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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시사 합작시 44. 가을 강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가을 강

 

     시월의 저 강물 쓸쓸하구나 (달)

     낙엽으로 용비늘 걸쳤으니 (빛)

     하늘로 날아오름도 슬프다 (심)

     높이 오른 용 뉘우침 있으니 (돌)

                              ... 24.10.17. 불한시사 합작시

 

 

 

 

 

한가위도 지나고 찬 이슬 내리는 한로(寒露) 절(節)이다. 곧 이어질 절기는 만물이 스러지는 상강(霜降), 본격적으로 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계절이다. 서릿발이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초목(草木)을 시들게 하고, 단풍잎은 누렇게 물들다 흩날린다. 며칠째 내린 가을비가 기온을 낮추어, 산방(山房)에서는 한기가 더욱 사무친다.

 

상경한 김에 시우(詩友)들과 함께 양수리 벗을 찾았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서로 만나 나룻터를 이룬 섬두랫길을 따라, 따스한 햇살 속을 천천히 걸었다. 그곳 다산(茶山)의 시가 바위에 새겨져 있었기에, 그 운(韻)에 화답하여 동이문(東夷文, 漢文-한문의 근원은 갑골문 따라서 우리 겨레의 동이문이라고 생각한다.)으로 한 수를 지었다.

 

주역(周易)의 건괘(乾卦) 첫 효(爻)인 초구(初九)에 “잠룡(潛龍)이니 헛되이 쓰지 말라(勿用)” 하였고, 이어 둘째 효인 구이(九二)에는 “용이 밭에 나타난다(見龍在田)” 하였다. 셋째 효인 구삼(九三)은 “군자(君子)가 종일(終日) 부지런히(乾乾) 조심한다”라고 했으며, 마지막 효인 상구(上九)에 이르러서는 “항룡(亢龍)은 후회가 있다(有悔)”라고 경계하였다. 이는 곧 만물의 도(道)와 같아서, 지나치게 높이 오른 자는 마침내 후회(悔)를 면치 못한다는 뜻이다. 문언전(文言傳, 주역 한 부분)에 “진퇴와 존망을 알아 그 바름을 잃지 않는 자, 그가 성인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군자란 곧 그 성인을 본받는 사람이다.

 

이번 합작시 <가을 강>에서 ‘용비늘(龍鱗)’은 건괘(乾卦)의 상징을 품고 있어, 하늘로 오르다 결국 뉘우침에 이르는 인간의 한계(限界)를 노래한 것이 되었다. 오늘의 세상 또한 그러하니, 이 가을의 쓸쓸함이 더욱 서글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라석)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