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시즈오카현 누마즈(静岡県 沼津) 나들이를 함께 했던 이토 노리코 씨가 그제(22일) 첫눈 쌓인 후지산 사진을 라인으로 보내왔다. 누마즈는 항구 도시로 부산 자갈치 시장 같은 곳이라고 해야할까? 지난해 여름방학 때, 누마즈에서 30여 분 떨어진 미시마(三島)에 사는 노리코 집을 찾았을 때 다녀온 곳이 누마즈였다.
노리코 씨는 도쿄(신간센으로 미시마까지는 약 3시간 거리)에서 종종 찾아오는 자기 친구들을 데리고 누마즈항구로 가서 회도 먹고 전망대 구경도 한다고 했다. 항구 도시답게 횟집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자갈치 시장 같이 사람들이 넘쳐나는 횟집 분위기는 아니었다. 식당은 어시장 큰 건물 2층에 있었는데 식당으로 향하는 조붓한 복도에는 참치 등 커다란 물고기 사진들이 즐비했던 기억이 난다.
“이곳이 후지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에요. 그러나 이런 여름철에는 후지산이 선명히 보이는 날이 적어요. 더욱이 오늘은 날이 흐려 유감스럽게도 후지산을 보기 어렵네요.” 노리코 씨는 식사를 마치고 나와 항구 건너편에 정면으로 보이는 후지산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 대신 전망대에 올라가 후지산 쪽을 향해 세워둔 ‘후지산 사진’으로 만족해야 했다.
싱싱한 회와 항구의 짭조름한 바다 내음, 그리고 먼발치의 후지산 조망 등의 기억이 있는 내게 눈 덮인 후지산의 모습은 신선했다. 노리코 씨는 사진과 함께 ‘첫눈 내린 후지산’ 기사가 실린 시즈오카 신문의 인터넷판까지 보내왔는데 기사를 읽어보니 그제(22일) 내린 눈은 예년에 견줘 20여 일 늦은 것이라고 한다.
보통 후지산 정상의 첫눈은 10월 초순에 내린다. 올해도 올해지만 지난해(2024)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무려 예년보다 1달 이상이 늦어진 11월 7일에야 첫눈이 내리는 바람에 각 언론에서는 지구온난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지난해 11월 들어 첫눈이 내린 것은 1894년 일본의 기상관측 이래 1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첫눈 내리는 시기는 앞으로 더욱 늦어질지 모르겠다. 그건 비단 일본의 일만은 아닌 듯하다.
지구온난화는 첫눈 내리는 시기를 늦추는 것 말고도 해수면 상승, 극심한 기상 이변(불볕더위, 큰비, 가뭄, 물난리, 산불) 등으로 생태계 변화 및 농업생산성을 현저히 감소시킨다. 그렇게 되면 식량 부족, 물 부족 등으로 이어져 인류의 삶을 위협한다. 이런 암울한 마음으로 첫눈을 곱게 뒤집어쓴 후지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름다움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