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의 눈은 앞을 향해 있습니다. 남을 보기에 쉽지만, 자신을 보기는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지요. 반사경이나 거울을 통하지 않고는 자신을 온전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우린 나 보다 남을 먼저 바라보게 됩니다. 그 판단의 기준엔 항상 자기가 있지요. 문제는 남을 판단하기 좋아하면 자만심만 커지는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 든다는 것입니다. 오염된 물로 채워진 컵은 바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물을 비워내고 깨끗이 씻어낸 후에야 컵을 다시 사용할 수 있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속에 들어있는 자신만의 견해를 비워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을 바르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러운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세상을 밝게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세상을 더럽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지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려면 자기 안경을 닦아야 합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따뜻한 사람은 따뜻한 사람을 만납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나쁜 생각을 하면 나쁜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 마음을 어떻게 가지고 사느냐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누구나 세월을 살아냅니다. 하지만 같은 물을 먹고도 벌은 꿀을 만들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무용단 조기숙 K_CB 한혜주 예술감독(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초빙교수)가 2024년 3월 14일 밤 8시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개인발표회를 열었다. 한혜주 예술감독은 이번 개인발표회에서 안무를 하고 함께 출연하였다. 한혜주 예술감독은 거문고의 묵직하고 거친 음색에 맞춰 무대를 가로지르듯 천천히 움직이며 서막을 시작한다. 거문고로 시작한 음악은 아쟁과 첼로의 낮고 거친 음악들로 점차 겹겹이 쌓아간다. 무용수들이 하나둘씩 무거운 짐을 지듯 나와 지치듯이 쓰러지기도 하고 괴로운 듯 뛰기도 하였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하였고, 무엇인가에 붙잡힌 듯 각자의 춤 속에서 같은 듯 다른 움직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이번 한혜주 예술감독의 개인발표회 <어둔 밤, 잠든 사람들>은 체념 증후군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체념 증후군은 2015년 스웨덴으로 망명을 오게 된 난민 자녀들 169명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건을 말한다. 청년 시기는 하루 가운데 정오가 막 지난 시간으로 꿈을 꾸며 열정을 쏟는 때가 아닌가? 그러나 한혜주 예술감독은 “청년들의 꿈을 상실하고 에너지가 고갈된 모습을 보았어요. 마치 체념 증후군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납은 푸르스름하고 탁한 은백색의 금속 원소다. 주기율표의 82번째 원소며 원소기호는 Pb다. ‘무른 금속’을 뜻하는 라틴어 ‘Plumbum’에서 따왔다. 납은 가공하기 쉬워서 일찍부터 수도관 또는 배관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납을 뜻하는 한자어 연(鉛)은 쇠(金)와 늪(㕣)을 합친 것으로 역시 비슷한 의미가 있다. 기원전 6,500년 무렵 인류가 사용하기 시작한 납은 다양한 광물에서 추출할 수 있어서 구하기가 쉽다. 또한 견고하면서도 무른 특성이 있어서 가공하기가 쉽다. 녹는점이 섭씨 327도로서 대부분의 다른 금속보다 낮은 온도에서 녹는다. 로마제국에서는 상수도관, 식기, 거울, 동전, 심지어는 화장품까지 납을 써서 만들었다. 현대의 산업 현장에서도 납은 활용도가 높다. 납은 축전지, 납땜, 탄약, 페인트, 낚시 추, 크리스탈 유리잔, 인쇄 활자 등에도 쓰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1450년 무렵에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성서를 찍어낼 수 있게 되자 유럽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인쇄된 책을 통하여 지식이 대중에게까지 전파되자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이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다. 납은 과거부터 그 독성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사람의 다양한 유형을 ‘체질’이라는 요소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흥미로운 시도다.