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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번지럽다

[뜻] 기름기나 물기 따위가 묻어서 윤이 나고 미끄럽다.
[보기월] 먹다 남은 닭튀김을 먹다가 흘렸는지 바닥이 많이 번지러웠습니다. 


다른 일이 없어 해야 할 일만 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해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어떨 때는 하루가 아주 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어떨 때는 얼마나 짧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어제는 하루가 참 짧게 느껴졌습니다.
  
배곳에 가자마자 해야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일을 하다가 둔 것도 있었고, 새로 할 일도 있었습니다. 바쁜 일을 먼저 하고 덜 바쁜 일은 뒤에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했지요. 다른 때였으면 마음도 바쁘고 몸도 무거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어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참고을 진주교육지원청에서 올해 씨앗을 뿌려 거둔 토박이말 갈배움의 열매가 경남의 얼굴이 되어 온나라 교육장님들 모임에서 선을 보이게 되었다는 반가운 기별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겪어 보지 않은 일을 무턱대고 믿거나 따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이 해 보고 좋다고 하는 일도 귀 기울이고 눈여겨 봐 주는 것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잘 바뀌지 않는 어른들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뼈져리게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달고 맛있다고 해도 먹어 보지 않으면 맛을 알 수 없습니다. 맛을 봤는데 맛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맛이 없게 느껴진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맛도 못 보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먹거리를 놓고 생각해도 그런데 말은 먹거리와 다른 종요로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주에서 거둔 토박이말 갈배움의 열매 이야기가 토박이말 갈배움이 더욱 널리 퍼지는 데 아주 큰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그렇게 좋은 기분으로 일을 마치고 아이들 밥을 챙겨 주러 집으로 왔습니다. 어둠이 깔린 집안으로 두어 걸음 걸었는데 미끄러져 뒤로 자빠질 뻔했습니다. 먹다 남은 닭튀김을 먹다가 흘렸는지 바닥이 많이 번지러웠습니다. 여느 때같았으면 언짢았을 수도 있었지만 기분 좋게 바닥을 닦은 뒤 밥을 챙겨 주고 토박이말바라기 갈친이 모임을 하러 갔습니다. 함께한 갈친이들과 반가운 기별을 나누고 '가슴'과 아랑곳한 말들을 배웠습니다. 일, 만남, 이야기가 다 좋았습니다.^^

'번지럽다'의 작은 말은 '반지랍다'입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가 있습니다. 
 -  철의 눈앞에서 자꾸만 번지러운 벽보의 붉은 잉크가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정연희, 한 뼘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