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생일에 이 노래로 축하하면 어떨까?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18]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 올해 10월 13일은 저의 생일입니다. 원래 음력인데 양력으로 환산하니 13일이지요. 몇 번째인가 하는 것은, 이제 6학년을 거의 졸업하는 셈이어서, 의미가 없는 것 같고요, 주중에 낀 생일을 미리 한다고 해 아들 손자들이 주말에 미리 축하를 해주어서 생일상을 잘 받았음을 기쁘게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올해 생일상이 예년과 다른 점은 생일 축하의 노래를 기존의 미국 노래인 "해피 버쓰데이 투 유"를 우리말로 바꾸어 부른 노래가 아니라 새로 이 노래로 축하받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가사와 악보가 있습니다.

 

 

 

 

엇, 작사자가 이동식이군요. 바로 저의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이 노래는 제가 작사한 것이지요. 긴 긴 시간을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집안 식구들의 생일, 혹은 생신을 축하하는 상을 차려 올릴 때에 많이 드시라며 말로 축하의 말을 곁들이지만 노래로 축하하는 경우는 민간에서는 별로 없었지요. 다만 왕실에서는 축하음악과 노래를 불러 올렸고, 또 몇몇 분들이 부모님의 생신에 축하노래를 불러올리도록 한 경우는 있었지만 따로 축하노래를 불러올리지는 않았는데, 해방 이후 미국식 생활습속이 급속히 들어와 생일날 케이크를 놓고 거기에 촛불을 밝힌 다음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는 게 어느 새 우리의 신 풍속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불리는 노래는 ‘해피 버쓰데이 투 유’라는 미국의 생일축하노래를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말로 번역한 것이고요. 19세기 미국 켄터키주에서 시작된 이 노래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러지고 있고 우리 주위에서도 너도 나도 생일 때마다 애들이 선창을 하고 어른들이 따라부르면서 불러주고 있지요.

 

 

​그런데 저는 일찍부터 이러한 신 풍속도가 싫었습니다. 아니 생일날 이 노래를 부르고 듣는 게 괴로웠습니다. 생각해 보십시다. 당신이 가족이나 친구 혹은 애인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촛불을 켜고 케이크를 자르면서, 작은 폭죽도 터트리면서 다른 노래도 아닌 이 노래를 불러주는 게 좋으신가요? 우리는 정서상 부모님께 ‘유(you)’라는 호칭을 쓰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머니 생신 때 노래를 불러주면서 ‘해피 버쓰데이 투 유’라는 말을 하려고 하면 어딘가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번역된 가사를 부르는데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이렇게 불러 나가다가 맨 뒷부분에 “사랑하는 OOO, 생일 축하 합니다”라고 끝납니다. 이게 좀 한심하지 않나요? 뭔가 건강과 평안의 소망, 기원을 담아드리고 싶은데 그냥 축하한다는 말만으로 시작해 끝도 그렇게 끝나는 것이 그렇고, 그 가락이 우리 식이 아니라 미국식으로 되어 있는데, 왜 우리의 생일에 우리 노래가 아니라 미국 노래를 그대로 불러야 하는가요?

 

그런 생각에 저는 KBS에서 기자로 있을 때인 1988년에 회사의 음악감독이신 이재석 선배를 만나 자연스레 의기투합이 되어 제가 노랫말을 만들고 이 선배가 곡을 붙여 생일 축하의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 라디오 방송을 타기는 했지만 공감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 그동안 잠자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최근 이재석 선배의 따님이 딱따구리(김봉환 김유화)의 노래에다 소박한 장면들을 덧붙여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말하자면 30여년 만에 다시 음악을 살려낸 것이지요. 다시 들어보니까 나름 가사에 축원의 의미가 담겨 있어서 미국 노래를 그냥 부르는 것 보다도 차분하고 진실된 축하의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튜브에 저장된 노래가 카톡 등 SNS를 통해 많은 분들께 바로 보내드릴 수 있어서, 이 노래가 누구에게나 전달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가 만들어진 지 33년만에 처음으로 이 노래로 축하를 받은 것입니다.

 

요즈음 SNS는 친구나 친지의 생일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마땅히 선물을 전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촛불 케이크의 가짜 영상만 보내고 말게 되는데 그런 때에 이 영상을 선물로 보내주시면 어떨까요? 이 노래를 만든 저나 이재석 선배는 보다 많은 분들이 실제로 생일 행사 때 이 노래를 함께 불러 진정한 축하의 뜻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노래 중간에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부분에 '당신의'의 대신에 아버지 어머니 친구 애인 이름을 넣어주시면 모든 분들께 맞는 노래가 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과장되지 않고 진심이 담긴 참된 마음의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를 여러분들이 카톡이나 SNS로 전달해서 같이 축하해 주신다면 30여 년 전 이 노래를 애써 만든 저나 이재석 선배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의 생일 축하 노래로 진심 어린 축하의 의미와 우리들의 자존심을 되찾았으면 합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