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컬렉션. 컬렉션 곧 수집의 사전적 의미는 ‘미술품이나 우표, 화폐, 책, 골동품 따위를 모으는 일. 또는 모인 물건들’이다. 이렇게 건조하게만 정의할 수 없는 ‘컬렉션’은 그것을 모으기까지 한 발, 한 발 구도의 길을 걸어간 수집가들의 피와 땀이 응집된 보석함이다. 이 책 《컬렉션의 맛》을 쓴 지은이 김세종은 민화 수집가로 유명하다. 평창아트 대표로 국내 으뜸 민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자기나 제기 등 다른 골동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2018년 펴낸 이 책은 그가 털어놓는 자신의 수집 철학, 각고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수집의 미학,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소장 민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수집 철학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우선 ‘안목의 근육’을 기르려면 가짜 작품에도 많이 속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실패 사이에서 허우적대다가 비로소 마주치게 되는 것이 명품이다. 명품을 수집하려면 운도 따라야 하지만, 그사이에 수많은 가짜를 마주하며 길러진 ‘안목의 근육’이 있어야 한다. (p.91) 우연찮은 기회에 조그만 작품을 구입하였다 해도, 누가 작품을 좋지 않게 말하면 이내 작품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난 8월 26일(화), 일본 치바현 야치요시 다카츠 (千葉県八千代市高津)에 있는 일본 조동종사원 (曹洞宗寺院)인 관음사(観音寺)에서는 한일 두 나라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아주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을 틈타 8일(5명), 9일(1명) 조선인이 일본의 자경단(自警團)에 의해 학살되었는데 이들을 위무하기 1985년 세운 종각의 개보수가 필요하여 한일 양국의 시민들이 합심하여 개보수를 마친 기념으로 <조선인 희생자 위령 종루 '보화종루' 개수완공기념식(朝鮮人犠牲者慰霊の鐘楼 「普化鐘楼」 改修完工記念式)>을 연 것이다. 26일 오후 3시부터 관음사 경내의 보화종루(普化鍾樓) 앞에서 거행된 이날 행사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1부의 시작은 관음사 세키 타쿠마(関琢磨) 주지가 보화종루에 꽃을 바치는 개안공양(開眼供養)을 시작으로 조화선 선생의 살풀이춤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관음사가 자리한 야치요시(八千代市)의 시장 및 다카츠 특별위원회 위원장(高津特別委員会委員長) 등의 인사가 있었고, 한국측 대표로 유라시아문화연대 신이영 이사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곧이어 개보수된 보화종루 안에 있는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나는 가곡 부르기를 좋아한다. 시 가사와 가락이 감미롭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저녁 염불도 마치 가곡을 부르듯 읊조리곤 한다. 가곡은 중ㆍ고등학교 시절 접한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멀어졌지만, 다행히 한 복지회관 가곡반에 가면서 다시 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옆자리 여성분께 말을 건넸다. “아주머니, 언제부터 가곡을 하셨어요? 어려운 곡도 잘 부르시던데...”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올 초부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아주머니’라는 말을 쓰세요?” 순간 나는 당황해하며, “그러면 어떻게 불러야 하죠?” 하고 되물었다. “몰라요!” 하고는 그녀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아주머니’란 말이 뭐가 잘못됐지?”라고 생각하며 그 뒷모습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올 3월에 부탄을 취재차 방문했을 때였다. 안내자와 함께 길을 가던 중, 그가 현지 주민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호칭을 쓰는 방식에 호감이 갔다. 순간순간 그 의미를 물어 알 수 있었는데, 부탄은 전통문화를 소중히 지키는 나라답게 호칭 역시 옛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국과 비슷한 점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뒤 K 교수는 공과대학의 ㅍ 교수와 ㅎ 교수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미녀식당으로 갔다. 키가 훤칠하고 예쁜 종업원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자리를 잡은 뒤, 컵에 물을 따르는 종업원에게 사장님 계시느냐고 물으니 출타중이란다. “아가씨는 여기 종업원이냐?”라고 물으니 인접한 대학의 아르바이트 학생이라고 대답한다. 항공관광과 2학년 학생이라고 한다. 항공관광과란 스튜어디스를 배출하는 학과다. 스튜어디스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인기가 있는 직종이다. 요즘 새로운 추세는 전통적으로 인기가 있던 이공계열보다는 연극영화과, 신문방송과 등 연예계와 언론계에 사람이 몰린다. 탤런트나 영화배우를 모집하면 수천 명이 모여들어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다. 과거에는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등이 인기가 있었지만 이제 세상이 변하였다. 청소년들의 우상인 연예인 되기가 판검사 되기보다 훨씬 더 어렵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미녀를 보러 왔는데 미녀가 없으니 식사하면서 하는 대화가 약간은 김빠진 맥주 같다. 대화의 주제는 남자들의 단골 메뉴인 여자 이야기가 아니고 어쩌다 보니 바둑이야기가 나왔다. ㅍ 교수가 “러시아의 체스 최강자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16개의 대형 보가 만들어졌다. 강변의 모래밭은 사라지고 보의 상류에 16개의 커다란 호수가 생겼다. 단군 이래 가장 큰 토목사업이라던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돈은 22조 원이었다. 4대강 사업을 2011년에 준공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오랫동안 추적하여 만든 다큐 영화 <추적>이 2025년 8월 6일 극장가에서 개봉되었다. MBC 사장까지 역임했던 최승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거대한 거짓말, 17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이 영화에서는 4대강 사업 이후에 해마다 여름이면 녹조가 발생하여 사람과 물고기와 농작물과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최승호 감독은 영화 개봉과 함께 ‘4대강 재자연화를 촉구하는 10만인 서명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의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은 “4대강의 보를 철거해야 한다”라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 4대강의 보를 철거하자는 주장은 너무 과격하다는 것이다. 