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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차마고도 여행기

천상의 나라를 떠돌다 지상의 나라로 내려오다

양승국 변호사의 차마고도 여행기 17. 열일곱번째 날(광조우 → 대한민국)

[한국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비행기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 530분에 광조우 공항에 내렸다. 광조우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이지만 서울 가는 비행기는 1705분에나 있기에 그 막간의 시간을 이용하여 우리는 광조우 시내 관광을 나선다. 첫 번째 목적지인 월수공원(越秀公園)으로 향하는데, 가는 동안 전기 자동차가 지붕 위의 전선에 접선하여 운행하는 것이 눈에 띈다. 

월수공원(越秀公园) - 얼마나 뛰어나고 빼어난 공원이기에 공원 이름도 월수공원인가?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태극 기공운동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야 중국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또 한쪽에서는 중년과 노년의 남녀들이 사교춤을 춘다. 글쎄 공공장소에서 저렇게 사교춤을 추는 모습은 나에게는 낯설다. 이런 것도 문화 충격이라 할 만 하겠지. 

 

   
▲ 공원에서 태극 기공운동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

   
▲ 공원에서 사교춤을 추고 있는 중국 중,노년의 남녀들

조금 위로 올라가니 5마리의 양을 조각해놓았다. 오색 예복을 입은 5명의 선인들이 양을 타고 하늘에서 광조우로 내려와 사람들에게 벼이삭을 나눠주고 농사짓는 방법을 알려주었다는 전설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일 큰 양은 입에 벼이삭을 물고 있는 모양이다. 

 

   
▲ 전설의 5마리 양 조각 작품

다음으로 우리가 들른 곳은 광효사(光孝寺). 광효사는 기원전 113년에 세워진 광저우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데, 뭐니 뭐니 해도 광효사는 선불교 6조 혜능이 도망하여 산속에서 15년간 사냥꾼들과 생활하다 드디어 때가 되어 속세로 내려와 이곳에서 머리를 깎고 법문을 펼치기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사실상 선불교는 혜능에서부터 꽃 피기 시작하였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그렇기에 보통 부처님 말씀을 모은 책만 경()이라 하고, 고승들의 책은 단지 론()이라고 할 뿐인데, 혜능의 말씀을 적은 책은 육조단경(六祖壇經)이라고 하여 경을 붙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종파인 조계종도 혜능이 은거하던 조계산에서 따와 조계종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럼 그런 혜능이 어떻게 쫒기는 생활을 하게 된 것일까? 5조 홍인대사에게는 원래 신수라는 수제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가난뱅이 일자 무식쟁이 나무꾼 혜능이 들어왔다. 그런데 홍인이 영남 사람이라면 오랑캐인데 어찌 성불을 할 수 있겠냐?”고 묻자 혜능이 사람에게는 비록 남북이 따로 있겠지만 불성에는 남북이 따로 없습니다. 제가 오랑캐의 몸으로는 스님과 같지 않지만 불성으로는 어찌 차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답하자, 단숨에 혜능이 법기(法器)임을 알아본다 

 

   
▲ 광효사 들어가면서 찍은 사진

그러나 무식쟁이 신참을 법기라고 하면 다른 제자들은 어떻게 할까 하여 홍인은 다른 제자들이 질투를 하여 혜능을 해칠까봐 모른 척한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 이제 홍인이 자신의 법통을 물려줄 때가 되어, 제자들에게 게송(偈頌)을 짓게 했다. 수제자 신수의 게송은 이렇다. 

身是菩提樹  몸은 바로 보리수(깨달음의 나무)
心如明鏡臺  마음은 맑은 거울 대
時時勤拂拭  항상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勿使若塵埃  티끌이 끼지 않게 하라. 

그러나 신수의 게송은 내가 보더라도 아직 깨달음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것. 다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겠다는 것만 드러날 뿐이다. 혜능도 이 얘기를 듣고 다른 사미승에게 신수의 게송 옆에 자기의 게송도 써달라고 부탁한다. 

菩提本無樹   보리(菩提)라는 나무는 본래 없고
明鏡亦非臺   거울 또한 대가 아닐세
本來一無物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何處惹塵埃   어느 곳에 티끌이 있으랴
 

범부들의 눈에도 누구의 게송이 나은지는 알 수 있겠다. 당연히 홍인은 혜능에게 달마대사로부터 넘어온 의발을 전해준 후, 멀리 도망가 숨으라고 한다. 신수가 법통을 이을 것으로 알고 있는 많은 제자들이 의발이 일자 무식쟁이 혜능에게 전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장 혜능을 죽이고 의발을 뺏으려는 것을 홍인은 내다본 것이다. 이리하여 혜능은 오랜 도망자 생활을 하다가 이 광효사(법성사)에 나타나 드디어 머리 깎고 계를 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 광효사 경내의 나무사진 - 덩굴나무들이 큰 나물를 에워사고 올라가고 있다

   
▲ 광효사 경내의 삭발탑(?) 사진

그럼 혜능은 어떻게 하여 이곳 광효사에서 계를 전하기 시작한 것일까? 어느 날 혜능이 광효사에 들러 조용히 맨 뒷자리에서 인종법사의 강연을 들었다. 그런데 때마침 갑자기 바람이 불어 절의 깃발이 펄럭이는데, 이를 보고 논쟁이 벌어진다. 한패의 사람들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하고, 다른 한패의 사람들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하며 논쟁을 벌인 것이다.  

