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스 최는 그날 매우 화려한 털 코트를 입고 나왔다. 김 교수는 서양 풍습대로 아가씨가 코트를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 코트 안에 미스 최는 초미니스커트와 가슴이 많이 파인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 김 교수는 눈을 둘 데가 마땅치 않은 불안한 모습이었다. 상대방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하지만 눈길이 자꾸 가슴 쪽으로 내려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아가씨가 눈치를 채고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빠, 오늘 옷이 너무 야하지요?” “야하기는 예쁜 걸 뭐.” “대개는 옷을 보스에 두고 다니는데, 집에 가져왔어요.” “왜?” “오빠, 나 이제 보스에 안 나갈 것 같아요.” “왜,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니?” “제가 잘 아는 전무님이 계시는데, 명퇴하고서 술집을 개업했어요. 저보고 몇 달만 도와달라고 해서 오늘부터는 그쪽으로 나가려고 해요.” “그 전무하고는 어떤 사이인데?” “오빠, 질투하는가 봐. 자주 오시던 손님이에요.” “질투는 무슨 질투? 너에게 좋은 사람 생기면 그건 나에게도 좋은 일이지.” 두 사람은 전처럼 피자를 시켜 먹었다. 메뉴판을 보니 전통차로서 국화차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쓰여 있다. 차를 마신다고 무슨 다이어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1969년 8월 15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뉴욕주 북부 베델 근처 한 농장에서 열린 전설적인 우드스탁 음악제(Woodstock Music Festival)의 개막일은 날씨가 궂어 비가 많이 내렸다. 아침 5시에 시작된 이 공연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11시부터는 출연예정인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the Incredible String Band)가 비 오는 날씨에 공연을 못 한다고 거부하는 사태가 생겼다. 마침 거기에 와 있던 22살의 여성 가수가 급히 무대에 대신 투입됐다. 그녀는 20분 동안 깜짝 공연했는데 50만에 이르는 축제 참가자들로부터 앙코르가 쏟아져 두 곡을 더 불렀던 일이 있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이 여성 가수는 이듬해인 1970년에 <Lay Down(Candles in the Rain)>이란 노래를 음반으로 발표했는데 이 노래가 크게 인기를 얻어 이후 이 여성가수는 곧 존 바에즈와 함께 미국 포크계의 양대 상징으로 올라섰다. 1971년 작 〈Brand New Key〉와 1972년 작 〈Nickel Song〉이 잇달아 크게 히트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듬해에 〈Saddest Thing〉이란 노래가 엄청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얼굴 좋은 것이 (相好) 몸 좋은 것만 못하고 (不如身好) 몸 좋은 것이 (身好)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 (不如心好) 마음 좋은 사람, 호심인(好心人). 마음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여러 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김구 선생은 이렇게 생각했다. 무슨 일을 할 때든, 그 일이 ‘곧고 옳은 일인지 잘 판단하고, 실천하며, 또 그 일을 꾸준히 계속하는 사람’. 말은 쉬워도 지키기는 어려운 법.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란 참 어렵다. 이 책, 현상선의 《나의 소원》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펴낸 그림책이다. 김구가 평생토록 추구한 가치, ‘마음 좋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어릴 때의 일화를 풀어낸다. 메시지가 단순한 것 같아도 독자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야기는 ‘창암’이 겪은 일에서 시작한다. 창암은 김구의 어릴 적 이름이다. 창암의 집안은 상민이었다. 그가 살던 해주의 양반들은 뿌리 깊은 선민의식이 배어있어서인지, 상민을 무시하고 천대했다. 창암의 할아버지가 양반들이 쓰는 갓을 쓰자 옆 마을 양반들이 갓을 뺏어 찢어놓기도 했다. 신분의식이 비교적 희미해진 구한말이었는데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주광일 시인이 올해 5월 20일 4번째 시집 《나의 꿈 나의 기도》를 세상에 내셨습니다. 주 시인은 서울법대 문우회 회장을 하시면서 문우회 단톡방에 정력적으로 시를 올리시더니, 1년 5개월여 만에 4번째 시집을 내셨네요. 주 시인은 일상이 시입니다. 날마다 접하는 자연이나 사람, 뉴스 등 어느 것 하나 시와 연결되지 않는 것 없습니다. 