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전공 분야가 서로 다른 5명의 학자들이 동남아시아 역사 여행 가이드로 나섰다? 저자들은 자신이 전공한 지식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싱가포르, 라오스, 태국, 베트남 등 7개 나라에서 고른 13개 도시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들려준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고양이가 많아 ‘고양이의 도시’로 불리는 말레이시아 쿠칭은 인근 싱가포르 섬이 영국 동인도회사에 의해 자유무역항으로 개발되면서 도시로서의 역사가 시작된다. 유럽인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쿠칭은 항구도시로 점차 변모했고, 그 과정에서 유입된 중국계 이주민들이 자리를 잡아 화인 거리를 형성하며 오늘날에도 상업과 서비스 분야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또 다른 도시 족자카르타로 가보자. 족자카르타는 도시 곳곳에서 자바의 전통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인도네시아의 숨은 보석’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도시화된 자카르타와 관광지로 유명한 발리와는 다르게 이곳은 음식, 전통 공예, 문화유산 등을 통해 자바 문화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의 여러 낯선 도시들을 흥미로운 지명 유래와 생생한 사진을 곁들여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가을에는 여름에 적합한 장르라는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책 읽는 재미를 알려줄 추리소설 한 권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 맬빈 커쇼,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지만 주로 역사책을 읽고 자기 전에는 시를 즐기는 평범한 주인공이다. 그는 오래전 서점 블로그에 범죄소설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며 실패할 염려가 없는 살인 리스트를 뽑은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글을 썼다. FBI로부터 그 ‘리스트’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가 있다는 의심을 받으며 소설은 시작된다. 추리소설의 고전들에서 단서를 찾아가며 이야기는 마치 씨실과 날실이 엮이듯이 현재의 사건과 연결되고, 주인공과 함께 범인을 뒤쫓는 재미를 알아가려는 순간, 그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당연히,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좋아할 만하다. 바로 내 눈 앞에서 손에 잡힐 것 같은 장면이 펼쳐지는 듯한 탁월한 묘사에 다른 세상으로 빠져드는 몰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소설에 언급된 것처럼 ‘추운 겨울밤에 읽기 좋은 추리소설’ 같은 나만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문과형 뇌’와 ‘이과형 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문과와 이과를, 문학과 과학을 별개의 것처럼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문을 제기하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 세계 고전 13편에 담긴 당대의 과학과 기술을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한다. 오천 년 전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조선 중기 허균의 <망처숙부인김씨행장>, 21세기 SF 소설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선별한 문학 작품 속에 담긴 역사적/과학적 배경과 인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저자가 술술 전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화약과 증기기관과 같이 역사 저편의 옛 기술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알고리즘 등 현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과학적 이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과학적 발견은 때때로 시대를 초월한 진리에 가깝게 여겨져 그 배경이나 맥락에 대해 생소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 헨리 소설 속 뉴욕 거리를 동시대의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이 거닐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안다면, 전기의 빛으로 낮과 밤을 환하게 비춘 화려한 20세기 도시 풍경의 이면 속에서, 부조리와 서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심각하다! 책을 읽다가도 30분을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에 눈과 손이 간다. 요즘의 스마트폰은 인터넷, 카메라, 텔레비전, 네비게이션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아침 알람을 시작으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우리는 스마트폰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 8초라고 한다. 기사를 읽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8초가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다. 이 책은 우리의 뇌가 8초밖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와 심각성을 알려준다.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다 못해 점점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해가는 인류,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디지털 단식’을 제시한다.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잠깐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산만함의 원인인 스마트폰의 부작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잠깐 멈춤’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문예춘추사가 9월 21일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펴냈다. 저자 ‘웬디 미첼’은 7년 전인 2014년 58세라는 이른 나이에 치매 판정을 받게 됐다.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그녀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매 당사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진짜 치매 이야기,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한마디로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의 기록이다. 웬디 미첼처럼 최근 ‘젊은 치매 환자’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치매는 병의 진행이 급속하지는 않아서 시작과 중간과 끝이 선명히 이어지는 질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과정을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설령 치매 환자가 돼도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지은이의 조언이다. 