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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중용》 시중과 세종 사맛 과정 견주기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行道] 함께 걷기 34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세종의 사맛[커뮤니케이션]의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좁은 의미’의 사맛 과정에 대하여 알아보자. 여기서 좁은 의미라고 한 것은 ‘넓은 의미(broad term)'가 포함하고 있는 도로, 물길 같은 일반 교통 등을 제외한다는 뜻이다.

 

먼저 유가에서 말하는 배우고 익혀 실천하는 사맛의 과정이 있다. 유가 《중용(中庸)》의 시중(時中) 행하기를 보자.

 

학문과 실천의 다섯 단계

 

․ 박학博學 : 널리 배워라. →

‧ 심문審問 : 자세히 물어라. →

‧ 신사愼思 : 깊게 생각하라. →

‧ 명변明辯 : 분명히 바르게 판단하라. →

‧ 독행篤行 : 옳다고 여기는 것은 철저히 행하라.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한다는 것이다.

 

《중용》에서는 사람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점검해 실수를 줄이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다섯 단계로 나뉜다. 처음에는 널리 배우는 박학(博學), 두 번째는 자세히 물어보는 심문(審問), 세 번째는 신중하게 생각하는 신사(愼思), 네 번째는 분명하게 따지는 명변(明辨), 다섯 번째로 독실하게 행동하는 독행(篤行)이다. 독행의 독(篤)은 ‘도탑다, 굳다, 오로지 신실하다’의 뜻으로 진실하게 행하는 것으로 거꾸로 말하면 진실할 때만 행하는 것이다.

 

이를 《중용》의 시중(時中)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 중의 하나는 상황에 알맞은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다. 삶의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시중지도(時中之’道), 곧 때를 알고 그 때에 맞게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배우는 사람들의 덕목이 될 수 있다. 마침내 독행을 하려면 앞의 네 단계의 절차를 거쳤는지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먼저는 분별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고전이나 선현들의 말씀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바로 학습이다. 이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며 객관적인 사실을 검토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그리고 주위에서 묻고 들어야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틀리다고 여기지 말고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서로가 불확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확인과정을 거쳐야만 내가 옳다고 믿는 주장에 대한 의혹이 줄어들 수 있다. 사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일 수 있다. 판단이 옳다 여겨지면 그 때 행동에 나서야 한다.

 

《중용》에서는 군자와 소인의 인생을 견주면서 군자는 시중지도를 실천하는 사람이며, 소인은 시도 때도 모르고 기분이 내키는 대로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군자지중용야(君子之中庸也)는 군자이시중(君子而時中)이다.’ : 군자의 중용적 삶은 때를 잘

알아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중심을 잡아 사는 것이다. ‘소인지반중용야(小人之反中庸也)

는 소인이무기탄야(小人而無忌憚也)니라.’ : 소인의 반중용적 삶의 형태는 시도 때도 모르고

아무런 생각 없이 인생을 막 살아가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사람은 때(時)를 잘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사람은 늘 때를 알아야 한쪽

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용적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박재희, 카페 다음)

 

《중용》 시중은 부지런히 학습하고 때를 알아 나설 때 나서고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아는 학습과 실천의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큰 틀 속에서 유가와 세종의 비교도 의미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세종은 보다 구체적이고 혁신적임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의 사맛 단계

 

세종의 사맛[커뮤니케이션] 단계를 위 중요 단계와 비교하여 정리해 본다.

 

(전제 단계 : 교류, 교통, 교신)

가) 조사

나) 듣고, 묻기

다) 간하기, 토론

라) 전문가 연구(상정소, 집현전), 여론조사

마) 신제, 제조, 창제

 

조사

‧고고적(考古籍) : 임금이 부제학 이선(李宣) 등에게 이르기를, ... 집현전으로 하여금 날마다 행할 일을 뽑아내 적게 하였으니, 그대들은 옛일을 비교 고찰하여 빨리 뽑아서 아뢰라, 하였다.’ (《세종실록》 15/2/26)

‧고열증원(考閱證援) : 증빙(證憑)과 원용(援用)을 살펴 조사하다. (《세종실록》 32/2/17) 등에서 조사의 사맛정신을 읽을 수 있다.

