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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차마고도 여행기

퍼포먼스 작가들의 잔치를 감상하다

양승국 변호사의 차마고도 여행기 15. 열다섯번째 날(카트만두)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오늘은 네팔 국립박물관의 세미나실을 빌려 작가들이 지금까지의 여정 동안 구상하고 다듬고 완성시킨 작품들을 발표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날이다. 그 동안 아침이면 일어나 준비하기에 바빴지만 오늘은 오전을 느긋하게 호텔에서 보내며 각자 발표 준비의 마무리를 한 다음 점심을 먹고 박물관으로 향한다.

 

   
▲ 네팔 국립박물관

   
▲ 겨우 군인들 검사를 받고 박물관 마당으로 들어왔다. 네팔 여학생들이 박물관 들어가고 있다

박물관 앞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사전 통지가 잘 안 되었는지 한 군인이 나타나 제지한다. 박물관 직원이 나와 설명을 함에도 군인은 우리의 소지품을 다 검사하고서야 들여보낸다. 그 동안 공산반군과의 오랫동안의 싸움이 이런 경직된 문화를 낳았구나.  

국립박물관이라지만 우리나라 지방 박물관보다 못한 너무 초라한 박물관인데 그나마도 일본의 도움으로 지어진 박물관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건물 모서리에서 처마를 받치고 서 있는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지 거시기를 우뚝 세워 자기 아랫배에 붙이고 있는 것이다. ‘하! 고놈, 정말 우람하게 생겼네.’

 

   
▲ 박물관 처마 밑의 조각이 우람한 거시기를 자랑하고 있다

   
▲ 박물관 안에 전시된 불상 - 힌두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 박물관 여직원들과 나와 같이 찍은 기념사진

작가들이 세미나실에서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박물관 감상에 나선다. 전시물은 모두 불교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와 비슷한 불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남방 불교 특유의 불상들이고, 특히 네팔은 힌두교 영향을 받아서인지 힌두교의 신상을 닮은 불상도 있었다. 그런데 전시관이나 유물의 배열이나 참 조잡하다. 먹고 살기 힘든 나라라 아직은 이런 문화적인 것을 배려할 예산이 없어서인가? 

유물이 많지 않아 예상보다 빨리 관람을 마치고 세미나실로 들어서니, 작가들은 거의 준비를 마치고 있고, 한쪽에선 신기한 듯 박물관 직원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을 하고 있다. 박병욱 작가의 사회로 세미나는 시작되었다. 작가들은 한 분씩 나와서 자기 작품을 설명하거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스위스 작가 벤하트는 여행 중에 쓰던 젓가락들을 모아 한편에는 가지런하게, 한편에는 무질서하게 쌓아놓는다. 수잔은 그동안 두루마리에 스케치하였던 풍경들을 길게 펼쳐 놓는다. 두루마리의 길이가 이렇게 긴 줄은 몰랐네. 유선생님은 자기 딸과 조카를 조수로 삼아 분홍색 종이로 다양한 꽃을 만든다.

 

   
▲ 벤하트 작가가 젓가락으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방효성 작가 - 얼굴에 루즈를 칠하고 있다

   
▲ 여행 도중에 만든 시를 낭송하고 있는 임솔내 시인(오른쪽)과, 여행 도중 임시인의 시에 맞추어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이병욱 교수

감선생님은 못 쓰는 옷감을 가늘게 찢어 이를 실타래처럼 둘둘 말아 던지고... 이번 여행 중에 실타래처럼 떠오른 예술의 생각을 이제 돌아가면 풀어내려는 것일까? 이교수님과 임시인은 그 동안 작시, 작곡한 곡들을 풀어놓는다. 그런가 하면 방선생은 가운을 입고 립스틱을 꺼내 입에 바르더니 점점 더 입술의 경계를 넘어 뺨과 아래턱을 온통 붉은 립스틱으로 칠한다. 

여행 중에 잠깐 잠깐 보았던 작가들의 작품이 이렇게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나는구나. 마침내 세미나가 끝났다. 세미나를 마치고 작품들을 정리하는 작가들의 눈에 흐뭇함이 감돌며, 그 동안 고생 많았다며 서로를 격려하며 박물관을 빠져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