그리고 서문을 쓴 정순영 시인의 말처럼 주 시인의 시는 천진난만하고 거짓이 없으며 꾸밈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 시인은 서문에서 주 시인의 시에 딱 맞는 공자의 사무사(思無邪)를 인용합니다. 이번 시집 《나의 꿈, 나의 기도》도 이렇게 일상에서 길어 올린 천진난만한 사무사(思無邪)의 시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렇게 일상이 흐르는 천진난만한 《나의 꿈, 나의 기도》를 감상하다 보면 봄을 맞이하고 여름 지나 가을이 오고 어느덧 주 시인의 인생 지혜가 절정에 이르는 겨울이 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 말미마다 써놓으신 시를 쓴 날짜를 보니, 시도 대체로 계절이 가는 순서대로 배치하였네요. 시집은 5부로 나뉘어 있는데, 아예 3부 제목은 <가을비에 젖은 어느 영혼>, 4부는 <낙엽지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금슬(琴瑟)은 거문고와 비파를 뜻합니다. 두 악기는 소리가 아주 잘 어울려서 듣기 좋습니다. 그러니 부부가 어울려 백년해로하는 것을 “금슬이 좋다.”라고 표현하지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혼례식 때 금슬이 좋다고 알려진 동물을 주고받습니다. 기러기가 그것인데요. 실제로 기러기는 금슬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습성상 짝짓기를 처음으로 한 암수는 한쪽이 죽어도 다른 기러기와 짝짓기를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기러기는 일부일처제긴 하지만 배우자가 죽으면 짝을 바꿉니다. 원앙도 부부금슬의 상징입니다. 일단 예쁘기도 하거니와 원앙금침이란 용어도 있으니, 부부지간에 사이가 좋음을 상징하지요. 그러나 실제로 수컷 원앙은 여러 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합니다. 새끼를 키우는 것은 오로지 암컷의 몫이지요. 그러니 부부금슬과는 거리가 멉니다. 수컷이 바람둥이인 것은 삵 같은 무서운 포식자들 사이에 자손을 남겨야 하는 절대적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원앙 수컷은 특유의 밝고 색채가 풍부한 장식깃 덕분에 유명합니다. 그런데 장식깃은 번식기에만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번식기가 지나면 다 빠져서 암컷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뀝니다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또다시 가뭄 걱정이다. 개울이 마르고 마당가 도랑물도 말라간다. 물이 마르니 땅이 마르고, 땅이 마르니 작물도 마르고 작물이 마르니 마음마저 말라간다. 그나마 며칠 전 내린 단비 덕분에 작물들이 푸르름을 되찾는 듯했으나 그것도 이삼일 뿐, 다들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다. 요즘은 날씨 검색으로 하루를 열고, 잠들 때도 한 번 더 확인한 뒤 하루를 닫는다. 우리 고장은 해마다 이맘때면 가뭄 때문에 속을 썩였던 것 같다. 보이저 우주선이 태양권계면*을 벗어나 성간우주로 나가고, 제임스 웹 망원경이 백몇십억 광년 떨어진 곳의 별들도 들여다보는 세상에 아직도 하늘을 바라보며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게 좀 의아하기도 하다. 문득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미래에는 1. 꿈을 찍는 영화 2. 냄새가 전달되는 사진과 영화 3.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전화기 4. 필요에 따라 비를 오게도 하고 그치게도 하는 기술 이 개발될 것이라는 말씀 말이다. 이 네 가지 신기술 가운데 1과 2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지, 않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감감무소식이고, 3은 실용화하여 우리가 혜택을 아주 잘 누리고 있는 분야다. 나머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쉽게 헤어진 지 열흘도 안 되어서 전화가 왔다. 미스 최는 《아리랑》 제3권은 산지 일주일 만에 다 읽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 아리랑 책 참 재미있지?” “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갑자기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과거로 돌아가다니?” “제가 여고 시절에는 연애 소설 같은 것을 밤새워 읽었거든요.” “요즘에는 밤에 일하니까 낮에 읽겠네.” “그래요, 오빠. 일주일 동안 다른 일은 모두 미루었어요. 조정래라는 사람 대단한 작가에요. 우리 고향 사람이라니 자랑스러워요.” 김 교수는 미스 최가 말을 꺼내기 전에 선수를 쳤다. “어쨋든, 또 아리랑을 읽었으니, 약속대로 한 번 만나야지?” “예, 오빠. 만나고 싶어요!” “아이고, 이러다가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게 되겠다.” “그럼 어때요? 