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7시가 되었다. 새로 나가는 술집은 강남에 있는 라마다 르네쌍스 호텔 근처에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거기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제안했고 미스 최는 “오빠,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김 교수는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커피숍을 나섰다. 아가씨는 옆으로 오더니 자연스럽게 팔장을 끼었다. 김 교수는 속으로 걱정이 되었지만, 팔장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그날은 호텔 옆의 지상 주차장이 좁아서 뒤쪽 골목 건너편에 있는 3층짜리 주차건물에 주차했었다. 호텔 정문을 나와 뒤쪽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어두워진 길에는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나라고 은근히 걱정되어 슬그머니 팔짱을 뺐다. 아가씨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로 가는 길은 벌써 퇴근시간이 되어서인지 길이 막혔다. 서울거리가 안 막힐 때가 있나? 계속 차가 가지 못하고 서게 되자 김 교수는 걱정이 되살아났다.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도 서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히 운전자끼리 눈이 마주쳤다. 대개는 남자가 운전을 하지만 차가 늘어나서인지 여성 운전자도 더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 십여 년 전 도쿄국립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오구라컬렉션(小倉 Collection)이 기증한 우리나라 문화유산들이 버젓이 전시되고 있었지요. 오구라는 1922년부터 1952년까지 조선에서 무려 1,100여 점의 문화유산을 약탈해 갔는데 이 가운데 39점은 일본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의 수준 높은 문화유산들입니다. 이 문화유산들은 오구라 사후인 1982년 그의 아들이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는데 그 가운데는 견갑형 청동기, 금관 따위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름이 비슷한 ’오쿠라 컬렉션‘은 명치시대의 실업가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가 만든 것으로 초대총독 테라우치와 가까이 지내 부를 축적하면서 조선의 문화유산을 다량으로 약탈, 수집하여 일본 처음으로 ’오쿠라 슈코칸(大倉集古館)‘이란 개인 미술관을 만들었지요. ’오쿠라 컬렉션‘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는 이천 오층석탑과 평양 율리사터석탑 따위가 있습니다. 일본은 12세기부터 1868년 메이지유신 때까지 일본 정치를 지배했던 ’사무라이‘ 탓에 문화가 꽃 피울 수 없었기에 문화 콤플렉스를 가졌고, 문화유산이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는 배고픔이라는 것을 몰랐다. 아니, 그것은 자신이 의식주에 곤란을 겪지 않는 집에서 자랐다는 의미로 말하는 게 아니라 ‘배고픔’ 이라고 하는 감각이란 무엇인가하는 궁금증에서 하는 말이다. 조금 이상한 말투지만 나는 배가 고파도 스스로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초, 중학교 다닐 때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안 식구들이 달라붙어서 카스테라도 있고 빵도 있어.. 하고 떠들어댔기 때문에 나는 학습된 정신을 발휘해서 ‘배가 고프다’라고 중얼거리며 말했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은 식사 시간이었다. 내 시골집에서는 열 명 정도의 식구가 각자 밥상을 받아 들고 두 줄로 마주보며 밥을 먹었다. 나는 막내라 가장 아랫자리에 앉아서 먹었지만 밥 먹는 방은 어둑어둑했고 그저 식구들이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밥을 먹는 모습에 나는 항상 썰렁한 생각을 하곤 했다.” 이는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1948) 문학의 결정판이라는 《인간실격(人間失格)》에 나오는 글이다. 지금도 시골로 여길 만큼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아오모리, 그곳 부잣집의 아들로 태어난 다자이 오사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술, 담배, 매춘, 좌익사상 등에 빠져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7월 3일 고도보존육성중앙심의위원회(이하 ‘중앙심의위원회’)에서 ‘고령 대가야’를 신규 고도(古都)로 지정 의결함에 따라 경주와 부여, 공주, 익산에 이은 다섯 번째 고도가 된다. 고령이 고도로 지정되면 주거환경과 가로경관 개선 사업, 주민참여프로그램과 주민단체 등을 위한 고도 주민활동을 지원하고 세계유산과 핵심유적의 안내ㆍ홍보ㆍ교육ㆍ체험 등을 위한 세계유산 탐방거점센터 건립과 유적을 활용한 역사문화공간조성 사업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 고도(古都): 과거 우리 겨레의 정치ㆍ문화의 중심지로서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경주ㆍ부여ㆍ공주ㆍ익산, 그 밖에 고도 지정절차를 거쳐 정하는 지역 지난 2004년 3월 5일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현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아래 ‘고도육성법’)이 제정되면서 국가유산청은 경주와 부여, 공주ㆍ익산 등 4개 도시를 고도로 지정해 고도를 구성하고 있는 역사 문화환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주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고도를 보존ㆍ육성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경주와 부여, 공주ㆍ익산이 2004년 고도로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24년 7월부터 26년 5월까지 약 2년 동안 네덜란드국립박물관(Stichting Het Rijksmuseum, 관장 Taco Dibbits) 아시아관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인 <목조관음보살상>을 특별 전시한다. 이번 특별공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나라 밖 한국실 지원사업의 하나로, 네덜란드에서 진행하는 첫 번째 사업이다.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을 소장한 네덜란드 대표 박물관 암스테르담에 있는 네덜란드국립박물관은 ‘라익스박물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반 고흐 등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유한 네덜란드 그림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약 100만 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렘브란트의 <야간 순찰대>,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등의 대표작에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람객의 발길이 언제나 끊이지 않는다. (*2023년 기준 270만명 관람객 방문)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유럽 으뜸 박물관임에도, 한국 문화 전시 공간은 상대적으로 소박한 수준에 머물러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네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7월 14일 창립 25돌을 기려 7월 한 달 동안 다양한 잔치와 특별 선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25돌 잔치는 특별 사은품, 적립금 퀴즈, '당신의 기록', 'Y2K 앤솔로지', 신규 가입 혜택, 오프라인 생일 카페, 매장 럭키백 이벤트 등으로 구성됐다. 