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으로 나눈 조선 후기 한의학자, 이제마의 업적은 오늘날까지 다양하게 변주되며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삼성그룹에 다니다 마케팅 기업을 창업한 지은이 ‘오기자’가 쓴 이 책, 《빅데이터 전문가 오기자의 사상체질 커뮤니케이션》은 사상의학(四象醫學)이 대인관계에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통찰해 주는 책이다. 단순히 내 체질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상대의 체질을 알아보고 그 기질에 맞춰 소통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면 대다수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막강한 친화력을 갖춘 인재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직장에서 다양한 체질의 사람들이 겪는 여러 가지 소통과 갈등을 재미있는 상황극을 통해 보여주고,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친절한 해설로 알려준다. 조선 말기 의학자였던 이제마가 창시한 사상체질은 인간의 체질을 4가지로 나누고 체질에 따라 몸의 기운이 다르므로 같은 병이라도 치료법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제마 본인은 태양인에 속했고, 의학 말고도 철학과 유학, 역학을 다방면으로 연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춘천을 대표하는 문인 김유정의 본관은 청풍입니다. 10대조가 대동법 시행에 크게 공헌한 명재상 김육이고, 9대조는 명성황후의 아버지인 청풍부원군 김우명입니다. 집안도 춘천에서는 꽤 명망 있고 부유한 지주였지요. 그런데 형 유근이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여 가난에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병으로 인해 춘천으로 내려온 그는 들병이들과 어울리며 술에 빠져 살았다고 하지요. 김유정 대부분의 단편은 그 시절에 쓰입니다. 김유정은 박녹주라는 판소리 명창을 사랑했습니다. 이미 남편이 있었던 박녹주는 김유정을 받아 줄 수 없었지요. 요즘 스토커 수준으로 박녹주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편지와 혈서를 보내지만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유정은 삶을 다할 때까지도 박녹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29살로 요절했을 때 방안에는 '녹주, 너를 연모한다'라는 혈서가 벽에 붙어있었다고 하지요. ‘들병이’는 매춘부를 부르는 다른 이름입니다. 병을 들고 다니면서 잔술을 팔고, 뜻이 맞으면 매춘까지 이르는 비교적 천한 직업을 의미합니다.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삶이 팍팍했던 시절에는 자신의 의지와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그 애환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설악산으로 향하는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다물교차로(인제군 남면 어론리)에서 우회전하면 446번 지방도로 들어선다. 상남면을 관통하여 홍천군 내면으로 가는 도로다. 전에 차를 몰고 이 길을 통하여 상남면으로 간 적이 있다. 가다 보니 도로 안내판에 ‘김부대왕로’라고 되어있었다. 김부대왕? 이 산골짜기에 김부대왕이라니? 호기심이 부쩍 당겨 자료를 찾아보았다. 김부대왕은 마의태자를 말함이었다. 마의태자가 이곳에 머물렀다면서 동네 이름도 아예 ‘김부리’다. 별명으로만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고, 정식 행정지명이다. 그리고 김부리를 중심으로 남면과 상남면에는 곳곳에 마의태자에 얽힌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래서 상남면에서는 상남리의 용소마을을 비롯한 근처 4개 마을을 마의태자권역마을로 지정하고, 해마다 마의태자문화제를 열고 있다. 김부리의 마을을 마의태자권역마을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김부리의 대부분이 1996년부터 육군과학화 훈련장으로 수용되면서, 마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정사(正史)에는 나오지 않는 마의태자 이야기가 이곳에 널려있을까? 지금부터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사에는 이렇게 나온다. 신라가 더 이상 버틸 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3월 3일은, 일본 풍습으로 히나마츠리날(ひな祭り)이었다. 히나마츠리란 딸아이를 위한 잔칫날로 히나인형을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딸아이가 태어나면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건강하고 예쁘게 크라’는 뜻에서 히나 인형을 선물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부터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이 풍습은 혹시 딸에게 닥칠 나쁜 액운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인형 장식 풍습인데 이때 쓰는 인형이 “히나인형(ひな人形)”이다. 