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우리 겨레의 삶을 구렁으로 몰아넣은 옹이는 바로 중국 글말인 한문이었다. 기원 어름 고구려의 상류층에서 한문을 끌어들였고, 그것은 저절로 백제와 신라의 상류층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말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우리말에 맞추어 보려고 애를 쓰기도 하였다. 그래서 한쪽으로는 중국 글자(한자)를 우리말에 맞추는 일에 힘을 쏟으면서, 또 한쪽으로는 한문을 그냥 받아들여 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한자로 우리말을 적으려는 일은 적어도 5세기에 비롯하여 7세기 후반에는 웬만큼 이루어졌으니, 삼백 년 세월에 걸쳐 씨름을 한 셈이었다. 한문을 바로 끌어다 쓰는 일은 이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져, 고구려에서는 초창기에 이미 일백 권에 이르는 역사책 《유기》를 펴냈고, 백제에서는 4세기 후반에 고흥이 《서기》를 펴냈으며, 신라에서는 6세기 중엽에 거칠부가 《국사》를 펴냈다. 상류층이 이처럼 한문에 마음을 쏟으면서, 우리 겨레 동아리에는 갈수록 틈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배워서 익힐 시간을 가진 상류층 사람들은 한문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새로운 길로 내달았으며, 배워서 익힐 시간을 갖지 못한 백성들은 언제
[그린경제/얼레빗=김수업 명예교수] 김수업 선생은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을 지냈으며, 우리말대학원장과 국어심의위원장을 지낸 국어학게의 원로다. 특히 선생은 토박이말 연구에 평생을 바쳤으며, 쉬운 말글생활을 위해 지금도 온 정성을 다 쏟고 있다. 선생의 책 《우리말은 서럽다》는 우리가 왜 쉬운 토박이말을 써야 하는지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말은 서럽다》 본문을 우리 신문에 옮겨 쓸 계획이다(편집자말) 사람에게 가장 몹쓸 병은 제 스스로를 제가 업신여기는 병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했다지만, 제가 제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병보다 더 무서운 절망은 없으며, 이는 제 스스로를 손쓸 수 없는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겨레는 지난 이천 년 세월에 걸쳐, 글 읽는 사람들이 앞장서 제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병에 갈수록 깊이 빠져 살았다. 그런 병은 기원 어름 고구려가 중국 한나라의 글자를 끌어들이면서 씨앗을 뿌리고, 신라가 백제·고구려와 싸우며 당나라를 끌어들여 당나라 학교인 국학을 세우면서 모를 내고,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뜨린 신라가 국학 졸업생과 당나라 유학생으로만 벼슬자리를 채우면서 뿌리를 내렸다. 신라는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