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5월이 나무와 풀, 꽃들이 모두 새잎을 내고 꽃을 피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다면, 6월로 접어들면 그러한 분위기가 조금 바뀐다. 봄의 환희가 잦아들 때도 되어가고 있다고 하겠지만, 그것보다도 6일의 현충일이 있고 25일에는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이 일어난 날이 있는 달이기에 아무래도 북쪽이 일으킨 침략전쟁으로 피를 흘리며 죽어간 당시 우리의 젊은 군인들과 무고한 민간인들, 거기에 이 전쟁에 참가해 죽어간 외국의 젊은이들 생각까지 하게 되면서 더는 아무 생각 없이 계절에 취해 흥겨운 날을 보내기는 그리 쉽지 않다. 지난달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는 날은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고 하겠다. 이날 새 대통령의 참배를 비추기 위해 국립 현충원 상공에 뜬 드론을 통해서 현충원의 전경을 보게 된 것인데, 평소 땅에서 먼저 가신 영령들 묘비에 꽃을 올리고 추모하는 광경만을 보다가 전경을 보며 저렇게 넓은 땅에 온통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이 저리도 많이 누워계시는가? 하고 생각하니 새삼 전쟁의 비극과 순국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저기에 묻힌 분들 모두에게 아버지 어머니와 누이 등 가족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12년 만에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를 냈습니다. 박 시인은 저번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낸 이후 써온 시 가운데 301편의 시를 고르고 골라 온통 짙은 파란색의 두툼한 양장 케이스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네요. 표지에서는 푸른색의 남자가 파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별들 사이로 두 줄기의 별똥별이 파란 궤적을 그리며 내려오고 있군요. 파란색의 디자인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서도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 저쪽의 그리움으로 나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나눔문화에서 저에게 시집을 보내왔는데, 나눔문화 연구원들이 내가 좋아할 만한 시가 수록된 쪽 3군데에 붙임쪽지(포스트잇)를 붙여서 보내왔습니다. 시집을 받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시에 붙임쪽지를 붙여 보내는 연구원들의 정성에 이번에도 감동을 먹습니다.^^ 붙임쪽지를 붙인 세 시 가운데 하나는 시집 제목과 같은 ‘너의 하늘을 보아’입니다. 역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에 붙임쪽지를 붙여놓았네요.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스물네 번 바람 불어 만화방창 봄이 드니 구경 가세 구경 가세 도리화 구경 가세 꽃 가운데 꽃이 피니 그 꽃이 무슨 꽃인가 웃음 웃고 말을 하니 수렴궁의 해어화인가 아리땁고 고을시고 나와 드니 빈방 안에 햇빛 가고 밤이 온다 일점 잔등 밝았는데 (p.144) <도리화가>를 부르는 채선의 목소리는 고왔다. 스승 신재효가 선물해 준 곡이었다. 한때 아이돌 수지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영화, <도리화가>의 제목도 여기서 따 온 것이다. 포스터를 가득 채운 수지의 해사한 얼굴과 그 뒤로 보이는 배우 류승룡의 근엄한 표정이 아직도 쉬이 잊히지 않지만, 영화가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해서인지 신재효과 진채선의 이야기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편이다. 이 책, 《귀명창과 사라진 소리꾼》은 ‘우리나라 역사를 수놓은 두 인물의 아름다운 만남’을 주제로 한 토토북의 ‘아름다운 만남’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로 펴낸 책이다. 진채선과 신재효, 이 둘의 만남이 어떻게 판소리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는지 풀어낸 청소년 소설로,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그려놓아 재밌게 읽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요즘은 오히려 소리꾼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심산유곡에 피어있어 누구도 보아주지 않는 꽃도 그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꽃은 인간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자손을 후대에 물려주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벌과 나비, 곤충에 관심이 있을 뿐이지요. 