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문학과 예술은 모든 것을 다 바쳐야만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자기를 다 버릴 때, 곧 향락과 만족으로 우리의 육체를 유혹하여 무한히 추락하게 하는 3욕, 5욕을 하나씩 다 버릴 때만이 시신 뮤즈는 비로소 한줄기 달빛과도 같은 은은한 서정과 끝없이 출렁이는 물결 같은 영감을 우리의 가슴에 흘러들게 하고 고여서 가득 넘쳐나게 한다.
그러나 진실로 자기를 다 버린다는 것은 결코 말하기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우리 몸 곁 이곳저곳에서 흰 눈을 번뜩거리며 흥청거리는 온갖 되지 않은 짓거리들과 돈 버는 재미, 세도 부리는 재미, 또 무슨 재미들은 항상 우리들의 마음을 꼬드겨서 욕망으로 부풀어나게 하고 욕망은 또 더 큰 욕망을 낳아 나중엔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욕망으로 부풀어 꽉 차버린 가슴에는 이제 또 다른 무엇이 담길 틈이 없게 된다.
그 때문에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세상 좋은 일은 혼자 다 하고 싶으면서도 문학을 한답시고 소설 쓰고, 시 쓰고 시나리오를 쓴다고 하여도 그것은 결국 진실한 문학과는 별개인 문학의 껍데기나 문학의 거품이나 문학의 모조품밖에는 될 수 없는 것이다.
호메로스는 그 빛나는 예지의 두 눈을 주고 영웅서사시 “일리아드”를 얻었으며 굴원은 한 나라의 사직을 바쳐 불후의 “초사”를 적었고 리태백은 황궁에서 부귀와 영예와 사치를 버리고 그 자유의 시혼을 되찾았다. 우리의 민족시인 윤동주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하는 시구를 얻고자 마침내 그 찬란한 젊음을 다 바치지 않았던가.“
가지면 잃고 버리면 얻는다.”
우리 육체를 끝없이 추락하게 하는 것이 수많은 욕망들이라 할 때 우리의 영혼은 한없이 이끌어 올리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예술이며 문학이다. 문학, 예술은 모든 것을 다 바쳐야만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도라지》 1996년 제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