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허홍구 시인] 나도 이제 세월이 빠르다는 걸 몸으로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아득하게 먼 곳으로만 생각했던 일흔의 고개를 넘는다. 이제 날마다 맞이하는 아침은 내게 새롭고 신비로운 아침이다. 생각해보니 참으로 먼 길 어려웠지만 무탈하게 여기까지 왔다. 세월 따라 변한 것도 많지만 잃어버린 것도 한둘이 아니다. 정년퇴직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지위와 권위가 무너지고 심지어 충직하게 날 대신하여 일하던 어금니도 뽑혀나가고 몰래몰래 숨겨 두었던 비자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다. ▲ 눈물 나게 고마운 요양병원의 간병인(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이제 누가 또 무엇이 날 대신 해 줄 것인가? 뽑혀나간 어금니를 대신한 틀니를 바라보며 고마워한다. 자식들도 못하는 요양병원의 간병인을 눈물 나게 고마워한다. 새벽 길거리를 깨끗하게 치워주는 환경미화원의 노고에도 멀리에 있는 친인척보다도 가까이에서 안부를 묻고 보살펴주는 내 이웃의 따뜻한 우정과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나는 너를 위해 또 이웃을 위해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누가 무엇이 날 대신 해 주듯이 나도 누군가를 위해 그 사람의 옆자리에 있어주고 대신해주는 그러한 나를 생각한다. ---------
[그린경제/얼레빗=허홍구 시인] 산책길에 만난 날 닮은 친구입니다. 척박한 대지를 부여잡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겨울 맞을 준비를 하고 있네요. 사람들에게 밟힌 나무뿌리가 소리소리 지르고 있지만 귀를 기울여 듣는 이는 이웃한 나무들과 하늘뿐입니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어렵고 힘든 이웃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지요. 어렵고 힘든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 사랑받는 사회 위대한 나라라 믿습니다.
[그린경제/얼레빗=허홍구 시인] 약한 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는 위대하다 벌써 10월, 계절은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있다 왠지 쓸쓸하고 답답하고 도무지 즐겁지가 않는 가을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눈물 나게 하고, 분노케 한 사건들은 정리되지 않은 아픈 상처로 남아있을 뿐 그냥 또 세월이 흐른다. 편안한 맘으로 잠들 수 있었던 것은 늠름한 국군을 믿었기 때문인데 군인의 자살과 성추행, 끊이지 않는 구타사건에 부모들이 불안하다 힘없고 약한 자를 대변해야 할 정치인은 국민을 실망시킨 지 오래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던 국회의원은 서민들의 아픔은 뒷전으로 밀쳐 두고 제 밥그릇 챙기는 데는 발 빠르게 행동했다 눈물 흘리며 호소하는 오직 하나의 바람! 진실을 밝혀 달라는데 그게 뭐 그리 어렵고 힘든 것인가? 부탁하노니 제발 약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 할 말을 당당히 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 건강한 사회다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랑으로 보듬는 사회는 위대하다 17세 소녀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느끼는 소감이다. 말랄라 유사프자이 ▲ 《나는 말랄라,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당당히 일어섰던 소녀》말랄라 유사프자이, 크리
[그린경제/얼레빗=허홍구 시인] 높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흐르는 10월입니다 밤이면 빤짝이는 별빛도 보이고 시골 길섶과 논둑으로는 살살이꽃(코스모스) 잎이 바람에 한들거립니다. 만약에 앞을 바라 볼 수 있는 눈이 없었다면 캄캄한 암흑의 세상에서 그런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빛나는 글자는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입니다. 