만 가고 있으니 오늘날 위생상의 관점에서 보면 완연한 하나의 적국(敵國)의 모습이기 때문에 결코 두고 볼 수 없다. 이에 마땅히 예의 주시하고 힘을 다하여 이러한 관행을 과감히 고치고 미신을 각성시켜 경계하지 않으면 감히 어찌 위생을 거론할 수 있겠는가”

이는 1915년 6월 조선총독부 경무총감부 위생과에서 펴낸 《조선위생풍습록, 朝鮮衛生風習錄》의 머리말 끝부분이다. 이 책은 격언편, 속언편, 민간치료편, 미신요법편, 관행편으로 나뉜다. 그런데 조선인의 생활을 ‘예의 주시하겠다’라는 말도 우습지만 이 책의 머리말처럼 조선인의 위생이 장말 심각했을까 의문이다.

책 내용을 보면 “오줌으로 눈을 씻으면 눈병이 낫는다.”, “이가 아플 때 아이의 오줌으로 양치하면 통증이 그친다.”, “부스럼에 똥을 바르면 낫는다.” 같은 위생상 문제가 있는 것도 보이지만, 실제 그런 풍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악의적으로 왜곡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조선위생풍습록(朝鮮衛生風習錄)》네 나오는 눈병 부적 그림

또 이 책을 보면 그렇게 위생이 나빠 조선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할 만큼 심각한 기록보다는 “하루의 위생은 하루 종일 포식하지 않는데 있다.”, “술을 좋아하는 자는 술로 인해 죽는다.”, “늦은 밤에는 고기를 먹지마라”, “냉수 먹고 체하면 좋은 약도 없다” 등의 격언처럼 위생에 문제가 될 내용이 아닌 것이 많다.

또 “조선인은 여름철에 길일을 택하여 마을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고 소를 산으로 끌고 갔다가 하산하면 잡아먹는다. 이로써 전염병을 예방한다고 한다.”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조선 고유의 문화요 풍습일뿐 ‘위생적’ 인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일본에도 마을 주민들이 함께 뒷산에 가서 제사를 올리거나 하는 일본의 마츠리(祭) 등이 있는데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어쨌거나 조선총독부가 《조선위생풍습록》를 펴낸 의도는 조선인이 비위생적인 삶을 산다며 비하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책의 내용 대부분은 서양의 위생관념이 들어오기 전 순박하게 살아가던 조선 사람들의 삶을 느끼게 할뿐이다. 일제의 흉계가 새삼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