이 때 혜능이 깃발이 움직임도 아니요, 바람의 움직임도 아니요, 단지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라 하니, 인종법사는 혜능을 알아보고 혜능의 머리를 깎아주고 스스로 제자가 되어 혜능을 스승으로 모셨다. 이후 혜능은 남종선의 시조가 되고, 신수는 북종선의 시조가 되는데, 그 이후 선종의 주요 파벌인 57종은 모두 남종선에 나온다. 

경내로 들어서니 혜능의 삭발한 머리털을 묻고 그 위에 세웠다는 삭발탑이 보이고, 혜능이 그 밑에서 계를 받았다는 보리수도 보인다. 이 보리수는 인도 스님이 중국에 심은 최초의 보리수로 나이가 1,500년이 넘었다나. 그 앞에는 조당(祖堂)이란 건물이 보인다. ‘라는 글자를 쓴 것을 보니 혜능을 모신 건물이 아닐까? 안을 들여다보니 혜능의 좌상(坐像)이 모셔져 있다. 

 

   
▲ 위가 잘려나간 3층 철탑

경내를 돌다보니 3층 철탑도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철탑이 있었던가? 그런데 철탑은 위가 삭둑 잘려나간 것처럼 보이는 것이 원래는 더 높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 철탑은 오대십국의 남한 왕조 때인 963년에 건립된 것인데, 청나라 말기에 앞의 건물이 붕괴되면서 위쪽 4개 층이 파손되어 지금은 3층만 남은 것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진씨서원(陳氏書院). 진씨 가족이 세운 서원으로 청대 광서 14년인 1888년에 착공하여 1894년에 완공하였다고 한다. 서원 안으로 들어가면서 지붕을 올려다보니 화려한 조각들이 들어오는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진흙으로 구워 울긋불긋 채색을 한 것이란다. 문지방을 넘으면서 올려다보는 처마에도 수많은 작은 인물들이 내려다본다. 글쎄~ 이런 게 민족성의 차이라고나 할까? 나에게는 저런 화려함은 순간적으로는 눈에 확 들어오지만, 그런 화려함은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 진씨 가족이 세운 진씨서원

   
▲ 자수로 수놓아 만든 그림

안에는 민속박물관으로 여러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상아를 어떻게 이렇게 화려하게 복잡하게 조각할 수 있을까? 하나의 아주 작은 상아에는 18인의 군상을 조각하였는데, 너무 작아 제대로 볼 수 있게 앞에 확대경까지 갖다놓았다. 자수로 만든 사진 작품도 있는데, 자수로 어떻게 이렇게 사진과 같이 수를 놓을 수 있을까? 

진씨서원을 나온다. 광조우에도 한인타운이라고까지 하기는 뭐하지만, 한글 간판들이 모여 있는 거리가 있다. 그곳 한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향한다. 그런데 여행을 떠날 때에도 비행기 때문에 말썽이더니 돌아갈 때도 또 비행기가 말썽이다. 비행기 탑승이 완료되었는데도 도대체 비행기가 뜰 줄을 모른다. 비행기가 통과하여야 할 상해 상공의 기상이 좋지 않아 관제탑의 이륙 명령을 기다리고 있단다. 결국 근 1시간 가까지 기내에서 대기하다가 겨우 비행기는 떴다 

 

   
▲ 광조우 공항에서

상해 상공을 지날 때에는 이미 어둠은 짙게 깔렸는데,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니 상해는 온통 구름으로 덮여있다. 그런데 어둠에 잠겨있던 구름은 순간순간 번개의 섬광에 하얀 정체를 드러낸다. 지금 저 밑의 상해는 우르릉 쾅! !’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비를 흠뻑 맞고 있겠구나. 그 구름들보다 한참 더 높은 상공에서 순간순간 하얗게 번쩍이는 구름을 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순간 사진기를 꺼내 들이대고 확대하여 셔터를 눌러보았지만 나중에 보니 역시나 그 장면의 느낌은 카메라에는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상해 상공에서 잠시 흔들흔들하던 비행기는 상해를 벗어나자 그 동안 늦은 것을 보상하려는 듯 빠른 속도로 북상한다. 이윽고 반가운 한반도의 불빛이 나타나고 서울이 다가오면서 화려한 조명과 함께 반도는 우리가 돌아온 것을 반긴다.  

1617, 간만에 오랜 시간 나라 바깥을 돌아왔다. 그것도 그동안 문명 저쪽에 떨어져 있을 것 같은 내 동경의 세계인 티베트를 차로 관통하며 천상의 나라를 떠돌다 지상의 나라로 내려오지 않았는가? 인천공항을 빠져나오는데, 하늘에는 여전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있다. 나인드레곤헤즈와 함께 한 2011년 여름 - 나에게는 차마고도와 티베트의 꿈을 마침내 실현한 잊지 못할 여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