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근엄한 유학자로 알려진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가 19살에 금강산에 들어가 불도를 닦은 일은 유명하거니와 그때 너무나 멋진 경치에 흠뻑 빠져 한 줄에 5자씩 600줄(句)의 장편시를 지어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칭송한 적이 있다. 한자 글자로 3천 자나 되는 엄청난 길이의 이 시에서 율곡은 이런 멋진 산을 세계에 알릴 문인이 없어 금강산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일만 이천의 봉우리가 눈길 닿는 데마다 모두 맑기만 하여라 아지랑이는 휘몰아친 바람에 흩어지고 우뚝한 봉우리는 푸른 허공을 버티었네.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기쁜데 더구나 산에 다니며 보는 것이랴 흔연히 지팡이를 잡았는데 산길은 다시 끝이 없어라 (중략) 천지 사이에 생겨난 온갖 만물들은 누가 그 자취를 오래 전할 수 있었겠는가 두자미는 동정호에서 시를 썼고 소동파는 적벽부를 지었다 모두가 큰 솜씨의 문장을 빌려 가지고서 훌륭한 이름이 내내 사라지지 않았느니 .... 이이(李珥), 풍악산을 읊다 율곡이 아쉬워한 '천하제일' 금강산이 마침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금강산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의 유산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유상곡수(流觴曲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달) 붙쇠 기름에 꽃전을 띄우면 (빛) 시읊어 시름 달래는 풍류객 (돌) 시흥에 겨운지 절로 어깨춤 (심) ... 25.7.9. 불한시사 합작시 물에 쇠잔이 뜰 리가 만무한데, 이처럼 얕고 작은 도랑물에 술잔이 뜨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국민학생(지금 초등학생) 때 경주 수학여행 가서 포석정(鮑石亭)을 보고 든 의문이었다. 돌아와 할아버지께 여쭈었더니, "쇠잔이 아니고 뿔잔이란다" 하시며, 붓으로 '유상곡수(流觴曲水)' 네 글자를 한자로 써 보여 주셨다. 굽이친 물(曲水)에 술잔을 띄운다(流觴)는 뜻이었다. 잔이란 글자의 상(觴)에 뿔(角)이 들어가 있었다. 살펴보면 유상곡수의 풍류는 포석정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유상곡수 풍습은 삼월 삼짇날 흐르는 물에 잔을 띄워 그 잔이 자기 앞에 오기 전에 시를 짓은 풍류놀이었다. 우리말의 잔치가 잔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지만, 잔을 가리키는 한자어는 잔(盞), 배(盃, 杯), 상(觴)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하다. 나무나 토기 대신 천연 그대로 잔을 깎아 만들기에는 뿔이 가장 쉬웠으리라. 가볍고 깨지지 않으며 갖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간밤에 그렇게 내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갠 파란 하늘이 더 맑게 느껴집니다. 바짝 말랐던 땅을 넉넉하게 적시고도 남을 만큼 내렸지만 한 이틀은 내릴 수도 있다는 날씨 알림과 달라서 좀 서운하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밖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뜨거운 햇볕이 더 반갑지 않을 것 같아 구름이라도 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넘이'입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해넘이'는 '해가 막 넘어가는 때. 또는 그런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고 많은 분들이 많이 쓰시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과 맞서는 말인 '해돋이'도 잘 알고 잘 쓰시는 말일 것입니다. 뜻을 풀이하고 있는 말에도 나오지만 '해넘이'라는 말은 '해가 넘거 가는 때'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해가 막 넘어 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두 가지 뜻이 있는데 나날살이에서는 "해넘이를 보았다."처럼 '해가 막 넘어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쓰는 것 같긴 합니다. "우리 0시에 만나자"라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해가 막 넘어 가는 때'라는 뜻을 살려서 "우리 해넘이 무렵 만나자."라고 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황과 이이. 우리 역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긴 학자이자 관료였던 두 사람은, 놀랍게도 동시대 인물이었다. 물론 이황이 서른다섯 살 연상으로 아버지뻘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만나기도 하고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며 교유했다. 정춘수가 쓴 이 책, 《이황과 이이의 공부 대결》은 두 사람이 걸었던 길을 보여주며 서로 비슷했던 점과 달랐던 점을 톺아낸다. 수백 년이 지나 후손들이 쓰는 지폐의 주인공이 될 만큼 지대한 영향을 자랑하는 이황과 이이, 두 사람이 추구했던 삶의 지향과 행적을 견줘보는 재미가 있다. 