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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늘은 불편했던 이웃과 웃는 날 유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64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우리 겨레가 즐겼던 명절 가운데 하나인 유두(流頭 : 음력 6월 15일)입니다. 유두는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준말인데 신라 때부터 있었던 풍속이며, 가장 원기가 왕성한 곳인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날입니다. 이렇게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액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졌는데, 유두를 신라 때 이두로 '소두'(머리 빗다), '수두'라고도 썼다고 합니다. 수두란 물마리(마리는 머리의 옛말)로 '물맞이'라는 뜻인데 요즘도 신라의 옛 땅인 경상도에서는 유두를 '물맞이'라고 부른다지요.

 

 

유두의 대표적인 풍속은 유두천신(流頭薦新)입니다. 이는 유두날 아침 유두면, 상화떡, 연병, 수단 등의 음식과, 피, 조, 벼, 콩 따위의 여러 가지 곡식을 참외나 오이, 수박 등과 함께 사당에 올리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하지요. 옛날에는 새 과일이 나도 자기가 먼저 먹지 않고 돌아가신 조상에게 올린 다음에 먹었습니다. 농촌에서는 밀가루로 떡을 만들고 참외나 기다란 생선 따위로 음식을 장만하여 논의 물꼬와 밭 가운데에 차려놓고 농사신에게 풍년을 비는 고사를 지내며, 자기의 논밭 하나, 하나마다 음식물을 묻은 다음 제사를 마칩니다. 유두날 선비들은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계곡이나 정자를 찾아가서 시를 읊으며 하루를 즐기는 유두연(流頭宴)을 했습니다.

 

유두의 대표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유두국수'인데 유두국수는 햇밀로 국수를 만들어 닭국물에 말아먹는데, 수명이 길어진다고 믿었지요. 또 찹쌀과 밀가루로 흰떡처럼 빚어서 썬 다음, 녹말을 씌워 삶아내 꿀물에 넣어 먹는 ‘수단’도 있으며,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호박이나 오이 채 썬 것을 넉넉히 넣고 찌거나 차가운 장국에 띄워 먹는 ‘편수’와 밀전병을 얇게 부쳐서 오이, 버섯, 고기 등을 가늘게 채를 썰어 볶아 넣거나, 깨를 꿀에 버무려 넣는 ‘밀쌈’도 먹습니다. 밀가루를 누룩이나 막걸리 따위로 반죽하여 부풀려 꿀팥으로 만든 소를 넣고 빚어 시루에 찐 떡도 먹는데, 이는 '상화떡[霜花餠]'이라고 합니다. 그 밖에도 미만두도 있는데, ‘미만두’는 해삼 모양으로 빚어 찌거나, 냉국에 띄워 먹으며, 궁궐에서는 규아상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유두에 가장 특별한 세시풍속은 식구ㆍ친지 등과 함께 동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을 찾아가 머리를 씻고, 술을 돌려 마심으로써 공동체임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이 풍속을 다산 정약용은 '계'의 뿌리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유두는 식구나 친지뿐만 아니라 불편했던 이웃과 머리를 감으면서 갈등을 깨끗이 풀고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명절이지요. 이제 현대인들이 유두를 명절로 지내지는 않더라도 이날의 의미를 새기며, 불편했던 이웃과 웃을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