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버드나무는 예부터 우리 겨레와 친하게 지내온 나무로 고려청자나 고려불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나무다. 고려시대 작품으로 국보 제92호인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 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에 보면 갈대가 우거진 숲에 수양버들이 휘드러지게 늘어진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버드나무는 병을 낫게 하거나 악귀를 물리치는 영험한 나무로 고려불화의 관음보살그림에는 거의 빠짐없이 정병 속에 버드나무가 꽂힌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버드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40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는 갯버들, 냇버들, 키버들, 섬버들, 용버들, 콩버들, 떡버들, 왕버들, 수양버들, 여우버들, 고리버들, 용버들, 고수버들, 쪽버들, 산버들, 진퍼리버들, 선버들, 꽃버들, 반짝버들, 능수버들, 들버들 등 50여 가지가 넘는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다.

▲ 북한산 계곡에 막 피어나는 갯버들 1

 버드나무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띈다. <청계천 ‘갯버들’ 홍보… 실제는 ‘선버들’>이란 제목의 경향신문 2015년 3월 30일자 기사가 그것으로, “김은식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는 30일 청계천 식생을 2년간 조사한 결과 선버들이 전체 버드나뭇과의 절반을, 버드나무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청계천 안내판에 주요 생물종으로 소개돼 있는 갯버들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버드나무는 청계천 주변 식생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수종이다. ” 라는 내용이다.

 기사에 나오는 갯버들은 작은 개울에서 자라는 키가 작은 버들이고, 선버들은 조금 큰 규모의 냇가나 강 주변에 자라며 키가 크다. 그런가 하면 왕버들도 있는데 말 그대로 아주 큰 녀석이다. 갯버들 키는 1~2미터이고 선버들이 10미터 정도라면 왕버들은 키가 20미터에 이른다. 청계천에 심은 갯버들이 무슨 까닭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선버들’이 자리하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이 녀석의 이름은 일본말 타치야나기(タチヤナギ、立柳)에서 온 말이다.

▲ 북한산 계곡에 막 피어나는 갯버들 2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런 사정을 밝히지 않고 “선버들 : 버드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 높이는 10미터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피침 모양으로 양 끝이 뾰족하다. 4월에 암수딴그루의 꽃이 미상(尾狀) 화서로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를 맺는다. 물가에 나며 한국, 일본, 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라고만 풀이하고 있다.

 선버들처럼 이름에 ‘선(立)’자가 들어가는 풀·나무 이름은 1937년에 나온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에 대거 등장하는데, 선메꽃, 선버들, 선고초풀, 선괭이눈, 선괭이밥, 선노랑투구꽃, 선덩굴바꽃, 선떡갈나무, 선등갈키, 선목단풀, 선밀나물, 선오랑캐, 선바위고사리, 선이질풀, 선종덩굴 따위가 그것이다.

이들 이름 앞에 붙은 ‘선(立)’은 일본말 다치(たち, 立)에서 옮겨 온 것이다. 그러나 이 보다 앞서 나온 1922년『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에는 선버들도 없고 ‘선(立)’자가 붙은 풀· 나무 이름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아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을 만든 사람들이 일본이름을 따다 지은 것임을 알 수있다.

이들 버드나무 가운데 선떡갈나무와 선등갈키는 일본학자 나카이가 자신의 이름으로 학명을 올렸다.선떡갈나무 (Quercus dentata var. erecto-squamosa Nakai), 선등갈키(Vicia saxajuga Nakai) . 특히 선떡갈나무는 조선에만 있는 조선특산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