관심 밖에 놓인 인간의 찬양은 꽃의 처지에서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니 누가 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이지요. 자연을 보면 인간사에서 느낄 수 없는 멋짐을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인간 사회를 봅니다. 기업은 이윤을 위하여 노동자를 고용하여 이익을 창출합니다. 노동자는 적게 일하고 많이 받으려 노력하고 사용자는 많이 시키고 적게 주려 노력합니다. 그것이 상충하여 물리적 충돌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꽃은 그러지 아니합니다. 달콤한 꿀과, 기분 좋은 향기, 먹거리인 꽃가루를 아낌없이 내어주고 받는 것은 단순한 꽃가루받이인 수정인 셈이니까요. 또한 동물의 위장을 빌려 씨앗을 먼 곳까지 이동하는 수고로움을 끼칠 때도 상큼한 과육을 넉넉히 제공하는 걸 마다하지 않습니다. 배려와 나눔이 있는 유혹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듯 자연은 더불어 살아가는 모범을 보이고 있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장자(莊子)가 길을 가다가 물이 말라버린 연못을 지나게 되었다. 메마른 연못 바닥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들이 퍼덕거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자는 문득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물이 빠지는 연못에 있다가 같이 곤경에 처한 것인데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입으로 거품을 내뿜어 서로의 피부를 촉촉이 적셔주며 그때까지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상유이말(相濡以沫)’이란 말이 나왔다. (濡유=적시다. 沫말= 물방울, 거품) 죽음에 이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먼저 남을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해서 그를 위한다는 뜻이다. 줄여서 濡沫(유말)이라고도 한다.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부가」라는 시조로 잘 알려진 중종 때의 문신 농암 이현보(李賢輔 1467~1555)]는 조선조의 수많은 문신(文臣)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산 분으로 유명한데, 고향 안동 낙동강 가 분천(汾川)에 내려와 살면서, 관직이라는 것이 늘 사람들의 기를 빼앗고 결국엔 삶까지 뺏어가는 것이 장자가 말한 물고기 신세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에 이를 분어행(盆魚行)이라는 자유시로 그 심회를 펴낸다. 어항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이 《삼킴곤란,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우리문화 지킴이인 김 소장님은 인터넷신문인 <우리문화신문> 발행도 하면서, 그동안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서울문화 이야기》 등 우리 문화에 관한 책들을 많이 내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낸 책은 제목부터 독특합니다. ‘삼킴곤란’이라니? 《삼킴곤란,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은 김 소장님이 자신의 투병기를 책으로 낸 것입니다. 김 소장님은 지난해 9월 11일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었는데, 후유증으로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는 장애 곧 ‘삼킴곤란(연하장애)이 왔습니다. 그리하여 대학병원에서 그해 10월 25일까지 치료를 받다가 재활병원으로 옮겨 같은 해 12월 23일까지 거의 100일 가까이 입원치료를 받았지요. 그리고 올해(2022년) 3월 3일까지 집에서도 열심히 치료를 하여 삼킴곤란을 극복하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치료받기에 급급한데, 소장님은 그때그때 치료일지를 기록하였다가 이를 책으로 내셨네요. 역시 매일 매일 독자들에게 <얼레빗>이라는 번개글(이메일)을 보내주시는 분이라, 이러한 투병생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52) 향안에게 나 지금 들어왔어요. 아까까지 먹었던 것이 금방 또 배가 고파요. 아이스박스를 열어보니 (이 아이스박스는 아주 조그만데 참 실속이 있어. 우리 이런 거라도 서울서 하나 가졌더라면) 핑크빛 포도 한 송이가 남아 있어요. 참, 포도를 보면 포도를 먹으면,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1963년 11월 13일 1944년, 두 사람은 혼인했다. ‘곱게 살자’는 약속과 함께. 그렇게 김환기와 김향안은 부부가 되었다. 장차 한국 현대미술사에 길이 남을 대화가와 그를 세계적인 화가로 키워낸 문인의 결합이었다. 이 두 사람의 여정을 담아낸 책,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는 두 사람의 만남부터 이별, 그리고 남겨진 향안의 행보를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책에는 수화 김환기가 아내 김향안에게 썼던 다정한 편지와 그림, 그리고 지은이가 시적으로 풀어낸 두 사람의 서사가 차곡히 담겨 애잔한 정취를 자아낸다. 