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소학관에서 나온 《일본사세시기366일(日本史歲時記366日)》의 8월 24일 이야기를 보면 좀 섬뜩한 이야기가 나온다. 풍신수길 시대인
1594년 8월 24일 강도 두목인 이시카와고에몬(石川五右衛門)이 잡혀 그 가족과 함께 산채로 펄펄 끓는 가마솥에 던져 죽은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허구로 여겨졌으나 예수회 선교사인 페트로모레몬의 일기 속에 “이 일은 분로쿠 3년 여름일이다. 기름에 튀겨진 인물은
다름 아닌 이시카와고에몬과 그 가족 9명이었다.”라는 기록이 나와 실제 사건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기록한 또 한사람은 에도초기의
학자인 하야시라잔(林羅山)이다. 하야시라잔이 편찬한 《풍신수길보(豊臣秀吉譜)》에 따르면 “분로쿠 시절 이시카와고에몬이라는 도적이 강도 등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로 풍신수길이 체포하게 하여 어머니 이하 28명의 관련된 사람들을 산죠가와라에서 삶아 죽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후 날강도 이시카와고에몬은 의적(義賊)으로 변신, 가부키(歌舞伎)등에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뜨거운 가마솥에 빠트려 죽었다고도 하고 펄펄 끊는 기름에 튀겨졌다고도 하는 등 그 죽음의 방법도 변형된 채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시카와고에몬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서부터 소설, 애니메이션, 노래 등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층을 사로잡고
있으며 그렇게 되다보니 그의 출생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설을 달고 다니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오죽 인기가 있으면
《일본사세시기366일(日本史歲時記366日)》의 8월 24일 조에 소개되고 있을까 싶다. 정말 이것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면 무척 잔인한 사건이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