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ZDA-110-3-15-1’ 암호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코드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때 화재 경보 시스템이 알린 위치정보였다. 동료 대신 추가 교대 근무를 서던 경비원은 이 코드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 우리 삶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누군가가 디자인한 것들이다. 작가는 노트르담 대성당 비극의 원인이 복잡하게 설계된 화재 경보 시스템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사용자의 관점을 무시한 채 디자이너의 생각만 담은 잘못된 디자인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있다. 또한 훌륭한 디자이너가 프로젝트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고 확인하며 성공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염두에 둘 것을 제안한다. 1. 무엇을 개선하고자 하는가? 2. 누구를 위해 개선하려고 하는가? 3. 당신의 디자인 결정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4. 당신이 한 일로 현재 혹은 미래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책은 디자이너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디자인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색다른 관점과 반짝반짝한 영감을 안겨줄 신선한 지침서이다.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SNS,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사적인 기록을 쓰는 일기의 도구는 종이부터 인터넷매체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일상의 기록은 사적인 영역을 넘어 타인과 공유되고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거의 조상들은 무엇을 위해 기록을 남겼을까? 저자 박영서는 김령, 김광계, 노상추, 오희문, 윤이후 등 조선 시대를 살다간 8명의 일기를 통해 그들 개인의 역사와 함께 그 시대의 생활상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김령의 '계암일록'에는 부정이 난무하는 과거 시험장의 모습이, 노상추의 ‘노상추일기’에는 어렵사리 얻은 관직에서 겪는 호된 신고식 문화로 지친 마음이, 이문건의 ‘묵재일기’에는 손자의 글공부에 열을 올리는 할아버지의 속앓이가 담겨 있다. 8가지 주제로 엮은 일기의 내용은 주체자인 양반들의 속사정과 함께 역사 속 백성과 노비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8월의 한여름, 이 책이 전하는 조선 시대 보통의 이야기에 빠져보길 권한다.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태어나고 자란 섬을 떠나려고 하지만 결국 섬으로 돌아와 섬사람으로서 성장하는 바뢰이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면서 생생하게 그린 북유럽 소설이다. 갇힌 섬 속에서 쌓여가는 시간의 속도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듯이 이 책에서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 모든 것이 생존이며 삶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가족의 성을 따서 이름 지어진 바뢰이섬. 그 섬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으면서도 부두를 만드는 꿈을 꾸는 한스, 섬을 떠나 본토에서 교육을 받고 더 넓은 세계에 눈을 뜬 잉그리드. 바뢰이 가족은 섬과 함께하며 지속적인 생존을 꿈꾼다. 바뢰이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채워가는 이들의 건강하고 우직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지내던 ‘독고’ 씨는 우연한 기회에 청파동 골목길에 위치한 염 여사의 작은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던 그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염 여사, 천천히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편의점 직원들과 그곳을 찾는 다양한 손님들과의 소통 덕분에 그는 자신의 상처를 돌아볼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돈 안 되는 가게를 접지 않는다는 사장님의 참 어른다운 마음과, 한겨울 야외테이블에서 술 한 잔을 기울이는 손님에게 내미는 온풍기의 따스함은 녹록하지 않은 삶으로 지쳐 있는 이들을 어느 순간 VIP로 만들어 준다. 이 소설은 손님이나 직원이나 잠시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머무르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행복은 결국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 가족과의 갈등, 인생의 고독함으로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 반드시 『불편한 편의점』에 들러 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긴 싸움을 하며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신의철, 21세기북스)》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는 크게 바이러스, 백신, 면역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 몸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란 무엇인지, 신종 바이러스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주고,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백신의 역사도 소개한다. 우리는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병원성 미생물에 맞서는 저항반응인 면역반응 원리를 각자 몸 안에 가지고 있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경험 속에서 얻은 집단면역의 교훈처럼 인류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면역반응원리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기를 제안한다. 이 책은 바이러스 면역학자가 들려주는 몸속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의학, 과학 관련 소재들을 다양한 사례, 그림, 도표를 통해 쉽게 전달하는 한편 자문자답의 형식은 ‘바이러스 VS 면역 전쟁’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시의적절한 시도이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지구의 이상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은 상승하고 정치적으로 분열된 대격변이라 부르는 사건 이후 한 섬나라의 모든 해안선에는 국경과도 같은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세워진다. 