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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철마 앞에선 아베 씨의 고향생각

[맛 있는 일본이야기 361]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베 다케시(阿部建) 씨는 올해 나이 84살이다. 그는 지난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4박 5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다리도 약간 불편한 그가 한국을 찾은 까닭은 그의 가족사 때문이다. 그의 가족은 자그마치 40명이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그 가운데 34명이 한국에서 삶을 마감했다.

아베 씨 자신도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그는 지금 한국에서 살다 한국에서 죽은 자신의 가족을 주제로 하는 소설을 구상 중에 있다. 아베 씨는 외가를 소재로 하는 소설을 쓸 예정인데 한국에 오기 전 필자에게 자료 요청을 한 바 있다. 그가 요구한 자료란 다름 아닌 일본인과 가정을 꾸린 외할머니에 관한 것들이다.

그의 외할머니는 부모님이 105인 사건(1911년 일제가 무단통치의 일환으로 민족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사건을 확대 조작, 최후로 105명의 애국지사를 투옥한 사건)에 연루되어 10살의 나이로 고아가 된 인물이다. 부모를 잃은 어린 소녀는 외삼촌 집에 맡겨지는데 외삼촌이 살고 있는 마을은 평안북도 박천군 맹중리로 읍내에는 우편취급소가 있었다.

어린 소녀는 외삼촌의 보살핌으로 자라나는 데 이 마을의 우편취급소장이 외삼촌네 집에 자주 드나들었고 그 인연으로 소녀는 우편취급소장과 결혼하게 되었고, 소녀의 나이 18살, 소장의 나이는 53살이었다. 아베 씨의 소설은 조선인 18살 소녀와 일본인 우편취급소장과의 결혼을 포함한 이후 가족사가 그 줄거리라고 했다. 물론 구체적인 것은 2년 뒤에 출간할 소설을 기대해봐야 알겠지만 침략전쟁과 조선에서 살았던 일본인 가족을 다룬다는 큰 틀은 잡혀있는 듯하다.




푹푹 쪄대는 폭염 속에서 기자는 아베 씨를 임진각과 통일전망대로 안내했다. 사실 북한 청진 출신인 아베 씨는 외할머니의 고장인 박천의 맹중리를 가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임진각의 멈춘 녹슨 철길 위에는 290킬로미터를 달리면 박천의 맹중리에 다다른다는 또렷한 표지가 눈에 띄는 게 아닌가?  

녹슨 열차가 멈춰있는 철길 위에서 아베 씨는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할머니의 고향을 그리는 듯 동상처럼 한동안 서있었다. 물론 아베 씨가 그리고 있는 지금의 북한땅 평안도와 필자가 상상하는 평안도 사이에는 어떤 괴리감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 그가 일본인이고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만큼의 차이 말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듯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조차 없는 84살의 아베 씨가 외할머니의 고향인 박천을 무대로 하는 소설이 과연 어떤 색을 띄고 세상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아베 씨를 북한 땅이 보이는 임진각 일대를 안내하면서 필자의 머릿속에는 ‘분단의 원인은 침략이요, 침략을 일으킨 자들은 일제국주의’라는 생각이 줄곧 맴돌았다.




아베 씨의 소설 속에 나오는 외할머니가 살다간 일제침략기를 그는 어떻게 그릴 것인지, 조선땅에서 40명의 일가가 태어나고 34명이 죽은 땅 조선은 그에게 또 어떤 곳일지 자못 궁금하다. 여하튼 소설이 완성될 때까지 아베 씨가 건강하길 빈다.

아베 다케시(阿部建)는 누구인가?

1933년 함경도 청진에서 출생. 패전 뒤 일본 니가타현에서 중학교 교사를 7년 동안 하고 오사카로 가서 광고대리점에서 12년간 근무. 이후 1976년에 마케팅비지니스를 창업하고 1991년 주식회사 주문화연구소(酒文化硏究所) 창설에 참여. 1995년 퇴직 후에는 술문화 활동가로 활약. 저서로는 일본술의 원류인 <막걸리와 여자>,<가와이고메의 원더플월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