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은 패배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납니다. 이 말은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에게 한 줄기 빛을 비춰주는 등대와 같이,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실어줍니다. 100대 명산을 완등하던 날 저는 지리산 천왕봉에 서 있었습니다. 봄꽃이 만발하고 온화한 계절에서 쉽게 허락한 산도 있지만 때로는 비바람 속에서 힘든 과정을 요구하기도 했고 강추위와 살을 에는 바람 속의 인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산 아래까지 먼 길을 찾아갔다가 입산 통제로 돌아오기도 했고 때론 중턱에서 발목의 인대가 늘어 어렵게 하산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패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마치 사계절이 돌고 도는 것처럼, 인생 역시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가 반복됩니다. 중요한 것은 패배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습(習)이란 말은 새의 날갯짓을 의미합니다. 새는 처음부터 잘 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수한 반복적인 연습 덕에 창공을 비상할 수 있지요. 그러니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은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남자 옷을 입은 채 금강산에 오른 열네 살 소녀 김금원. 그의 눈으로 본 1830년 봄 금강산을 구경해 본다. 자유 왕래할 그날을 그리면서. 드디어 금강산으로 향한다.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바라본다. 옥이 서 있고 흰 눈이 쌓인 것 같다. 중국 서산에 쌓인 눈도 필경 이보다 못하리라. 서산은 연경(燕京)의 가장 뛰어난 명산으로 만수산 뒤로 첩첩한 산과 층층의 절벽을 보면 마치 선경과 같다 한다. 눈 내린 뒤의 봉우리는 더욱 기이해서 연경의 8대 경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금강산은 층층이 겹친 산과 첩첩한 봉우리가 구름까지 솟아올라 있다. 사철 내내 눈빛을 띠고 있으니, 봉우리마다 빼어나다. 산길에 봄이 깊었다. 초록 이파리는 살찌고 붉은 꽃은 시든다. 두견새가 소리마다 ‘불여귀(不如歸: 돌아감만 못 하다, 돌아가라)’라 지저귀며 여행객의 쓸쓸한 마음을 돋운다. 장안사로 향한다. 금모래, 잔잔한 풀이 몇 리에 걸쳐 깔려 있고 키 큰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삼사 층의 웅장한 법당이 온 골짜기를 누르듯 서 있다. 예스러운 분위기의 연로한 주지승이 법당을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지팡이를 거꾸로 들고 있다. 노승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다. 놀이가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인간은 놀이를 즐기며 서로 친해지고, 고단함과 긴장을 풀며 삶의 애환을 녹인다. 이렇듯 놀이는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다. 옛사람들에게도 놀이는 고단한 삶을 잊을 수 있는 큰 즐거움이었다. 지금처럼 슬기말틀(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없던 시절, 놀이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사람들과도 재미있게 어울릴 수 있는 좋은 사교수단이기도 했다. 서해경이 쓴 이 책, 《들썩들썩 우리 놀이 한마당》은 우리 전통놀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힘겨루기’, ‘지능겨루기’, ‘기술겨루기’, ‘한데 어울리기’라는 주제로 다양한 놀이를 소개하고, 어떻게 사람들이 이를 즐겼는지 차근차근 일러준다.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놀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승경도 놀이’다. 승경도는 조선 태종 때 정승을 지낸 하륜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중일기》에도 이순신 장군이 비가 오는 날 장수들과 승경도를 했다고 적혀있을 정도로 양반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놀이였다. 양반의 가장 큰 꿈은 높은 벼슬을 하는 것이었던 만큼, 재밌게 놀이를 하면서 복잡한 관직명을 익히고 높은 관직까지 올라가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삼족오(三足烏) 세 발로 우뚝 선 고구려의 꿈 (빛) 어둠을 내쫓는 태양의 새여! (돌) 천지인 아울러 큰 날개 펴니 (초) 이 땅을 밝히며 날아오르네 (달) ... 24.11.13. 불한시사 합작시 지난해 늦가을, 불한시사(弗寒詩社)의 시벗들과 함께 고구려의 도읍지 국내성(國內城)이 있는 집안(輯安/集安)을 찾았다. 압록강 물빛은 유리같이 맑았고, 오녀산성(홀승골성)과 환도성(위나암성) 등 산등성이마다 옛 성곽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우리는 고구려 벽화고분과 박물관의 유물을 두루 살펴보다가, 태양 속에 새겨진 삼족오(三足烏) 상을 마주하고 저마다 감흥을 얻어 이 짧은 합작시를 지었다. 