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물가의 정자[水閣] - 임황(任璜) “수풀 사이 샘에서 발을 씻고서 (濯足林泉間) 흰 바위 위에 편하게 누웠네 (悠然臥白石) 새소리에 문득 꿈을 깨고 보니 (夢驚幽鳥聲) 저무는 앞산 가랑비에 젖고 있네 (細雨前山夕)“ 지난 7월 무덥다는 절기 소서와 대서, 그리고 잡절인 초복과 중복을 지냈다. 어제 8월 2일 아침 10시에는 날씨정보를 제공하는 케이웨더(주)가 일부를 뺀 온 나라 대부분에 ‘폭염특보’를 내렸다. 기상청이 제공한 폭염특보 발효 지도를 보면 온 나라 대부분이 온통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다. 하루 가운데 가장 높은 체감온도가 35℃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린다는 ‘폭염특보’, 그만큼 우리는 불볕더위에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던 조선시대, 옷을 훌훌 벗어버릴 수도 없던 선비들은 어떻게 여름을 났을까? 그들은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을 더위를 물리치는 으뜸 방법으로 여겼다. 거기서 조금 나가면 물가에서 발을 씻고(탁족) 널따란 바위에 누워 잠이 드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9세기 동산양개 선사는 ”더위를 피하려면 너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라고 했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狂噴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미친 듯이 흘러 첩첩 바위 때리며 겹겹 봉우리를 향해 소리치니 지척에 있는 사람 소리도 알아듣기 어렵구나 속세의 시시비비 소리 귀에 닿을까 항상 걱정되어 일부러 흐르는 물로 온 산을 감싸 버렸구나 신라말 명문장가 고운 최치원(857 ~ ?)의 시입니다. 제목을 <제가야산독서당>으로 한 것으로 보아, 말년에 가야산에 은거하면서 쓴 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운은 해인사에 머물면서 홍류동 계곡에서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시 내용으로 보아 고운은 책을 읽던 독서당에서 귀를 멍멍하게 소리를 지르며 내닫는 계곡물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상이 떠올라 이 시를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고운은 물소리를 들으며 속세의 시시비비 소리 귀에 닿을까가 걱정되어 일부러 흐르는 물로 온 산을 감싸 버렸다고 하는군요. 왜? 속세의 연을 완전히 끊지 못하고 자꾸 바깥 속세의 소리에 귀를 쫑긋거려서? 아니면 속세를 잊고자 하나, 계속 고운을 쫓아오는 속세의 소리를 굳게 차단하고 싶어서? 하여튼 가야산은 흐르는 물로 온 산을 감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무식한 무리들이 요사스러운 말에 혹하여, 질병이나 초상이 있으면 즉시 야제(野祭, 길가나 들에서 지내는 제사)를 행하며, 이것이 아니면 이 빌미[祟, 재앙이나 병 따위 불행이 생기는 원인]를 풀어낼 수 없다고 하여, 남녀가 떼를 지어 무당을 불러 모으고 술과 고기를 성대하게 차리며, 또는 중의 무리를 끌어오고 불상(佛像)을 맞아들여, 향화(香花)와 다식(茶食)을 앞에 벌려 놓고는 노래와 춤과 범패(梵唄)가 서로 섞이어 울려서, 음란하고 요사스러우며 난잡하여 예절을 무너뜨리고 풍속을 상하는 일이 이보다 심함이 없사오니, 수령들이 엄하게 금하고 다스리되, 만일 범하는 자가 있으면 관리와 이(里)의 정장(正長)ㆍ색장(色掌) 등을 함께 그 죄를 다스리게 하옵소서.“ 위는 《세종실록》 53권, 세종 13년(1431년) 8월 2일 기록으로 사헌부가 백성들이 길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과 무당이 하는 굿 그리고 불공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고 임금께 아뢰는 내용입니다.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성했지만, 조선시대는 성리학이 나라의 근본이 되면서 불교를 억압하기 시작했으며, 그 바람에 큰 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시인 - “아프고 힘들지 않고 열리는 열매는 없다고, 정말 그렇다고” – 이해인 시인- “길은 네 마음에다 물으라, 해답은 네 마음에서 들으라, 시비는 네 마음에서 밝히라, 진실은 네 마음에다 구하라” – 구상 시인 - 국내 시인들 가운데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시인들의 생명, 희망, 위로의 치유 시들이 어린이 K인문동요로 탄생한다. 경기도 전문예술단체 랑코리아(박성진 대표)가 8월 24일 낮 3시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너의 하늘을 보아’ 가족공연을 올린다. 