그리고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을 나름대로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은이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면서도 혼자 생활하고 있으며, 아주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 즐거움의 하나가 바로 ‘기록’이다. ‘치매’라는 어두운 영역을 밝은 곳까지 끌고 나와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삼국지》, 《서유기》, 《수호전》과 함께 중국 4대 기서로 손꼽히는 《금병매》(전 10권)가 문예춘추사에서 국내 처음 완역본으로 펴냈다. 음란과 인정(人情) 사이에서 인간 운명의 정곡을 찌르는 ‘천하제일기서’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금병매는 4대 기서 가운데서도 은밀하고도 기이한 서사가 매혹적임을 의미한다. 다른 3대 기서가 영웅호한이나 초인적인 인간의 삶을 그려낸 것과 달리, 금병매는 평범한 인간의 욕망과 날것의 삶을 세태 속에 녹여내는 현실 드라마다. 작가 소소생은 당시 사회에 만연해 있던 부패와 인간의 모순, 도덕의 타락 등 사회의 추악하고 어두운 면모를 들춰내고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작품에 담았다. 소설이 바로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면,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 소설의 역할, 그 진수가 《금병매》인 것이다. 너무도 생생한 인물 묘사는 물론 당시 명나라 시대 중국의 참모습을 그야말로 제대로 반영하며 탁월한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당시 부패한 정치인의 적나라한 성생활을 풍자한 것으로 금병매는 출간된 이후 청대에는 민간의 풍속을 해치는 음서로 낙인찍혀 출판ㆍ유포가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병매가 단순히 ‘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한다. 국민 20명 중 1명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왜 우리의 일터에서는 장애인을 보기 어려울까? 『나는 휴먼』은 장애인 인권운동가 주디 휴먼의 자서전이다. 생후 18개월에 겪은 소아마비로 장애를 갖게 된 주디는 교육과 취업 현장에서 분리와 배제를 경험한다.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화재 위험 요인’이라며 유치원 입학이 거부되었고, 장애를 이유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며 교사 면허를 받을 수 없었다. 사회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무리의 일원이 되거나, 세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주디 휴먼은 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분리와 배제’에 맞서 싸웠다.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교사 면허를 취득했고, ‘재활법 504조’ 서명을 이끌었으며, 1990년 미국장애인법을 제정하기까지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주디 휴먼의 이야기는 장애가 의료적으로 ‘고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장애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수학에만 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 속에는 수가 산재해있다. 이 책은 39가지 수의 수학적 속성뿐만 아니라 인류가 수를 받아들이고 사용한 역사에서 비롯된 인문․사회․과학 분야 등의 수학 외적인 이야기도 함께 소개한다. 13의 금요일 등의 표현에서 보듯 13이 불길한 숫자로 간주되게 된 것은 조화로운 수인 12 다음의 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3은 매미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는 긍정적인 숫자이기도 하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0, 1과 같은 작은 단위의 수부터 5,607,249라는 큰 단위의 수를, 후반부에서는 조금은 생소한 허수i나 오일러수e 등에 대해 소개하면서,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세계를 가능하게, 살아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존재의 근본 기반은 수” 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며 우리 주위의 무수한 수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광복 77주년을 맞아 일제침략기(1894~1910) 전국 주요 의병장 73인의 행적을 정리한 책 5권을 국립인천대학교(총장 박종태)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 총서 2호로 광문각에서 펴냈다. 이 총서는 전체 1421쪽으로 ‘제1권 경인지역 편’에서는 일본군이 러일전쟁에 활약했던 군함과 수뢰정을 동원하여 강화도와 인근 도서지방에서 활동하던 의병의 나룻배나 어선을 공격했는데, 이에 맞선 김용기 등 의병장 17인의 행적을 실었다. ‘제2권 영남지역 편’에서는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니 국왕은 온 백성을 불러 성을 등지고 한 번 싸울 것”을 강력히 상소한 노응규, 진주의병 거의 후 광무황제로부터 육군 부위에 제수되었던 정한용, 경남 안의군 서상면장 최영내가 문태서 의병장을 붙잡아 초주검에 이르게 하여 ‘구타치사죄’로 재판을 받은 사실을 밝힌 것 등 의병장 16인의 행적을 기록하였다. ‘제3권 중부지역 편’에서는 1907년 7월 광무황제로부터 비밀칙령으로 도체찰사에 제수된 이강년, 1907년 겨울 13도창의대진이 서울진공작전을 펼칠 때 몸소 2천 명의 의병을 이끌고 동대문 밖 30리까지 진출한 이인영 등 의병장 13인의 행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집 꾸미기’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의 재택 경제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럼 이 열풍은 코로나 종식 이후에는 쇠퇴하는 것일까? 작가는 아니라고 답한다. 현재 홈리빙 열풍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이제야 자기 취향을 찾는 문화가 도래한 데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집을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고 관리한다는 것은 ‘나만의 작은 문명’을 만드는 일이자 ‘개인이 주체가 되는 문화’를 누리는 것이다. 홈리빙 문화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천했는지를 살피다 보면 그 변화와 흥망성쇠가 당대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배경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문화 공간이 신을 위한 것이었던 중세 유럽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는 ‘침대’는 일종의 접견용 가구였다. 지금처럼 내밀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가구로 사용되게 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이처럼 리빙 문화는 사람과 관계된 풍속의 사연이 고여 있고 역사의 민낯이 숨겨져 있는 인문학의 보고이다. 작가가 이 책을 ‘리빙 인문학’에 대한 소고(小考)라고 소개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날, 취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