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손현목 작가]
▲ 뿌리 깊은 나무, 김명환 작 |
작가 김명환의 말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 한 뒤 집현전 학자들로 하여금 훈민정음으로 용비어천가를 짓게 하셨다. 지은 목적은 임금이 된다는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피나는 노력을 하여, 덕을 쌓아 하늘의 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후대 임금은 이렇게 어렵게 쌓아올린 공덕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할 것임을 경계하려는 데 있으며, 만든 경과는 이 책의 첫머리에 실린 <진용비어천가전 進龍飛御天歌箋>과 끄트머리에 실린 <용비어천가발 龍飛御天歌跋>에 잘 나타나 있다.
첫머리 글에 따르면 권제(權踶)·정인지(鄭麟趾)·안지(安止) 등이 여섯 대 선조들의 행적을 125장의 노래로 읊었는데, 그것은 1445년(세종 27) 4월의 일로 이때에 지은 노래는 우리말로 되어 있고, 거기에 한문의 시를 달아 그 뜻을 풀이하였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제반 문서는 한문으로 되어 있으나 용비어천가를 훈민정음으로 지어 훈민정음이 우리말을 잘 기록할 수 있는 글인지를 점검해보고 나아가 조선 건국의 정통성을 알리려고 한 셈이다.
용비어천가는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국문시가로서 전 10권으로 되어 있으며, 문학적 향기가 높아 널리 애송되고 있는 제2장을 은행나무에 새겼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뜻을 오늘에 이어받아 남녀노소 누가 보아도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현대어로 썼다.
요즈음 캘리그라피 작품을 보면 매우 화려하고 자음과 모음을 많이 변형시켜 아름다운을 추구하는데 다소 가독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한 반감으로 한글의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글씨를 단정하게 써서 읽기 쉽도록 하고 채색을 단순하게 하여 소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였다. 판면(板面)의 위쪽에는 구름 문양, 아래쪽에는 파도 문양을 넣어서 바람, 나무, 샘, 바다 등 원문의 이미지를 보완하고 회화적 요소를 가미하였다.
용비어천가는 원래 조선의 건국을 찬양하고 조선의 영구불멸을 위해 후세에 공덕을 쌓도록 경계했지만, 노래는 우리들 마음속에 들어와 엄혹한 시련에도 견뎌 살아남는 나무가 되고 참담한 절망 속에서도 솟아나는 희망의 샘이 되고 있다. 그대 삶의 무게에 숨쉬기도 힘들 때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한 번 암송해 보라.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아니하므로 내가 이루어져 바다에 가나니!”
<작가 김명환의 다른 작품 소개>
등꽃, 긴 그리움을 가슴에 품다
http://www.koya-culture.com/news/articleView.html?idxno=99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