이 밖에도 메이저 레이블 수입 음반, 외국 도서, 기존 알라딘 문화상품 등을 최대 90% 에누리된 값에 제공한다. 25돌 특별 사은품으로는 '여행용 레디백(피너츠, 어린왕자)', '피너츠 캠핑 폴딩 박스', '캔터빌의 유령 스토리램프', '빙글빙글 아크릴 키링'이 있다. 특히 캔터빌의 유령 스토리램프의 경우 무신사, 29cm 등에 입점된 디자인 스튜디오 '서커스보이밴드'와 협업해 문학 속 캐릭터를 키치한 무드로 재탄성시켰다. 전자책 구매 고객들을 위한 일러스트 태블릿 파우치 4종도 준비돼 있다. 더불어 고객 참여형 온라인 이벤트들도 전개한다. 알라딘의 주요 서비스를 퀴즈에 담아 참여 고객 모두에게 적립급 1000원을 지급하는 '반반 퀴즈', 방탈출 콘셉트로 문제를 맞힐 경우에만 탈출할 수 있는 e Book '추리하고, 탈출하라 램프추리반' 이벤트가 대표적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난 2020년 9월 5일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빌보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빌보드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고 김치와 태권도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K-POP이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으로 외국에 우리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임세혁의 K-POP 서곡’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치열하게 음악의 탑을 쌓아서 오늘에 이르게 만든 음악 선학들의 이야기다. 그의 노래는 강물처럼 깊이를 알 수 없지 흘러 흘러가는 곳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그의 노래는 바람처럼 시작을 알 수 없지 불어 불어 가는 끝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그의 노랜 자유의 소리 깊은 잠을 깨우는 가슴속에 가둘 수 없는 열정을 그는 노래하네 아! 나에게 처음으로 노래를 사랑하게 한 그는 내 맘속 깊은 곳에 언제나 함께 하겠지 <새벽기차>,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같은 곡들로 유명한 그룹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산에 있는 활엽수들은 이제 거의 다 새잎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싱싱한 연두색 기운이 새잎에서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 사람으로 견주면 십 오륙 살의 소년 같다고 할까?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표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조그만 다리, 구룡교를 건너간 일행이 가지 않고 서 있다. 내가 오기를 기다린다. 다리를 지나서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이정표가 없어서 나를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며칠 전에 사전 답사 차 이 길을 갔기 때문에 알고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마을을 지나는 길이고, 왼쪽 길은 하천 둑길이다. 두 길은 조금 지나 다시 만나므로 어느 길로 가든지 길을 잃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처음 걷는 답사객은 불안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평창군 담당자에게 이곳에 표지판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이효석은 어느 쪽 길을 걸었을까? 이효석은 마을로 난 길을 걸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걷는 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콘크리트 둑길은 최근에 하천정비공사를 하면서 만들었을 것이다. 옛날 길은 직선보다는 곡선이 많다. 곡선은 자연을 따라 만들어진다. 옛날의 마을길은 모두 구불구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현존 공신초상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신숙주 초상」을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권상하 초상」, 「유설경학대장」,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 「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 4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다. * 공신초상화: 나라에 공로가 있는 신하를 책봉할 때 그려서 하사하는 그림 1977년 보물로 지정되었다가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된 「신숙주 초상(申叔舟 肖像)」은 조선 전기 정치와 학문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긴 신숙주(1417~1475)의 초상화로, 청주의 구봉영당*(九峯影堂)에 봉안되어 전해오고 있는 작품이다. 백한(白鷳)* 흉배의 녹색 관복을 입고 허리에는 삽은대*를 두르고 있는데 이는 문관 3품에 해당하는 복식이므로, 이 초상화는 1455년(세조 1) 좌익공신이 되었을 때 그 포상으로 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 영당: 조상의 영정과 위패 등을 모신 사당 * 백한: 꿩과에 속하는 조류의 일종 * 삽은대: 조선시대 관원이 관복을 입을 때 착용한 허리띠로 은으로 장식되었다. 얼굴은 코를 경계로 좌측이 좀 더 짙게 보이도록 음영처리를 했으며, 눈두덩과 팔자주름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이 개최한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은 북미 원주민들의 삶을 통해서 다양한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세상 모든 존재와의 관계 및 연결을 중요하게 다루어서 자연스럽게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접근성(DEIA)에 대한 교육이 가능하다. 이러한 교육적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이번 전시에서는 어린이에게 성인과 ‘함께’크게 세 가지의 방법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정보 무늬(QR코드)를 활용한 북미 원주민 축제마을 체험 콘텐츠, 북미 원주민의 보금자리를 느낄 수 있는 촉각 체험전시물, 그리고 북미 원주민의 삶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듣는 특별강연이 그것이다. “자연의 변화를 아는 것은 북미 원주민의 삶에 매우 중요하지요. 달력에도 계절의 변화를 담아 자연과의 관계를 알아차릴 수 있어요. 산딸기 익어가는 달은 언제일까요?” 첫째, 정보 무늬(QR코드)를 활용한 북미 원주민 축제마을 체험 콘텐츠를 통해 전시물 감상과 창의적 표현활동을 즐길 수 있다. 우선 전시와 전시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치된 설명패널 옆에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쉬운 설명글과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