우선 둘의 공통점은, 공부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는 점이다. 양반들의 진로가 ‘과거 합격’으로 정해져 있던 조선시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과거에 합격해서 조정에 출사한 이들은 모두 수재였지만, ‘합격을 위한 공부’만 했던 이들은 출사한 뒤에는 공부와 멀어졌다. 그들이 위대한 학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조정에 출사한 뒤에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학문을 연마한 덕분이다. 학문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그 바탕이 되었다. 사실 벼슬이 더 적성에 맞지 않았던 쪽은 이이보다 이황이었다. 이황이 1536년, 벼슬살이를 위해 한양으로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히말라야 산자락에 있는 부탄은 평균 해발 2,000m의 고산 지대에 자리잡은 나라다. 하늘과 가까운 지형 때문인지, “금방이라도 용이 하늘을 가르며 나타날 듯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청정하고 쾌적한 환경은 신성한 존재가 머물기에 더없이 적합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부탄의 건국 신화에서부터 불교 의례와 국가 상징까지 용에 얽힌 전승(傳承)이 유독 풍부하다. 이를 대변하듯 부탄 국기의 중앙에는 승천하는 백용(白龍)이 그려져 있다. 드높은 산과 희디흰 뭉게구름, 그리고 하늘과 맞닿은 지형 위에 살고 있다는 전설 속 존재가 실체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부탄은 직항이 없어, 네팔이나 태국 방콕을 경유해야 들어갈 수 있다. 방콕에서 부탄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부탄의 국영 항공사 ‘드룩에어(Drukair)’다. 이 항공기의 꼬리 날개에는 용이 그려져 있으며, 이 '드룩(Druk)'은 ‘천둥의 용(Thunder Dragon)’을 뜻한다. 곧 ‘드룩에어’는 ‘용의 나라 항공’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부탄의 정체성과 용의 상징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용에 대한 숭배는 비단 부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날도 K 교수는 아내와 2시간 뒤에 할인점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K 교수는 2층에 있는 책방에 들렸다. 신간코너에 가서 이책 저책 들여다보기도 하고, 여행에 관한 책과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둘러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수필 코너에 가보니 앗, 《진하게 블랙으로》라는 책이 눈에 띄지 않는가! 단 한 권 남은 책을 꺼내어 보니 출판년도가 1991년으로 찍혀져 있었다. 아마도 절판되기 전 마지막 한 권이 몇 년 동안 K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표지를 넘기다 보니 미스 K의 젊었을 때 사진이 전면에 나타났다. 눈이 아주 총명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K 교수는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고 책을 샀다. 나온 지 7년이 지난 1998년에 책의 정가는 3,800원이었다. 소설은 6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장의 제목이 평범하지 않고 특이했다. 제1장 조금 슬프게 제2장 조금 부드럽게 제3장 조금 화려하게 제4장 더 세게 제5장 조금 가볍게 제6장 다시 처음부터 추상적인 장 제목을 읽으면서 K 교수는 불경스럽게도 선정적인 내용을 연상하였다. 집에 들어온 K 교수는 밤새워 책을 통독하였다. 쪽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제 해껏 바람이 불었으면 했던 제 바람이 이루어졌습니다. 밤에는 바람을 맞으며 걷기가 힘들 만큼 세게 불었고 오늘 아침에도 한들한들 나뭇가지가 흔들거릴 만큼 여리게 불다가 가끔은 나무가 흔들릴 만큼 세게 불고 있어서 한결 시원해서 좋습니다. 여러분이 계신 곳의 날씨는 어떤가요?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나다'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고 쓰시는 '해내다'를 잘못 쓴 말이 아니랍니다. 아주 쉽게 생각하면 이 말의 뜻을 바로 어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나다'는 말보다는 '해가 나다'꼴로 많이 쓰기 때문에 '해나다'는 말이 낯설게 느끼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날씨가 흐리지 아니하고 개다'는 뜻도 있고 '해가 구름 속에서 나와 볕이 나다'의 뜻도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해가 나다'는 말과 바로 이어지는 것은 둘째 뜻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요즘 날씨가 오란비(장마)철 답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하고 또 들으실 겁니다. 