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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보깨다

[뜻] 2)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번거롭거나 거북하고 괴롭다.
[보기월] 그 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힘들어 마음이 보깬다는 말을 했습니다. 
 
 
배움쉼을 끝내고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밝고 환했습니다. 아이들도 잘 쉬고 왔는지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만나 웃으며 인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가기 싫지 않은 곳인 배곳(학교), 보기 싫지 않은 사람이라서 말입니다. 
 
기별나무(위키트리)가 만들어진지 다섯 돌이 되었다고 잔치를 한다는 기별을 보았습니다. 기별나무가 싹을 틔울 때 저도 그곳에 '토박이말 맛보기' 씨앗을 심었으니 '토박이말 맛보기'나무도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기별나무에서 챙겨 주셔서 많은 분들께 토박이말 맛을 보여 드릴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써 온 날, 달, 해를 생각해 볼 때 토박이말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은 게 참일입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눈 어떤 분의 말씀처럼 많은 분들이 시큰둥해 하시지요. 그 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힘들어 마음이 보깬다는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머지 않아 그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버릇이 든 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리 좋다고 느끼지 않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앞날에 보탬이 되고 아이들이 더 잘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어른으로서 할 일이 아닐까요?
 
토박이말도 그렇습니다. 어른들한테는 낯설고 오히려 어렵게만 느껴지고 몰라도 사는 데 어려움이 없어 배워서 써야 할 까닭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밝은 앞날, 우리 겨레와 나라의 앞날을 밝히는 데 든든한 바탕이 될 토박이말입니다. 아이들이 여러 가지 토박이말을 맛보고 배워 익힐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신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건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보깨다'는 '1)먹은 것이 잘 삭지 않아 답답하고 거북하게 느껴지다'는 뜻인데 위와 같은 뜻으로 번졌다고 하겠습니다. 1)의 뜻은 여러 해 앞에 맛보여 드린 적이 있으며 아래와 같은 보기를 보며 익히기 바랍니다. 
 
1) - 어제 저녁 내내 속이 보깨어 혼났다.(표준국어대사전)
   - "괜찮습니다. 아침에 무어 좀 먹은 것이 보깨는 듯합니다"하고 얼른 변명을 한다.(박종화, 임진왜란)
2) -지금 하는 일에 마음이 보깨어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표준국어대사전)
    - 비행기 소리에 선잠이 깨어서 자리 속에서 혼자 마음이 보깰 제면 곧 미쳐 뛰어나갈 것 같은 때도 한두 번이 아니지마는...(염상섭, 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