근래에 휘발성 강한 K팝의 영향으로 어린이를 위한 기존 동요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는 가운데 인문학 K팝페라를 선도하는 <듀오아임>과 <랑코리아>가 어린이 노래동아리 <참빛친구들>과 함께 기획한 신개념 가족공연이다. 새로운 풍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 부르는 ‘K인문동요’라는 신선한 깃발을 들어올리는 공연이다. 뒷것 고 김민기 선생이 스승으로 따랐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생명협동 뮤지컬 <빛이 된 사람들>에 삽입된 주옥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이재필)는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최영창)과 8월 5일부터 9월 8일까지 ‘고궁 속 아름다운 한복 이야기’를 주제로 한 사진 공모전을 연다. ‘고궁 속 아름다운 한복 이야기’ 사진 공모전은 오는 10월 열리는 「2024년 제10회 가을 궁중문화축전」(10.9.~10.13.)의 하나로, 고궁에 관한 관심을 환기하고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번 공모전은 대한민국 국민이거나 국내에 사는 외국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최근 1년 이내에 4대궁(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과 종묘에서 한복을 입고 찍은 인물 사진을 제출하면 된다. 공모 기간은 오는 5일부터 9월 8일까지이며, 공모전 누리집(www.한복이야기사진공모.com)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1인당 출품할 수 있는 작품 수는 많아도 2점이다. 자세한 사항은 궁능유적본부 누리집(royal.khs.go.kr) 또는 궁중문화축전 누리집(kh.or.kr/fest)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공모전 누리집은 8월 5일부터 접속 가능 제출된 작품에 대해서는 1, 2차 심사를 통해 모두 50개의 작품을 뽑으여 상장과 상품을 준다. ▲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아래 공진원)은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와 함께 8월 1일(현지시각)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 메종 드 라 쉬미(Maison De La Chimie) 에서 ‘한국의 날’ 사전행사로 한복 패션쇼를 열었다. 행사는 ‘한 여름날 어린 소녀의 나들이’라는 주제로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했던 소녀가 2024년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를 방문한다는 상상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단의 승리를 기원하고 축하의 의미를 담은 내용으로 기획됐다. 서영희 스타일리스트가 예술감독으로 연출을 총괄하며 국내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김인자, 김지원, 김혜순, 송혜미, 유현화, 이혜순 모두 7인이 한국 복식을 기반으로 표현한 한복과 일상의 예복으로 디자인한 한복 등을 파리 현지에서 활동하는 모델 20인을 통해 선보였다. 공진원 장동광 원장은 “문화, 예술,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한복 패션쇼를 통해 나라 밖 한복문화 확산의 기반을 다지는 한편,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단의 선전을 응원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공진원 누리집(www.kcdf.or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8월 9일부터 8월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는 산문연극극장 - <순항 중> 공연이 열린다. 산문연극극장은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가 10년 넘게 시도해 온 '문장을 발화하는 연극의 완결판이다. 2011년부터 여러 시즌 동안 기획해 온 "단편소설 입체낭독공연에서는 기성의 소설 문장을 낭독하는 행위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 이번 산문연극극장에서는 문학과 연극의 혼종으로서 산문글을 새로이 창작하고 그 문장들을 배우가 연기하는 언어적 재료로 삼아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극장의 시간을 빚어내고자 한다. <순항 중>(강민백 작/연출)은 그런 산문연극극장의 첫 작품이다. 