이왕 많은 예산을 들여서 만든 4대강 보를 유지하면서 개선책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모든 사람은 자신의 방식대로 아름답습니다. 마치 캔버스 위에 펼쳐진 다채로운 빛깔들처럼, 세상에는 저마다 다른 모습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흔히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을 외모나 재능에 한정시키곤 합니다. 잡지나 영화 속 완벽한 비율의 모델,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을 보며 우리 자신을 비교하고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적인 조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은 내면의 빛깔입니다. 따뜻한 마음씨, 긍정적인 태도, 끊임없이 배우려는 열정,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 등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더욱 깊고 진솔합니다.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맞춰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남들과 비슷해지려고 애쓰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남들과 비교하며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때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꽃들이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지난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캄보디아 바탐방(Battambang)에서의 시간은 선교 사역이 곧 축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언어의 벽은 노래와 몸짓, 그리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 앞에서 쉽게 무너졌다. 선교사역의 첫 시작은 공연 봉사였다. 신나는 찬양 율동이 시작되자 모두의 발걸음이 멈췄고 팬플룻의 독주가 바람처럼 울려 퍼지자 귀 기울여 듣기 시작하였다. 이어 미니가야금과 플룻, 신디사이저, 바순이 합주를 이루었다. 서로 다른 음색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낯선 이들의 마음을 묶어냈다. 특히 전통 민요 ‘아라삐야’를 편곡해 연주했을 때는 청중이 박수로 응답했고 곧 합창으로 이어졌다. 찬양과 율동은 국적과 언어를 뛰어넘어 하나의 몸짓으로 모였다. 이후 의료ㆍ어린이ㆍ미용ㆍ한복체험 봉사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의료 봉사는 내과와 치과, 한의과, 방사선과, 안과, 정형외과, 약국까지 갖추어 주민들을 맞았다. 환자들은 진료와 치료를 받은 뒤 복음을 들으며 몸과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약과 처방이 몸을 돌봤다면, 복음은 영혼을 어루만졌다. 미용 봉사는 머리를 손질하고 손톱을 다듬는 작은 섬김이었지만, 그 속에서 존엄과 웃음이 되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혁명가 김옥균을 제거하려는 조선 정부의 노력은 집요하고 절박했다. 그만큼 김옥균이 그가 처한 위험은 가팔랐다. 이번 글에서는 그 대목의 첫머리를 들추어 보려 한다. 1884년 12월 초 혁명에 실패한 김옥균 일행은 제물포(인천)로 황망히 몸을 피한다. 항구엔 치도세마루라는 일본 여객선이 정박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일본배. 천신만고 끝에 배에 도착했지만, 동행한 일본인들이 김옥균 일행의 승선을 가로막는다. 당장에라도 조선의 체포조가 들이닥칠지 모른다. 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그 순간 구원의 손길을 뻗힌 이는 일본배의 선장 쓰지 쇼사부로. 김옥균 일행을 밤중에 몰래 승선시켜 선창에 숨겨 준 것이다. 다음날 12월 9일 영의정 심순택의 지시로 묄렌도르프(독일인으로 외교부 차관격이었지만, 실제로는 전반적인 외교업무를 관장)가 이끄는 조선군이 제물포항에 들이닥친다. 묄렌도르프는 일본 공사 다께조에게 반역자들을 당장 넘겨달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다께조에는 김옥균과 한양에서 같이 도망하여 승선해 있는 상태다. 말하자면 구명선을 같이 탄 처지다. 김옥균 일행은 설마 다케조에가 자신들을 조선군에게 넘겨주리라고는 상상하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가을 오는 소리 가을은 남자 계절이라 했나 (돌) 뿌린 것이 있어야 거둘텐데 (달) 산과 들길에 열매 익는 소리 (심) 툭툭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 (빛) ... 25.8..23. 불한시사 합작시 시가 쓰일 만한 세월이 아니라서 그런가. 써놓고 보니 시 같지도 않고 더욱이 가을의 맛도 우러나지 않는다. 꼭 아람이 벌어지지 않고 떨어져 있는 빈 밤송이들 같다. 시란 작자의 심정을 반영한다. 우리가 당면한 이 기후 변화가 얼마나 삶을 황폐하게 할지, 이 삶의 예측못할 혼란들이 또 얼마나 우리들 마음을 흐트러 놓을지. 처서가 지나가는 이 시절에도 이 가을은 노래가 되지 않는구나.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왕실 이야기. 예나 지금이나 최고 권력자 주위의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끈다. 밝은 빛처럼 시선을 모으는 권력의 속성처럼, 임금과 그 주변의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역사에 기록되고 회자하였다. 다만 정보의 통제가 엄격했던 옛날에는 덜 알려지고, 지금은 더 많이 알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박영규가 쓴 이 책, 《조선시대 왕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왕실 사람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임금과 세자는 어떻게 지내고 왕후와 후궁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막연히 사극으로만 보던 왕실 사람들의 생활을 마치 옆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왕비 간택과 외척에 관한 이야기다. 간택은 왕실에서 혼인을 앞두고 혼인 후보자들을 대궐 안에 불러 배우자를 뽑던 제도다. 고려 때만 해도 이런 제도 없이 상궁을 앞세워 중매하는 형식으로 혼인했지만, 조선시대 들어서는 간택을 통해 일종의 ‘선발’을 했다. 태종은 신하 이속이 왕실과의 중매 혼인을 거부하자 괘씸하게 여기고 ‘간택령’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왕실의 혼인을 위해 간택을 할 때는 먼저 전국에 금혼령을 내리고, 비슷한 나이의 자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