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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세종의 경험방과 이 시대 인문학의 보편적 지식

4차 산업시대와 세종 인문학 - (2)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行道] 함께 걷기 37]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4차 산업시대가 다가와 있다.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ㆍ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시대다.

 

며칠 전 한국 바둑계를 이끌던 이세돌이 AI 인공지능 ‘한돌’과 대국에서 2대 1로 졌다. AI는 오래전에 서양장기를 이겼고 바둑에 이어 얼마 전에는 영상게임에서도 이긴 바 있다. 이렇듯 기계가 일부 기능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으며 인간이 일할 영역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과 기계의 조화를 생각하면서도 최후 판단은 인간에게 있으므로 결국 인간의 인문학적 기반의 사고(思考)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알파고와 한돌 이후 인공 지능의 시대에 인간 주체 인문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인문학

 

인문학은 인간의 사상과 문화 나아가 인간 본연의 위상 그리고 인류 문화에 관한 모든 정신과학을 통칭한다. 이런 인문학의 기초는 배움이고 학문으로 ‘學文’ 혹은 ‘學問’이라고 부른다. 공자(孔子 BC 552~ BC 479)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망령되고(學而不思則罔),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思而不學則殆)”(《논어》 위정)고 했다. 배움은 ‘생각[思]’과 대조되어 요컨대 ‘문에 대한 공부[學文]’나 생각(비판적 사고)에 대비되는 단순한 공부는 바로 좁은 의미의 ‘학(學)’이다.

 

다만 학문의 문(文)에는 문질(文質)의 문제가 있다. 문질은 문(文)과 질(質)의 복합어로 보통 문(文)은 외양, 수사, 꾸밈, 후천성을 뜻하고, 질(質)은 바탕, 내용, 선천성(先天性)을 뜻한다. 중국 고대 문학론의 기본적인 개념의 하나인 ‘문질빈빈(文質彬彬)’에서 비롯한다. “바탕이 외양을 능가하면 야해지고[野], 외양이 바탕을 능가하여 문이 질을 이기면 사[史]해진다. 문질이 잘 조화를 이룬 다음에야 군자라고 할 수 있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논어》옹야』)

 

이는 쉽지 않은 일로 공자는 “문(文)에 대한 공부는 나도 남보다 못하지 않다. 그러나 군자의 행실을 실천하는 일은 나는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다.”(《논어》述而; 좁은 의미의 학, 《논어》(해제),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05.)고 하였다.

 

꾸밈과 바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AI의 꾸밈이 지나쳐도 바탕인 선천성의 이해가 부족하면 의미가 없다. 이를 종합해 인문학이라 할 것이다. 인문학에 대하여 먼저 자원(字源) 풀이로 보자.

 

人(인)은 사람의 모습이다. 작대기로 서로를 받쳐주는 모습이다. 사람은 우리말 근원으로는 삶과 연관이 있다. 살다- 삶, 알다 -앎, 그래서 사람은 ‘살다와 알다’의 합성이다. 그리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文(문)은 사물의 무늬란 뜻이 있다.

 

學(학)은 ‘배우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새끼를 꼬아 지붕을 얽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한다. 다른 설명은 어린이가 건물 안에서 두 손으로 가르침을 받는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학문은 어떠해야 할까. 바로 배우며 질문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운 것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따라야 한다. 한국과 유럽 교육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학습에서 일방적 가르침이 있는 한국과 교사 그리고 학생의 질문과 대답이 이루어지는 유럽의 차이일 것이다.

 

지난 2010년 9월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후 한국기자들에게 개최국의 이점을 주어 질문권을 주었다. 그런데 여러 번의 요청에도 질문이 없었다. 결국, 질문권을 넘겨받은 CCTV의 루이청강 중국기자가 아시아를 대표한다며 질문을 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공연히 영웅심으로 나서기가 싫었다거나, 영어가 짧아서 참고 있었는지 모르나 통역을 붙여준다고 재차 요구했을 때는 이미 타이밍을 잃었다. 단적으로, 질문하지 않는 교육과 일방적 사회문화의 유산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곳곳에서 생산되고 있는 SNS의 가짜뉴스[fake news]가 양산되는 시대에 견주면 이건 아이러니다.

 

질문을 하는 교육의 하나로는 유태인들의 하브루타[chavruta] 교육이 있다. 하브루타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난다.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지혜의 출발이다. 질문과 토론, 논쟁만큼 뇌를 움직이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없다. 짝을 이루어 대화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는 뇌를 격동시켜준다. 질문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왜?’라는 질문은 유태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한 어린이가 인터넷 놀이를 하다가 ‘fail’이 뜬다. “실패구나” 아버지가 말하자 아이가 이어받는다. “아니에요. 다시 하면 되는 거예요.” 이러한 사물에 대한 다른 시각과 의지를 갖는 것이 바로 질문하는 교육의 핵심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세종의 인문학적 특성의 예를 보자.

 

세종은 묻는 임금이다

 

세종은 모두에게 묻는 임금이다.

 

원문(2,189) ‘문어(問於)’를 찾아보면 세종 때 106건이 나온다. (주요/다수 임금)

조선 초기 : 태종(60), 세종(106), 성종(182)

중기 : 중종(316), 선조(158)/수정(10), 광해군중초본(85)/정초본(84), 인조(132), 현종 (61)/ 현종개수(98)

후기 : 숙종(264)/숙종보궐정오(25), 영조(142), 정조(140)

 

▫ 문어농부(問於農夫) : 영서 땅은 원래는 비옥한 땅인데, 존중이 메마르다고 대답한 것은 그릇된 것이다. 이날 행차에 내금위 사금만 거느리고 우산과 부채는 쓰지 않았다. 벼가 잘되지 못한 곳을 보면, 반드시 말을 멈추고 농부에게 까닭을 물었다. 점심을 들지 않고 돌아왔다. (《세종실록》7/7/1) 見禾稼不盛之處, 必駐馬問於農夫, 不晝膳而還。

 

▫ 의방 : 임금이 말하기를, “의술은 인명을 치료하므로 관계되는 것이 가볍지 않으나, 그러나 그 심오하고 정밀한 것을 아는 자가 적다. 판사 노중례(盧重禮)의 뒤를 계승할 사람이 없을까 염려되니, 나이 젊고 총명 민첩한 자를 뽑아서 의방(醫方)을 전하여 익히게 하라."고 하였다. (《세종실록》22/6/25)

 

▫ 경험방 : 호조에 전지(傳旨)하기를, "각도에 공문을 내어 메밀을 경작하게 하되, 《농상집요(農桑輯要)》ㆍ《사시찬요(四時纂要)》와 본국(本國)의 경험방(經驗方)으로 때에 맞게 경작할 것을 권면시키라." 하였다.(《세종실록》 5/6/1)

 

세종은 묻기를 즐기고 현장에서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경험적 지식으로서의 ‘경험방’을 소중히 여겼다. 세상 속 현장에 살아 있는 경험 지식을 중요시 한 정신은 이 시대 인문학의 보편적 지식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지식을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보편적 지식은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삶의 가치다. 우리는 보편적 지식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안목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곧 보편적 지식의 탄생이며 21세기 르네상스인의 거울이다. (《갈라파고스》, 찰스 밴 도렌, 박중서 역,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