만약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려운 한문이나 혀 꼬부라진 말로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헐버트박사는 세상에서 한글보다 더 우수한 글자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 공공기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원없이를 ₩ON라고 써서 잘난채를 한다. ▲ 절에서 보통 대웅전이라 쓰지만 큰법당이라고 우리말로 써서 모범을 보이는 경기도 운악산 봉선사 잘났다는 사람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사람들이 참 못났습니다. 제 나라의 훌륭한 말글을 놔두고 무슨 영어와 어려운 한문을 그리도 좋아하는지요? 잘난 체하려고 하는 모양이지만 우리의 눈에는 지극히 못난 존재로 보입니다. 말로만 나라사랑 한글사랑 통일조국을 떠들지 말고 빛나는 우리의 한글을 지키고 사랑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 말글을 지키
[그린경제/얼레빗=허홍구 시인] 뜨겁다 하였더니 어느새 가을이다. 떠나고 또 새롭게 다가오는 이 대자연의 순환을 지켜보면서 나는 나중 어떤 모습으로 떠나야 할까를 생각 하게한다. 떠날 때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고 당당하다.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은 국민들이 그토록 남아달라고 부탁했지만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국가를 이룩할 후진을 위해 웃으면서 물러났다 고향으로 가서 나를 키워준 계곡과 언덕, 시냇가를 거닐고 싶다고 했다 여의도 신사로 불린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영광과 곡절이 교차한 20여년의 정치인생을 마감하고 정계를 떠났다. 사법심판대에 오르거나 들것에 실려 나가기 전에는 제 발로 정계를 떠나는 정치인을 좀체 찾기 어려운 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일한 만큼 소외 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려 했던 손학규는 이제 그 꿈을 접는다고 했다 그가 끝내 이루지 못한 소중한 꿈이 그의 아름다운 퇴장으로 더 활짝 꽃피는 세상이 되고 더 실한 열매가 열릴 수 있기 바란다.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손 학 규* 저평가 우량주! 이 말은 오래전 대통령 선거
[그린경제/얼레빗=허홍구 시인] 우리가 누군가를 보고 평가하는 기준을 보면 참으로 부끄럽고 답답할 때가 많다. 큰 교회와 성당에 다녀야 하나님의 은총이 더 크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다. 큰 절에 다녀야 부처님의 가피가 더 있다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다. 또 간판이 큰 약국에는 약효가 더 뛰어나다고 믿는 것도 역시 어리석다. 우리는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 할 때 그 속보다도 겉모양만 보기가 쉽다. 각료로 추천된 분들의국회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 우리들 맘도 부끄럽고 화가 난다. 물론 스스로 인물됨이 아니라 자각하고 극구 사양하는 용기 있는 인물이 없는 탓도 있지만 번지르르한 껍데기 간판만 보고 그 속을 잘못 판단하고 평가한 어리석음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뭐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제발 좀 자신을 잘 다스려줘야겠다. 왜 어느 대학을 나오셨습니까하고 묻는가? 왜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가? 학교의 동창, 같은 고향, 같은 정당, 또는 직장의 선후배, 이런 것들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사람을 평가하는데 왜 출신 대학과 출신 고향을 꼭 알아야하나? 왜 대통령과 어떤 사이고 또 누구와는 언제부터 어떤 관계에 있습니까하고 묻는가? 약국의 간판은 약효와 아무런 상
[그린경제/얼레빗=허홍구 시인] 해마다 유월이 되면 나라를 위하여목숨을 바친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앞에 머리를 숙인다. 또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불의와 맞서 싸우다 활짝 피워보지도 못한 체 아까운 목숨을 민주의 제단에 바치고 꽃잎처럼 떨어져간 젊은이들을 생각한다. 짙푸르고 꽃잎처럼 붉게 물들었던 내 젊은 날! 불의와 독재 권력에 맨몸으로 항거하며 맞섰던 그 때를 회상한다. 눈을 부라린 독재 권력으로도 어찌하지 못하고 막을 수 없었던 거대한 민주화의 물줄기가 도도히 흘렀던 그 때를 생각한다. 1980년에 나는 제1 야당이었던 신민당의 중앙당 당직을 맞고 있을 때였다 독재정권 물러가라!, 직선제로 개헌하라!,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외치며 서울과 인천 광주와 마산 등 전국으로 돌아다니며 시위대행렬에 참여했었다 내 젊은 한 때는 그렇게 서울의 종로거리로- 광화문으로-전국의 시위현장으로- 동지들과 어께동무를 하고 시위를 하다가 최루탄가스 때문에 온몸에 물집이 생기고 눈물과 콧물이 마구 쏟아졌던 때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오늘은 연세대학교 앞에서 35년째 논지당이란 카페를 운영하며 불의와 독재 권력에 맞서 싸우던 학생들에게 은신처를 마련 해 주고 그들과 함께했던 문
