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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어제는 모형잉어 날리는 일본 어린이날

[맛있는 일본이야기 296]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어제는 일본의 어린이날(고도모노히, 子供の日)이었다.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어린의 행복을 꾀함과 동시에 어머니에게 감사드리는 날’의 취지로 1948년 제정된 이래 67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날을 제정한 나라는 터키로 1920년 4월 23일이었고 이후 1925년 스위스제네바에서 6월 1일을 국제어린이 날 (International Children's Day)로 삼은 이래 1954년에는 유엔에서 11월 20일을 세계어린이 날(Universal Children's Day)로 정했다. 그러나 나라마다 어린이 날은 약간 씩 다르며 일본은 전통적으로 지내오던 단오날을 오늘의 어린이 날로 삼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 날을 탄고노셋쿠(端午の節句)라고도 하는데 원래 이날은 남자 아이들의 성장을 축하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기원하는 풍습에 기인한다. 이날은 형형색색의 모형 잉어를 띄우는데 이를 “고이노보리(こいのぼり)”라고 한다. 예전에는 남자 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긴 장대에 모형잉어를 매달아 놓았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는 현대는 아파트 베란다에 모형잉어를 장식하기도 한다. 왜 하필 모형 잉어인가?

중국 후한서(後漢書)에 보면 황하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에 용(龍)이라 불리는 폭포가 있었는데 이 폭포를 향해 수많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려고 하지만 그중에서 잉어란 놈만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잉어를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겼다고 전해지는데 일본에서도 잉어는 입신출세와 건강의 상징으로 믿어왔던 것이다. 일본의 단오풍습은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에 무사집안에서 시작되었으며 당시 입신출세란 덕천가강(도쿠가와이에야스) 같은 씩씩한 장수를 뜻하는 것이다.

 

   
▲ 단오날 모형잉어를 날리는 "고이노보리"는 남자 아이들으 위한 "어린이날"(일본은 모든 명절을 양력으로 쇤다)

단오날에 조선의 아낙들이 머리감는 재료로 쓰던 창포(菖蒲)는 일본에서는 나쁜 악귀의 액땜용으로 쓰이는데 이 창포는 일본말로 ‘쇼우부(しょうぶ)’라고 발음한다. 일본말 쇼우부는 무가사회를 뜻하는 상무(尙武)라는 말과도 통하므로 창포-상무-무가사회를 상징하며 이는 남자아이의 입신출세와 무운(武運)의 행사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무렵이면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갑옷과 투구 등을 현관에 장식으로 걸어두고 아이들에게 은근히 조상의 위업을 본받도록 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때 쓰는 인형을 특별히 ‘5월인형’이라 부른다. 사내아이들만의 잔치가 5월 5일이라면 3월3일은 계집아이들이 잘 자라기를 비손하는 “히나인형” 잔치가 있다.

언뜻 보면 단순한 어린이날 같아 보이지만 사내아이의 건강과 입신출세를 비는 5월 5일과 여자아이의 건강과 행운을 비는 3월 3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 새삼 전통의 날을 뒤돌아보는 날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