 

듣고 묻기

“유학 최진현 등이 강릉부 진부현의 강무장 폐단에 대해 상서하다.: 그윽이 생각하건대, 전하께서 바른말 듣기를 좋아하시는 마음으로써, 어찌 아시면서 고치지 아니하겠사오리까. 반드시 감히 임금님의 총애에 상달(上達)하는 신하가 없었던 것입니다. 신은 최치운(崔致雲)의 아들이옵니다. 신의 아비가 성상의 대우를 지나치게 받사와, 전하의 은혜를 갚고자 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항상 생각하기를, 이 일은 마땅히...” (《세종실록》31/2/9)

 

ㆍ 조사하고 물어라 : 옛 문헌을 조사하라. 그리고 물어라.

ㆍ 재결사고(裁決師古) 주자용중(疇咨用中) : 재결하시는데 옛일을 스승으로 삼으셨으며 묻기를 널리 하시와 알맞은 것을 쓰시다. (《세종실록》 32/2/22)

ㆍ 문어농부(問於農夫) : 농사는 나이든 농부에게 물어라. (《세종실록》7/7/1)

ㆍ 광순박방(廣詢博訪) : 널리 묻고 고루 찾았다. (《세종실록》15/11/27 )

 

간하기, 토론

소신껏 간(諫)하고 전문가에게 묻는다.

ㆍ 허금납충(虛襟納忠) : 허심탄회하게 충성스러운 말을 들어주신다. (《세종실록》32/2/22)

ㆍ 간행언청(諫行言聽) : 간하면 행하시고 말하면 들어주시었다. (《세종실록》21/12/18)

 

전문가 연구, 여론 조사

토론의 단계로 여론 조사 및 의논ㆍ숙의하고 토론하게 된다. 토론은 기본이고 토지 개혁에 다른 공법(貢法) 개정에서 세계 처음으로 백성 상대의 여론 조사를 했다. 공법은 1444년(세종 26) 개편되었다. 전국 각 도를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3분하고 다시 상ㆍ중·하로 나눈 뒤 각각 상전ㆍ중전ㆍ하전으로 나눔으로써 27종의 토지 등급에 따라 각각 세율을 달리하는 안이다. 마지막 단계로 5개월 여 동안 실시된 여론조사에는 9만8천6백57명이 ‘가하다’는 의견을 냈고, 7만4천1백49명은 ‘가하지 않다’고 답변하는 등 무려 17만2천8백6명이 참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ㆍ 락어토론(樂於討論) : 더욱 토론을 즐겨하시고. (《세종실록》16/4/11)

전문 지식인들에게 계속 할 일[과업]을 만들어내게 독려했고,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같이 할 수 있게 특히 천문, 언어, 음악 등에서 이런 환경을 만들어 갔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상정소(詳定所)를 통하여 항상 따라야 하도록 하고[以爲恒式]하고, 주로 의례에 관한 것은 상정소와 도감(都監)을 통해, 과학적인 문제는 집현전(集賢殿)과 전문가 팀을 통하여 창신ㆍ창제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갔다. 상정소와 집현전과 전문가들이 연구를 이어간다. 제도 연구의 ‘상정소’가 있었고 전문가들의 집단인 ‘집현전’이 있었다.

 

신제, 제조, 창제

 

‘창제(創制/創製)’는 이전의 것과 원리가 다른 ‘아주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세

종 때 쓰인 창제는 정신문화의 산물인 입법창제(立法創制)가 많았다. 창제는 특별히 훈민정

음 창제가 있으므로 결정적인 방점을 찍게 된다.

 

《조선실록》에서 원문 ‘創制(창제)’를 살피면 모두 59 건이 나온다. 이중 시기별로 3건 이상

의 임금을 보자.

 

초기: 태종 5, 세종 11, 성종 3 소계 22건

중기: 중종 7, 선조 2/선조수정 2, 광해군 2/2, 인조 5건 소계 25건

후기: 정조 3 고종 3 외 소계 12건

‘창제’의 용어로 보면 세종이 조선 초기임에도 가장 많이 등장함을 알 수 있다.

《중용中庸》의 시중(時中) 5단계의 비추어 세종의 사맛 과정을 비교해 보았지만 세종의 개혁적이고 창제적인 시스템 운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