장벽을 넘어 육지 안으로 오려는 침입자 ‘상대’로부터 벽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 신입 경계병 카바나는 2년간의 임무를 무사히 마친다면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침입자를 막아내지 못하고 임무에 실패한다면 벽 너머 육지가 없는 바다로 추방될 것이다. 추위, 콘크리트, 차가운 두려움 앞에서 그는 무사히 2년을 버틸 수 있을까? 존 란체스터의 소설 『더 월』은 가까운 미래를 그린 소설이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 경제 갈등 속 세워진 멕시코-미국 장벽 등 꽤 아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만 남은 황폐한 지구에서 미래의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우리가 배우는 과학지식은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휴대폰, 백신, 인공장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접하는 과학지식과 그 응용기술은 모두 연구의 산물이며 과학기술 연구의 8할은 실험이고, 대부분의 실험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험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 문외한에게는 폭탄 머리 과학자가 투명한 기구에 담긴 괴상한 액체를 관찰하며 밤새우는 신비한 공간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 책은 실험실의 기원과 역사, 실험실에 존재하는 인간과 비인간 그리고 연구윤리의 문제, 공간으로서의 실험실의 특성 등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를 생기 넘치는 삽화와 함께 담고 있어 실험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안내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실험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는 과학의 존재가 선명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이 책은 고려의 문신 이규보의 시문집인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2천 편이 넘는 수많은 시들 가운데 꽃과 나무, 과일과 채소를 읊은 시를 골라 소개한다. 시 속에 등장하는 식물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800여 년 전 고려인들의 식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식물에 붙여진 이름의 유래나 전해 내려오는 일화를 통해 현재 우리의 일상에 꽃과 나무가 어떤 상징물로서 함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에 따르면 ‘많은 남자 중 유일한 여자’ 또는 ‘여럿 중 오직 하나의 이채로운 것’을 뜻하는 ‘홍일점’이란 용어는, 꽃받침이 발달하여 작은 종 모양을 이루며 끝이 여러 개로 갈라지고 여섯 장의 꽃잎이 진한 붉은 빛으로 피는 석류꽃을 본 송나라 왕안석이 “짙푸른 잎사귀 사이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꽃”이라고 읊은 데서 유래한다. 그리고 동전을 닮은 꽃 ‘금전화’는 노란색이 너무 선명해 ‘금으로 된 부처님’이라는 뜻의 ‘금불초’라고도 불린다. 조경기사인 저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곁들여 식물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식물마다 그것을 키우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어 식물의 생육 특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을 통해 흔히 볼 수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심리학책을 수십 권 읽고 ‘자존감’과 ‘인간관계’를 주제로 한 강좌를 수없이 들어도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고 대인관계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인생이 늘 그 모양 그 꼴에 제자리인 이유는 또 뭘까? 자신의 시선이 아닌 남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감정과 태도조차 누군가에게 휘둘리거나 조종당하기 때문이다. 자기 내면의 근원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은 채 가벼운 인간관계 스킬만 익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존감과 인간관계에 관한 몇 가지 잔기술과 노하우만으로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다.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는다. 삶이 달라지 않는다. 이는 복통을 치료한답시고 배에 연고를 바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자신감 없는 내 모습’은 나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들고, 그렇게 믿도록 나에게 강요한 허상일 뿐이다”라고 귀띔한다. 잠시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나의 약점을 간파한 누군가가 내가 강점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도록 조종하지 않는가?’ ‘내 안의 죄책감을 눈치챈 사람이 내가 자존감을 높이지 못하도록 조종하지 않는가?’ ‘나의 자신감 없음을 꿰뚫어 본 사람이 내가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조종하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 지구에서 가장 오염된 산이라는 오명을 갖게 된 에베레스트산, 넓은 대양을 돌고 돌아 북극까지 도달한 플라스틱, 지구 밖 달까지 이른 인류의 쓰레기들. 인간은 환경을 지속적으로 오염시켰고 이제 인간마저 오염될 위기에 처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쓰레기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에 컬러 사진과 이미지들을 결합해 백과사전식으로 구성한 이 책은,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폐기물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 폐기물을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비닐봉지를 빙산으로 표현한 역설적인 표지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쓰레기의 예술적 측면을 조명해보는 섹션에서는 그 여유와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전례 없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후세에 떠넘기게 된 오늘날, 우리나라만 돌아보아도 COVID-19로 인해 일회용 마스크와 배달 일회용기의 사용이 급증한 탓에 미래 환경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지구 환경과 인류의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이, 이제 막 이 책의 첫 장을 열게 될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