히나마츠리를 다른 말로 “모모노셋쿠(桃の節句)” 곧 “복숭아꽃 잔치”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복숭아꽃이 필 무렵의 행사를 뜻하는 것으로 예전에는 히나마츠리를 음력 3월 3일에 치렀지만 지금은 다른 명절처럼 양력으로 지낸다. 히나인형은 원래 3월 3일 이전에 집안에 장식해 두었다가 3월 3일을 넘기지 않고 치우는 게 보통이다. 3월 3일이 지나서 인형을 치우면 딸이 시집을 늦게 간다는 말도 있어서 그런지 인형 장식은 이 날을 넘기지 않고 상자에 잘 포장했다가 이듬해 꺼내서 장식하는 집도 꽤 있다. 그러나 히나나가시(雛流し)라고 해서 인형을 냇물에 띄워 흘려보냄으로서 아이에게 닥칠 나쁜 액운을 해서 미리 막는 풍습도 있다. 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천문학자! 흔히 ‘인문(人文)’이 인간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무늬를 뜻한다면, 천문(天文)은 별들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무늬를 궁구하는 학문이다. 별을 사랑하고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암울했던 식민지 하늘을 밝힌 과학자 이원철은 별을 사랑한 청년이었다. 거의 모든 이들에게 퍽 생소할 이름이지만, 이원철은 일제 강점기 때 독수리자리 에타별이 맥동 변광성임을 증명하여 세계 천문학계에 이름을 떨친 천문학자다. 유영소가 쓴 이 책, 《우리 하늘을 연구한 과학자 이원철》은 이원철의 생애와 업적을 알기 쉽게 조곤조곤 풀어낸다. 그가 올려다본 하늘, 그것은 조선의 하늘이었다. 나라를 빼앗긴 현실에서 고국의 하늘은 많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연희전문학교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 미시간대로 유학, 세계 천문학계에 이름을 알린 뒤 한국으로 돌아와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천문학계에 많은 업적을 쌓았다. 1896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한서를 많이 읽어 한학에 조예가 깊었고, 놀라운 암기력과 계산력으로 신동이라 불렸다. 1915년 연희전문학교(지금의 연세대학교) 수물과(수학 및 물리학과)에 입학한 후에는 수학에 뛰어난 재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린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재수 좋다거나 운수 좋다는 말을 씁니다. 재수는 한자로 ‘財數’라고 씁니다. 재물이나 좋은 일이 생길 운수라는 뜻이지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재물을 셀 수 없이 소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뜻밖의 재물을 횡재했을 때도 재수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큰 사고를 당할뻔했는데 가까스로 피했을 때도 재수 좋다고 이야기하고 심지어 사람을 조롱하는 의미로 재수 좋음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녀석 이쁜 마누라를 얻었으니, 재수가 참 좋아!." 이는 그 사람 능력 밖의 일을 성취했을 경우를 뜻하니까요. 저는 살면서 경품에 당첨된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옛날 아마추어 무선 햄을 할 때 회원이 12명이었는데 상품이 11개만 들어온 겁니다. 할 수 없이 제비뽑기했는데 제가 유일하게 꽝을 뽑은 사람입니다. 우린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일로 기쁨을 얻기도 합니다. 아파트를 나서는데 엘리베이터가 우리 층에 서 있다든지 건널목을 건너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 바로 파란불로 바뀐다든지 주차 공간 때문에 헤맬 때 단 한 군데 나를 위한 듯 주차 공간이 보일 때 우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곤 합니다. 김광규 님의 <재수 좋은 날>이란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말을 빌리자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배달부에 불과하다 한다. 학문 여러 분야를 깊이 연구한 그가 생명의 기원을 “우주 도래설”에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가장 전투적인 무신론자”라는 평을 듣는 그는 생명체의 탄생이 지구 안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이루어졌거나 창조에 의한 피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학문적 견해와 신념은 찰스 다윈이 《종(種)의 기원》을 펴냈을 때보다 격렬한 비난과 저항을 견뎌야 했다. 창조론적 신앙의 시작은 인류에게 자의식이 생길 때부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몇 만 년 동안 그렇게 믿어 온 그 신념은 굳을 대로 굳어 그 어떤 모순도 덮어버릴 만큼 공고(鞏固)해졌고 또한 세상 사람들 절대다수가 그렇게 믿고 산다. 아직은 세상의 흐름이 이러할 진데 그는 창조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도 모자라 무신론의 확산까지 외치고 나섰다. 사실 무신론이 이론적 체계를 갖추고 조목조목 창조론에 맞설 수 있게 된 건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 프리드리히 니체가 자라투스트라라는 구도자를 내세워 기존의 창조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