이후 10월에는 윤성호 작, 연출의 <화성에서의 나날들>, 12월에는 전진모 작, 연출의 <산문 극장 연습이 이어질 예정이다. 산문연극 <순항 중>은 '(항해를 위해) 배를 풀다'라는 뜻의 '해선'에서부터 '(항해가 끝난 후) 배를 묶다'라는 뜻의 '계선'에 이르기까지 각기 독립적 성격을 지닌 1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을 쓰고 연출을 하는 강민백은 “각 장은 때로는 철학적, 문학적 산문의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요즘은 전화와 문자 메시지 같은 전자말에 밀려서 글말 편지가 나날이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하지만 알뜰한 사실이나 간절한 마음이나 깊은 사연을 주고받으려면 아직도 글말 편지를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글말 편지라 했으나, 종이에 쓰고 봉투에 넣어서 우체국 신세까지 져야 하는 진짜 글말 편지는 갈수록 밀려나고, 컴퓨터로 써서 누리그물(인터넷)에 올리면 곧장 받을 수 있는 번개말(이메일), 곧 번개글말 편지가 나날이 자리를 넓히고 있다. 글말 편지거나 번개말 편지거나 편지를 쓸 적에 흔히 쓰는 말이 ‘올림’ 또는 ‘드림’인 듯하다. 전자말 편지는 봉투를 따로 쓰지 않으므로 ‘올림’이든 ‘드림’이든 편지글 끝에 한 번 쓰면 되지만, 글말 편지는 편지글과 봉투에 거듭 쓰게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편지글 끝에 ‘올림’이라 쓸까 ‘드림’이라 쓸까? 망설이고, 편지글에 쓴 말을 봉투에다 그대로 써야 하나 달리 써야 하나 걱정하는 듯하다. 이런 망설임과 걱정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편지에서 쓰는 ‘올림’과 ‘드림’이 무슨 뜻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하겠다. 알기 쉽게 뜻부터 말하면 ‘올림’은 ‘위로 올리다’ 하는 뜻이고, ‘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몇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즐겁게 지냈다. 술값은 공통 경비에서 부담하고 팁은 각자 알아서 주기로 했다. 기분이 좋으면 많이 주고 아가씨가 그저 그러면 기본만 주고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유성은 서울에 비하여 팁값이 좀 싸서 기본이 5만 원이라고 한다. 김 이사는 최 진희와 헤어지면서 “오늘 진희와 즐거웠어요”라고 말하면서 흰 봉투를 주었다. 그러면서 봉투를 나중에 열어보라고 말했다. 최 진희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봉투를 받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아가씨가 봉투를 열어보니, 봉투에는 현금 5만 원과 5천 원짜리 도서교환권 두 장이 들어 있었다. 유성에 다시 내려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김 교수는 아가씨의 전화번호를 묻지 않았다. 아가씨에게 명함을 주지도 않았다. 아가씨도 김 이사의 전화번호를 묻지 않았다. 가벼운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밤늦게 호텔로 돌아와 집 떠난 남자들은 모두 오랜만에 잘 잤다. 이튿날 아침에 햇님이 동쪽 창을 두드릴 때쯤 일어나 유성에 있는 군인휴양소(일반에게도 공개되고 있었다)에 가서 사우나를 했다. 사우나에서 벌거벗고 목욕을 같이 하니 교수들 사이의 친목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복온공주가 홍장삼과 대대(福溫公主家 紅長衫과 大帶)」를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하였다. 「복온공주가 홍장삼과 대대」는 조선 제23대 왕 순조(純祖)의 딸인 복온공주(福溫公主, 1818~1832)의 혼례복에서 유래한 유물로, 홍장삼은 앞과 뒤를 정교하고 아름다운 자수로 장식한 예복이고, 대대는 홍장삼을 입을 때 가슴 부분에 두르는 폭이 좁고 긴 장식띠이다. 조선 왕실에서 홍장삼은 후궁과 공주ㆍ옹주(翁主), 왕자 부인이 혼례복으로 입었다. 복온공주는 1818년(순조18) 순조와 순원왕후(純元王后) 김씨의 둘째 딸로 태어나 1830년(순조30) 4월 창녕위(昌寧尉) 김병주(金炳疇, 1819~1853)와 가례(嘉禮)를 올렸다. 복온공주 가례의 준비 내용과 진행 절차 등을 기록한 《복온공주가례등록(福溫公主嘉禮謄錄)》에서 공주의 혼례용 예복으로 홍장삼을 준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복온공주는 불과 2년 뒤인 1832년 세상을 떠났으나, 홍장삼은 김병주의 후손들에게 전해졌으며 섭성(攝盛) 풍속에 따라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집안의 혼례복으로 쓰였다. * 가례(嘉禮): 경사스러운 예식 또는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