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이 목매러 간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이 목매러 간다
사람이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이 목매러 간다며, 사람이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 난단다. 무대에서는 재미난 발림(판소리에서, 극적인 효과를 위하여 소리꾼이 곁들이는 몸짓이나 손짓. 너름새)과 함께 해학적인 사설이 담긴 ‘사설난봉가’가 울려 퍼진다.
그동안 발림은 판소리 소리꾼들의 영역에 머물고, 다른 성악에서는 그저 뻔한 동작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제 3월 8일 저녁 4시 (사)향두계놀이보존회(회장 유지숙) 주최ㆍ주관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조교 유지숙 명창의 제자들이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연 <사사지음(事師之音)> 곧 “스승을 섬기는 소리‘ 공연에서는 그 발림 동작이 서도소리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또 예전 유지숙 명창 제자들이 꾸미는 무대는 초등학생부터 중견 소리꾼까지 모두 나온 성격의 공연이었다면, 어제 공연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젊고 풋풋한 제자들만 무대에 올라 환한 봄바람을 일으키는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은 국립국악원 문봉석 학예연구사의 맛깔스러운 사회로 문을 열고 박지현 외 8명의 소리꾼의 좌창 ’초한가‘를 시작으로 서도민요 애호가가 아니라면 생소할 수도 있는 배꽃타령ㆍ 삼동주타령ㆍ느리개타령를 비롯하여, 영변가ㆍ몽금포타령ㆍ금다래타령ㆍ긴아리ㆍ산염불 그리고 사설난봉가와 4편의 난봉가를 무대에서 발림과 함께 소리하여 관객들의 눈과 귀를 공연 내내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설난봉가 등 마지막 공연에는 박지현 등 19명이 소리꾼이 모두 나와 무대를 꽉 채워주었다. 단순한 공간의 채움이 아니고 이들의 소리가 온 세상을 장악하는 순간이었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젊은 소리꾼들의 풋풋하면서도 꽉 찬 내공은 관객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스승 유지숙 명창은 제자들의 발표회에 ’청출어람‘이라며, ”오늘은 제게 너무나도 행복한 날입니다. 운명적인 사명감에 최선을 다해온 서도소릿길... 앞으로 더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서도소리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욱 애써가겠습니다. 좀더 열심히 공부할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원해봅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오른 단국대 서한범 명예교수(한국전통음악학회 회장)는 ”서도소리는 경기민요와는 다른 음계를 사용하고 음을 떨면서 내는 가창 기법 또한 독특한 특징이 있어, 서도소리를 내려면 '대동강 물을 먹어보고 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부르기 어려운 소리면서 귀중한 소리다. 그런 소리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자를 키워낸 유지숙 명창과 이를 받아 훌륭하게 성장한 제자들에게 우리 모두 큰 손뼉을 쳐주어야 한다.“라고 축하했다.
특히 관객들의 큰 손뼉 소리가 들린 것은 제자들이 본인들의 필적을 담아 스승께 감사패를 전한 순간이었다. 이는 끔찍하게 제자들을 가르치고 보살펴온 유지숙 스승에 대한 제자들의 진심 어린 깜짝선물이란 평가를 받은 까닭이다.
이날 옥수동에서 공연을 보러온 정스란(47) 씨는 ”유지숙 명창 소리를 참 좋아하기에 제자들의 소리도 들어보려고 왔는데 깜짝 놀랐다. 판소리에서 보던 발림을 이렇게 맛깔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도소리의 미래가 환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저 소리만 좋아서 오는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매력을 주었음이다. 게다가 그 어린 소리꾼들이 서도소리의 맛을 기가 막히게 표현하는 것에 나는 큰 손뼉을 쳐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관객들은 멀리 남녘에서 훈훈한 마파람이 불어오는 것을 <사사지음> 공연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만민들에 앞서서 <사사지음> 관객들은 먼저 겨울옷을 훌훌 벗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