지은이는 이들이 남긴 흔적을 찾아 파리로 떠났다. 이들이 3년 동안 파리에 살며 걸었던 공원, 첫 전시를 했던 화랑, 함께 보러 다녔던 미술관을 찾아다닌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행복한 파리 생활이 손에 잡힐 듯 그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처럼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역사는 없었던 듯합니다. 지금은 극단적 핵가족화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같이 사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예로부터 참 묘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을 빼앗겼다는 서운함일까요? 아니면 질투일까요. 특히 홀로되어 자식을 지극정성으로 기른 어머니일수록 갈등의 깊이가 깊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여인으로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인데…. 고부간의 갈등은 풀리지 않은 영원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꽃엔 며느리가 들어간 이름을 가진 것들이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꽃이 그러한데요. 이들 모두 구박당하는 며느리의 현실과 관계가 깊습니다. 반면에 꽃 이름 가운데 시어머니가 들어가는 예는 없지요. ‘며느리밥풀꽃’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집니다. 옛날 어느 가난한 집에 며느리가 들어왔습니다. 흉년이어서 끼니를 잇기 힘들었는데. 시아버지 생신이 되어 며느리는 귀한 쌀 한 줌으로 밥을 짓습니다. 며느리는 솥을 씻으려다가 솥뚜껑 안에 붙은 밥알 두 알을 보고 얼른 입에 넣었는데, 마침 시어머니에게 걸렸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괘씸하게 여겨 내쫓아 버립니다. 억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계절이 봄을 지나 초여름으로 접어든 요즈음에 우리의 산하는 푸르기 그지없다. 온갖 봄꽃을 피워 사람들의 눈과 코, 그리고 마음까지 상쾌해진 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나뭇잎은 갈수록 짙어져 저마다 생명력을 뽐낸다. 나무 사이 숲에 사는 동물들도 생명의 기운이 다시 살아난 기쁨을 신나게 노래하고 있다. 필자가 매일 가는 집 뒤의 북한산 둘레길도 예외일 수 없고, 어떤 면에서는 다른 숲의 모범이라고 할 정도로 수풀이 우거지고 뻐꾸기와 찌르레기, 까치와 까마귀, 그리고 가슴의 체증을 내려주는 딱따구리의 부리가 내는 연발총 소리가 녹음 사이에서 들여오고 있어 산책길은 그야말로 눈과 귀와 마음의 복을 잔뜩 누리게 하는 원천이다. 지난가을 길가 비탈에 비스듬히 엎어져 있던 작은 석물이 동네에 사시는 분에 의해 문인석으로 벌떡 일어나서 둘레길을 도는 사람들에게 밝은 미소를 늘 보여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는데, 그 문인석도 이 둘레길 8구간의 명물로서 점차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반 문인석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밝고 천진스러운 미소가 이 돌을 다듬은 우리 어느 선조의 마음처럼, 밝고 포근한 민초들의 마음을 잘 드러내 주었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북촌한옥마을. 오다가다 한 번쯤 지나쳐 본 적이 있을 이곳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시절, 일본인이 경성에 몰려와 살며 조선인들은 점점 외곽 변두리로 내몰리는 것을 염려한 건축왕 정세권이 한 평 두 평, 땅을 사들여 조선인들의 보금자리를 지켜낸 곳이다. 오늘날 보는 북촌한옥마을의 풍경은 거의 이 건축왕, 기농 정세권이 만들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건양사’라는 건설회사를 운영하며 살기 편하고 값싼 ‘조선집’, 곧 한옥을 대거 지어 보급했고, 덕분에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이 잠식해 오는 가운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정세권을 알고 있는 이들은 별로 없다. 큰 사업을 일군 자본가로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독립운동을 하다 1942년 일제에 체포, 갖은 고문을 받고 건축 면허와 재산을 모조리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 책 《일제에 맞서 북촌 한옥 마을을 만든 건축왕 정세권》의 지은이는 정세권이 지은 북촌과 익선동, 창신동과 같은 한옥마을이 오늘날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지만, 아무도 일제에 맞서 조선집을 지켜내던 정세권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그의 삶을 동화로 쓰기 시작했다. 이야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