삼족오는 본래 태양의 새(陽鳥)로서, 세 발은 천지인(天ㆍ地ㆍ人)의 삼재를 상징하며, 세 가지 발이 균형을 이루어 움직이는 형상은 만물의 조화와 순환, 도(道)의 삼원(心ㆍ物ㆍ行)을 뜻한다. 그 깃은 검어 현묘하고 으뜸된 기운(玄元之氣)을 품고, 그 몸은 붉어 태양의 따뜻한 빛(火德之光)을 머금으며, 날개를 펼칠 때 우주의 질서가 함께 돌아간다. 고구려인에게 삼족오는 단순한 신화의 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왕도(王道)의 상징이자, 민족의 혼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음 일요일 K 교수는 친구들과 K리조트에서 골프를 쳤다. K 교수는 작년에야 겨우 골프를 시작해서 아직은 108타 수준이었다. 골프라는 것이 쉽게 실력이 느는 운동이 아니다. 또 골프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주 필드에 나가기도 어렵다. 욕심 같아서는 보기 플레이(90타)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싶지만, 재력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대학 동창들과 즐겁게 5시간을 보낸 후 K 교수는 호기심에 찬 친구들과 미녀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문이 닫혀 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K 교수는 “이상하다, 이상하다. 분명히 예약했는데….”라고 소리쳤지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일행은 할 수 없이 미녀식당 근처 다른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날 친구들은 K 교수를 한껏 놀려댔다. 여자에게서 바람맞는 것이 대학 다닐 때부터 너의 주특기였다고. K 교수는 놀리는 친구들에게 대항하지 못하였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할 뿐이었다. 이틀 뒤 화요일, 야간수업이 끝난 후에 K 교수는 미녀식당에 갔다. 마침,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미스 K는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가 일어서더니 정중하게 사과부터 한다. 일요일에 약속을 못 지켜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전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전쟁의 포화를 피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오늘날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멎지 않고 있다. 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끊임없는 비극이다. 인간이 인간을 살육하는 이 잔혹한 현실은 문명의 발전과는 별개로 되풀이됐다. 이 가운데 한국 또한 이 비극은 예외가 아니었다. 한반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전쟁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다. 그 시작은 기원전 108년, 고조선이 한나라의 침공으로 멸망하면서부터였다. 이 사건은 외세에 의해 국권을 빼앗긴 첫 번째 비극이자, 침략의 서막이었다. 이후 삼국시대에는 한반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이 이어졌고, 몽골의 침입과 조선시대의 임진왜란, 병자호란은 나라의 존망을 뒤흔드는 대전란이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활약으로 일본군을 물리쳤지만, 국토는 폐허로 변했고 수많은 백성이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병자호란에서는 청의 침공 앞에 치욕적인 항복을 겪으며 국가의 자존이 무너졌다. 이후 한일강제병합을 통해 국권을 잃은 35년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조선시대 우리 남자들은 여성을 평생 집안에 가두어 두었다. 공자님, 주자님을 끌어들여 여성을 속박하는 데에 잘도 써먹었다. 위선적인 도학군자들의 죄가 가장 무겁다. 지금 여성들에게 남자들이 꼼짝 못 하고 눌려 사는 것은 어쩜 인과응보인지 모르겠다. 어쩌다가 관광 명승지나 고급 식당, 멋진 카페, 일류 백화점을 들여다보면 거의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도대체 이 시각 남정네들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당구나 탁구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사업장이나 사무실에서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을까?” 어찌하여 우리 남아 대장부들의 처지가 이처럼 꽁지 빠진 수탉, 혹은 서리맞은 약병아리 행색이 되고 말았는가. 탄식이 나오다가도, 그래 이게 다 우리가 수수 백 년 쌓아 올린 업보 아니겠는가, 달게 받자. 마음을 달래곤 한다. 지난번에 여성 김삿갓 김금원이 14살 때 남장하고 집을 나가 제천의 의림지를 구경하는 모습을 우리는 들여다 보았다. 김금원의 의림지 여행기는 그녀의 기행문 <호동서낙기(湖東西洛)記)>의 한 부분이다. 