저도 오빠가 보고 싶은데. 보스로 한번 오세요.” “내가 무슨 재벌 아들이냐? 보스에 한 번 가려면 한 달 동안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면서 돈을 모아야지. 거기는 너무 고급이라서 나처럼 돈 없는 사람에게는 부담된다.” “그렇기는 해요. 그러면 오빠, 잠실에서 만나요.” 그날은 마침 교회에서 무슨 행사가 있어서 저녁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한명기 교수의 《최명길 평전》을 읽으면서 황손무라는 명의 사신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중국에서 오는 사신은 대국에서 왔다고 오만불손하고, 조선이 상납하는 선물을 당연하게 받습니다. 그뿐입니까? 조선은 임금의 책봉 문제 등으로 아쉬운 처지에 있을 때 사신에게 뇌물을 상납하는데, 사신들은 당연히 뇌물도 챙길 뿐만 아니라, 선물이나 뇌물이 기대보다 적으면 오히려 이것밖에 안 되냐는 식으로 나왔답니다. 인조도 쿠데타를 일으켜 임금이 되었기에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명의 책봉에 매달렸습니다. 그리하여 1625년 6월 명의 사신 왕민정, 호양보가 왔을 때는 인조는 이들을 접대하기 위해 20만 냥 가까운 은을 지출합니다. 거의 2년 치 호조 경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하니, 정통성 없는 임금 때문에 조선의 등골이 휠 정도였군요. 그런데 병자호란이 터지기 직전 1636년 8월 말 사신으로 온 황손무는 그동안의 여느 사신과는 달리 ‘몹시’ 청렴한 인물이었습니다. 얼마나 청렴하였으면 한 교수는 ‘몹시’라는 단어를 썼을 정도였을까요? 황손무는 당연히 뇌물을 요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접대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접대가 있다면, 술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주말에 호암미술관 공부하러 가는 것 어떠세요?" 문화와 예술을 좋아하는 분들의 작은 모임에서 누군가 제안하자 선뜻 좋다고 응답한 것은 아주 오래전에 가 본 호암미술관이 궁금해서였다. 40여 년 전의 일이 생각나서다. 1982년 4월 용인 자연농원의 부지 한쪽에 이 미술관이 완공되어 개관기념으로 소장하고 있는 미술문화재를 공개한다고 했다. 당시까지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은 당대 최고의 미술품을, 심혈을 기울여 모아왔고 그것을 공개하겠다고 하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때였던 것이다. 그때 당시 KBS는 다른 언론사에 앞서 단독으로 작품들을 촬영하고 해설을 붙인 영상물을 만들어 정규 9시 뉴스 시간에 7분 30초란 시간 동안 내보낸 적이 있다. 그것을 위해 필자가 미리 사흘 동안 현지에 가서 촬영 취재를 했었고 그러한 최고의 수집품 공개에 따른 반향도 컸다. 그곳에 간다니 문득 어릴 때 소풍 가는 기분이었다. 다른 분들도 그랬단다. 나는 개관전 때 받은 명품도록, 40년 동안 이사 때마다 갖고 다니던 도록을 꺼내어 다시 보았다. 신축한 미술관 건물과 겸재의 인왕제색도를 각각 겉과 본체 표지로 쓴 것이 새삼스럽다. 그때는 자연농원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린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불도저 앞에서 학생들에게 삽을 잘 다루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주 놀라운 세계가 눈앞에 있습니다. 이전에 경험해 보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한 신세계지요. 그 중심엔 AI로 불리는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하고 지식을 체계화시키며 미술가조차도 감탄하게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며 심지어 동영상까지 제작합니다. 10초만 나의 음성을 들려주어도 내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고 ‘Deep Fake’는 우리 얼굴을 임의의 영상에 덧씌웁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굴러다니는 것은 이미 옛일이 되어버렸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똑똑한 기계가 출현해 있습니다. 지금도 드론은 사람을 죽이는 데 쓰여 전쟁의 ‘국면전환자(게임 체인저)’ 역할하고 있으니 전투 로봇을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총을 맞아도 끄떡없고, 물속이나 불 속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며 추위나 더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배고픔을 호소하지도 않으며 24시간 초집중을 하고, 자동차처럼 빠르며 야간 투시 능력이 있고 온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