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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본인 친구의 지복(至福)의 삶

[맛있는 일본이야기 379]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 일본 친구 이름은 노리코, 얼마 전 노리코와의 재회를 라인(LINE,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우리의 카톡 같은 것)’을 통해서 했다. 십여 년 만이다. 와세다대학 연구원 시절 만났던 노리코와 지난 십여 년간 연락이 끊어져있던 참이었다. 보내온 사진 속의 노리코 얼굴도 주름이 많이 늘었다. 여전히 개를 좋아하는 듯 4 마리 개와 구순에 가까운 홀어머니와 지복(至福)의 삶을 살고 있다는 노리코의 말에 마음이 찡했다.

 

링크교수는 잘 있는지? 그리고 요우코(개 이름)?”이란 나의 질문에 노리코는 시무룩하게 답을 했다. 남편 링크교수는 올 280살을 일기로 숨을 거두었고 애지중지 16년간 키우던 개들도 차례대로 죽었다는 말을 듣고 안됐다 싶었다.


 

노리코는 나이차이가 무려 이십 여살 차이가 나는 미국인 영어 교수 링크와 혼인하여 살면서 둘은 자녀가 없는 대신 16년간 개 두 마리를 애지중지 길렀었다. 내가 남편 링크교수를 만난 것은 시모다 별장에서였는데 노리코 부부는 시모다에 작은 별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 별장이지 방학 때만 내려가다 보니 정원에는 풀이 사람 키를 넘을 만큼 무성했고, 집안은 거미줄 투성이었다.

 

와세다대학에 있던 이십여 년 전, 무더운 여름날 바다구경이나 하자고 권해 시모다로 내려갔다가 노리코와 나는 내내 정원의 풀을 뽑고 집안의 거미줄을 치우며 청소를 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우리가 근 1주일 가까이 집 안팎을 청소하고 나니 남편 링크교수가 도쿄에서 내려왔다. 노리코와 링크교수는 대학교수와 학생으로 만난 사이라고 했다.

 

노리코는 전형적인 일본여성이었고 링크교수 역시 전형적인 미국사람이었다. 노리코와 나는 아침이면 미소시루(된장국)에 밥을 제대로 챙겨 먹었지만 링크교수는 따로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일어나 커피와 토스트를 손수 해먹던 기억이 새롭다. 주방에 들어가니 링크교수용 프라이팬이 따로 있을 정도도 둘은 밥을 먹는다든지 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조차 각각 편리한 시간에 편리한 대로 처리했으며, 누가 누굴 위해 희생을 한다거나 시간을 할애하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밤에는 별이 총총한 시모다의 밤하늘 아래 노리코 부부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대화를 나눴고 특히 나의 방문으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한국에서 온 이방인을 위해 남편 링크교수는 손수 맛있는 커피를 타주기도 했다. 또한 낮에는 19세기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거부하는 정책을 펴고 있던 일본에, 통상을 요구해온 "구로부네(흑선)"라고 불리는 함대가 입항한 마을로 알려진 시모다의 구석구석을 나를 위해 안내해주었다.

 

몇 해 전 도쿄의 집을 정리하고 시모다에 집을 지었어. 남편이 가고 없는 지금 홀로된 친정어머니를 돌보며 유기견 4마리를 입양해서 이 녀석들과 지내고 있어. 아침마다 너와 산책하던 시모다해변을 이 녀석들을 데리고 나가 함께 걷고 있지, 놀러와. 방도 많으니 오래도록 와서 머물다 가

 

카톡의 보이스톡처럼 라인의 무료 통화로 노리코와 나는 지난 십여 년간 쌓이고 쌓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젠가는 노리코가 있는 시모다를 찾아가 지복(至福)의 삶을 살고 있는 노리코와 정겨운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