제목이 난해하다. 호 (湖: 제천의 호수). 동(東: 동쪽의 금강산), 낙(洛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지난 9월 1일은 저희 로고스 로펌 창립 25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해마다 9월 1일이면 창립 기념식을 하지만, 올해는 25주년이라 외부 연회장도 빌려 더욱 의미있게 기념행사를 하였습니다. 기념식에서는 행운권 추첨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 행운권 당첨의 행운은 별로 없어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혹시 당첨되면 늘 제 일을 열심히 돌봐주는 비서 오 주임에게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집행부가 행운권을 남발해서인지(^^) 나에게도 행운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당첨된 것은 5만 원 도서상품권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제일 땡기는 행운권이었지요. 그래서 “오 주임은 도서상품권은 별로 내켜 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내 멋대로 단정하고 도서상품권을 제 안주머니에 꽂았습니다. 그 대신 오 주임과 오 주임이 같이 식사하고픈 권 대리에게 점심을 사주었지요. 다음날 코엑스 영풍문고에 들러 찬찬히 서가를 둘러보는데, 그렇게 둘러보는 제 눈에 《페이크와 팩트》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543쪽이나 되는 두터운 책이지만 저는 주저 없이 이 책을 샀습니다. 그동안 가짜뉴스와 음모에 휘둘리는 요즘 세태를 보며 “도대체 왜 이럴까?” 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여행은 걸으며 하는 독서다. 앉아서 가만히 책을 읽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끼는 것, 이 모든 것이 공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한 번 눈으로 확인한 것은 기억에 깊이 남아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 ‘소울마미’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지은이는 네 살 난 딸과 함께 훌쩍 여행을 떠나며 아이가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일들을 골똘히 사유하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한 뼘씩 자라있는’ 것을 경험하면서 ‘여행이 최고의 인문학 수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쉽게 비행기를 탈 수 없던 시절, 이 땅의 아름다움을 찾아 줄곧 떠났다. 특히 여행주제를 국어, 문학 교과서 속 여행지로 떠나는 것으로 잡았다. 이렇게 다닌 여러 곳의 이야기를 모으고, 또 다른 지은이 이해수가 교과서 속 작품들을 읽기 쉽게 정리한 책이 바로 《소울트립 교과서 여행: 국어, 문학 – 아이와 인문학 여행》이다. 책에 소개된 여러 여행지 가운데 특히 남해가 눈길을 끈다. 남해는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로 유명한 서포 김만중이 유배를 왔던 곳이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린 《서포만필》은 김만중이 남해의 노도라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작은 도토리 한 알에 커다란 참나무가 들어있고 바람에 날리는 작은 솔씨 하나에 낙락장송이 들어 있습니다. 도토리 한 알은 겉보기에는 작고 보잘것없지만, 땅속에서 묵묵히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거대한 참나무로 성장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안에 있는 작은 재능이나 꿈도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를 통해 큰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대부분 작은 시작에서부터 출발하여 꾸준히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바람에 날리는 솔씨 하나는 더욱 작고 가볍지만,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울창한 숲을 이루는 소나무로 자라납니다. 이는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불굴의 의지와 같지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경험하지만, 작은 솔씨처럼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반드시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작은 것 속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은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누구든지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마치 도토리와 솔씨가 거대한 나무로 자라듯이, 우리 안에 있는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