오란비(장마)철에는 해난 날이 많지 않은데 요즘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이렇게 해난 날도 다음 이레(주)가 되면 좀 달라질 거라고 합니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네 번째 목표는 지역 발전이다. 4대강에 보를 막으면 상류에 호수가 만들어진다. 호수를 이용하는 각종 레저ㆍ관광 시설을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강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에 찬성하였다. 강 주변 주민들이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니 지역구 국회의원들 역시 4대강 사업을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주변 여러 도시는 새로 만들어진 호수를 중심으로 하여 자동차 캠핑장과 체육시설, 수상 레저 시설 등을 만들었다. 금강 유역의 여러 도시도 수상 레저 시설을 만들었다. 이러한 위락 시설을 많은 사람이 이용해야 지역 발전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복병이 나타났다. 수상 위락 활동을 하는 시기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여름철은 수온이 높아져 녹조가 증식하는 계절이다. 녹조가 번성하여 냄새가 나고 녹조라떼처럼 보이는 녹색 강에서 수상 위락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2021년 8월 25일 탐사 전문 매체 뉴스타파의 보도 <예고된 죽음: 4대강 10년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딸기, 체리, 코코넛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동물의 위장을 거쳐야 싹이 잘 나는 식물입니다. 식물들은 무조건 맛있는 열매를 동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물의 위장을 매개로 해서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한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새뿐만 아니라, 곤충, 심지어 물고기와 같은 다양한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식물도 있습니다. 앵두는 새들이 열매를 먹고 씨앗을 멀리 떨어진 곳에 배설하면서 번식하고, 블루베리는 곰의 도움을 받습니다. 특히 일부의 식물은 동물의 위장에서 소화과정을 거쳐야 딱딱한 껍질이 부드러워지고 그것이 발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부 씨앗은 발아를 위한 특정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잠 자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동물의 위장을 통과하면서 씨앗 내부의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 휴면 상태가 깨어나고 발아가 시작될 수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동물은 씨앗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켜 새로운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새들은 딸기와 체리를 먹고 멀리 날아가 배설하며, 배설된 코코넛은 바닷물을 타고 다른 섬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씨앗은 동물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 퍼져나가고, 그곳에서 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은 어제보다 바람이 더 세게 불어서 햇볕도 덜 뜨겁다는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하늘에는 구름 하나 없어서 아침 해라고는 하지만 뜨겁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이렇게 해껏 바람이 불어 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끔하다'입니다. 이 말을 듣거나 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말이고 나날살이에서도 더러 쓰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보신 분들이 계시지 싶습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조금 하얗고 깨끗하다'라고 풀이하고 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사물이나 그 빛이)곱고 조금 희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풀이를 보더라도 '해끔하다'는 우리가 흔히 쓰는 '희다', '하얗다'라는 말과는 말맛과 속살이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우리말이 다른 나라 말과 다른 것이라고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희다', '하얗다'라는 말이 있어 그냥 '희다', '하얗다'라고 해도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해끔하다'라거나 이보다 더 느낌이 큰 말인 '희끔하다' 라는 말로 그 맛과 느낌을 달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말집(사전)에 있는 보기월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