[그린경제/얼레빗 = 허홍구 시인] 우리는 오랫동안 가까이에 있었던 신사를 잊고 살았다. 원칙이 무너지고 당당하지 못하고 남 탓만을 하는 이즈음 신사가 더욱 그립다. 예의가 바른 사람, 멋있는 사람, 존경할 만한 사람을 일러 신사라 부른다. 이 말은 단순히 생김새나 그 모양만으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맘속에서 우러나오는 몸짓이나 말의 예의를 보고 판단한 것이다. 아! 그 사람 멋쟁이야 정말 신사야 이렇게 말했다. 요즘 존경받지 못하지만 정치인 가운데도 우리가 그리워하는 신사가 있었고 우리 주변의 여러 곳곳에서 예의 바르고 멋있고 품격 있는 신사가 있었다. 미국의 서부영화 속에서도 멋쟁이 신사의 주인공이 곧잘 등장했었다. 깊은 밤에 복면하고 등 뒤에서 비겁하게 사람을 해치는 장면이 아니라 대낮에 권총이 없는 상대방에게는 권총을 건네주고 남을 속이지 않고 공평하고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벌이는 장면의 영화 주인공을 우리는 신사라 불렀다. 다시 말해 비겁하지 않은 정정당당한 주인공을 말하며 그 신사를 그리워한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씨름선수였던 천하장사 이준희 씨를 우리는 모래판의 신사라 불렀었다. 이제 그에게 붙여진 신사라는
[그린경제/얼레빗 = 허홍구 시인] 꽃피고 새가 노래한다는 좋은 계절의 봄, 3월입니다. 새봄을 맞이하는 저마다의 마음에 고운 꽃씨 하나씩 심어 아름답고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어보는 꿈을 꾸어봅니다. ▲ 봄소식 그림 강장원 한국화가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곡식 중에서도 좋은 곡식만을 씨앗으로 골라 놓습니다. 농사의 성패가 이 씨앗에 달려 있기 때문이지요. 말에도 씨가 있어 우리는 이를 말씨라고 합니다. 그 사람이 쓰는 말씨를 보면 그의 미래도 알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말을 살펴보면 거의 다 긍정적인 말을 쓰고 있으며 그 자녀들도 부모의 언어를 따라 배우게 되어 있습니다. 사랑과 긍정, 칭찬과 격려, 기쁨과 덕담을 하는 집안은 대대손손 번창하고 악담과 비난, 음해와 원망의 말을 쓴 집안은 불운과 불행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말은 그 사람의 운명을 운전하는 운전대와 같다고 했습니다. 어제 말의 씨앗은 오늘의 나를 만들고 오늘 말한 말의 씨앗은 내일의 나를 만듭니다. 우리 사회를 앞장서서 이끌어야 할 신문과 방송의 언어가 더렵혀지고 잘못 사용함으로써 자랑스러운 우리말이 무참히 훼손되어 가고 있습니다. 잘 나간다는 연예인과 유명하다는 전문 강사들
[그린경제/얼레빗 = 허홍구 시인] 서기 2114년 어느 초등학교 국어시간 선생님 : 숙제를 해오지 않은 것을 '소치스럽다고 생각지 않느냐? 학생 : 선생님 그런데 사전에 보니 '소치' 란 '수치' 가 변해서 된 말 이라고 나와 있던데요?! 아 그건 말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에 러시아의 '소치'라고 하는 도시에서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있었지 그런데 우리의 '김연아' 할머니가 당시23살의 나이로 출전하셔서 당당히 금메달 실력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심판위원들의 농간과 러시아대통령의 간섭(?)으로 아쉽게도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지. ▲ 김연아(오른쪽) 선수가 소치스러운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운데) 선수와 함께 시상대에 서 있다. 전 세계의 언론들과 사람들이 이 말도 안 되는 판정에 대하여 비난과 한탄이 들끓었지만 오히려 당사자인 김연아할머니(선수)는 미소로 응대함으로서 러시아는 수치스럽게도 금메달이 아닌 색깔이 같은 '똥메달' 을 받은 꼴이 되고 말았고 이 사건으로 우리의'김연아' 할머니는 오히려 전 세계 사람들의 진정한 영웅이자 피겨의 여신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지. 이 일 이후 세계 사람들은 수치스러운 일이 생기면 '소치' 라는 도시 이름을 떠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