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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차마고도 여행기

장무에서 네팔로 협곡만 건넜는데 시계를 두 시간 늦춰

양승국 변호사의 차마고도 여행기 14. 열세번째 날(장무 → 카트만두)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아침에 일어나니 약하게 비가 흩뿌린다. 여기서 국경까지는 다시 얼마정도 꼬불꼬불 길을 내려가야 한다. 길을 돌다보니 떠나온 장무가 눈 위로 보이기도 하는데, 과연 장무가 티벳에서 내려오는 산비탈의 길을 따라 형성된 마을임을 알 수 있겠다 

 

   
▲ 장무에서 국경으로 내려가는 사진 - 머리 위로 산허리에 걸린 도시 장무가 보인다

   
▲ 국경에 도착하니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유럽인이 보인다 - 이들은 티벳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네팔로 넘어가려고 국경에 왔다

국경에 도착하니 이미 여러 사람들이 국경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제 위에서부터 급하게 내려오던 급류가 네팔과 티베트의 경계를 이루고 있고, 문이 열리면 우리는 다리를 건너 네팔 코다리로 건너가게 된다.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유럽 사람들이 많고, 그 중에는 자전거를 잡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티베트를 여행하는 동안 뜻밖에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유럽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먼 유럽에서 이런 오지까지 자전거를 타러 오다니... 유럽인들의 모험심과 탐구심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다. 

이윽고 국경의 문은 열리고, 중국 국경관리들의 융통성 없고 불친절한 검사를 받고 우리 일행들이 하나하나 출구를 나가는데, 나에게서 제동이 걸렸다. 좀 기다리란다. ‘으잉? 이게 무슨 말이야?’ 컴퓨터상에 나랑 이름이 같은 여행객의 이름이 또 떠서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한단다. 다들 먼저 네팔로 건너갈 테니 나중에 뒤따라오라고 농담하는데, 괜스레 불안해지누나. ~~~ 이윽고 내가 마지막으로 통과하여 우리들은 네팔에 맞닿아 있는 우의교(友誼橋)를 건너간다. 

   
▲ 국경 지역을 찍은 구글 지도 사진

건너가면서 나는 다리 중간에 잠시 서서 요란하게 다리 밑을 통과하여 내려가는 물을 바라본다. 협곡은 아직도 어디서 끝날지 모르게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국경 통과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는데, 경비 군인이 호들갑을 떨며 사진을 못 찍게 한다. 녀석들! 이미 인터넷에 여행객들이 이곳을 찍은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구글 지도를 확대하여 보면 이곳 다리와 다리 위의 사람까지 보일 정도인데, 그것 좀 찍기로서니 무슨 대수인가? 특별히 감추어야 할 군사시설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네팔로의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시간을 장무보다 2시간 늦게 가도록 네팔 표준시에 맞췄다. 바로 협곡만 건너왔을 뿐인데 갑자기 시차는 2시간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장무의 시간도 북경 시간에 맞추라고 하는데서 생긴 어이없는 현상이지.

네팔측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가이드가 카트만두에서 타고 온 버스는 여기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여기서 7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산사태로 길이 끊긴 것이다. 다행히 가이드가 급히 이곳 차를 수배하여 산사태 난 곳까지의 교통편을 해결하였다. 생각보다 큰 산사태였다. 도로를 덮고 있는 흙더미가 작은 동산만 하다. 이 작은 동산을 넘어 반대편으로 내려가니 카트만두에서 온 버스가 반갑게 맞이한다. 

 

   
▲ 카트만두 가는 길에 산사태가 나서 차에서 내려 사태로 흘러내린 흙을 넘어간다

   
▲ 넘어갔는데 차들이 이렇게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우리 차가 가려는데 주차한 차 운전사가 나타나지 않아 여기서 1시간을 그대로 있어야 했다

   
▲ 카트만두 가는 길에 간간이 나오는 산사태 흔적 -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겨우 치워만 놓았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산사태로 길이 막혀 길 양옆으로는 차들이 늘어서 있고, 그것도 모자라 어떤 곳은 3열로 늘어선 곳도 있는데, 그 중 한 차량의 운전사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쳐 어디서 잠들은 것인가? 우리 운전사는 아무리 크락션을 울려도 운전사가 나타나지 않으니 열을 받아 그 차를 걷어차기까지 하는데... 여기서도 1시간 쯤 지났을까? 뒤늦게 나타난 운전사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차를 빼네. 우리나라 같았으면 벌써 육두문자와 함께 주먹이 날아가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을까? 

카트만두까지 가는 동안 이러한 산사태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어떤 곳은 산사태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겨우 차만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토사를 치워둔 곳도 있다. 네팔에서 제일 주요한 도로가 이러니 다른 길은 오죽하겠는가? 우기에 히말라야 트레킹 오지 말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지에 들어갔다가 산사태 나면 얼마나 발이 묶여있어야 할지 모르는 사태도 발생하니까... 

네팔에 처음 오는 작가들은 가파른 산사면을 계단식 논밭으로 수도 없이 만들고 그 가운데 집을 짓고 살아가는 모습에 신기해하며 연신 좌우의 산사면을 올려다본다. 후후! 나도 처음 네팔에 올 때에는 저랬었지. 3년 전 랑탕 갈 때에 처음 나타나는 계단식 논밭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 찍게 차를 멈춰달라고 했었지. 열심히 찍고 차가 또 하나 산을 넘어 본격적으로 2,000m 높이의 산허리를 달리면서 보이던 계단식 논밭은 대략 1.000m 높이로 연이어 있는 것이 그 전에 보던 계단식 논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인 것을 보면서 입이 벌어졌었지. 

 

   
▲ 카트만두 가는 길에 만난 계단식 농경지

   
▲ 드디어 카트만두로 들어서고 있다.

석양이 지면서 버스는 카트만두 시내로 들어선다. ‘반갑다! 카트만두여!! 내 너를 1년에 2번씩이나 볼 줄은 몰랐다.’ 카트만두를 다녀간 지 반년 밖에 안 되었으니 별 변한 것은 없지만, 한 가지 좀 변한 것이 있다면 전에 보다 공기는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것. 2월에 올 때에는 건기였지만, 지금은 우기라 자주 내리는 비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카트만두의 탁한 공기를 많이 정화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묵는 호텔은 시내 중심가에 있는 삼사라 호텔이다. ‘삼사라라면 윤회를 뜻하는 것 아닌가? 갑자기 물레방아 인생노래가사가 생각난다. ‘세상만사 둥글둥글 호박 같은 세상 돌고 돌아 정처 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기웃기웃 구경이나 하면서.......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그래! 돌고 돌아 또 네팔까지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