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나오셨습니다
[그린경제/얼레빗 = 김춘자 기자] 우리말은 경어법이 발달한 언어이다. 공손하게 존대어를 쓰다보면 행동거지가 조신해지고 마음도 따라 점잖게 예의를 차리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깍듯해서 좋은 존댓말일지라도 지나친 공대어는 듣기 거북하다. 더구나 존댓말이 사람에게 쓰이지 않고 사물에 사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 약국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귀에 거슬리는 말들이 꼬리를 잇는다. 그냥 털어 드시면 되는 약이시구요. 약값은 2,500원 되세요.라든가 약은 만 오백 원 나오셨습니다. 또는 이 파스는 얇아서 잘 붙으세요. 1,900원, 2,600원 하셔서요. 4,500원 되세요. 아대(보호대)가 좀 비싸세요. 등 과잉된 공대어를 듣고 있으려니 심기가 거북하다. 손님을 높이는 건지, 약을 높이는 건지, 약값을 높이는 건지. 들은 대로 적어둔 것인데 지금 보아도 너무하다. 어쩌다 백화점에 가면 존댓말에 놀랄 일이 많다. 고객님, 오늘 나온 신상(新商)이신데요. 색상도 고급이시구요. 디자인도 멋지세요. 공손함이 넘치니, 참!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뿐이 아니다. 이 구두는요. 다른 매장에는 안 계세요. 가격이 좀 쌔시긴 하지만 무지외반증이 계신 고객님들께 인기가 많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