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5- 붙이, 살붙이, 피붙이
1학년 국어 교과서 첫째 마당에 ‘아버지’, ‘어머니’ 다음에 나오는 말이 ‘가족’입니다. 이 말과 비슷한말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식구’라는 말도 생각이 나실 것입니다. 그런데 ‘가족’, ‘식구’ 말고 다른 말을 하나 더 말해 보라고 하면 하실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나날살이에 쓰는 낱말이 많지 않은 것이지요.
가족’이나 ‘식구’를 뜻하는 토박이말은 없는 것일까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말집 사전에 나온 풀이에 따르면 ‘가족’, ‘식구’와 비슷한말에는 ‘식솔’, 가솔, ‘권솔’, ‘육친’, ‘처자’, ‘처자식’과 같은 한자말이 있고 토박이말로는 ‘집’이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말이 ‘주로 부부로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풀이에서 앞에 있는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뜻으로 ‘집’을 쓴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초등학교 1학년 국어책에 나오는 ‘가족’은 뒤에 있는 뜻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꽃(문학) 작품에서나 가끔 들어 보았을 ‘살붙이’, ‘피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붙이’는 ‘혈육으로 볼 때 가까운 사람. 보통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쓴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이 말이 1학년 책에 나오는 아버지, 어머니, 아기, 나, 우리 가족에 비추어 보면 가장 비슷한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온 나라 1학년 선생님들께서 이걸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살붙이’, ‘피붙이’라는 말도 알려 주면 참 좋겠습니다.
‘살-’, ‘피-’를 뺀 ‘붙이’라는 말도 있는데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이라는 뜻이니 이 말을 먼저 알려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혈육’이라는 말을 쓰는 분도 계시는데 ‘혈육’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쓰면 더 좋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아버지, 어머니, 아기, 나를 왜 ‘가족’이라고 하는 거예요?” 또는 “선생님 , '가족'이라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라고 물으면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답답해질 것입니다. 같은 아버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사람은 아버지, 어머니의 피와 살을 나누거나 이어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그런 풀이도 어린 아이들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같은 집에 살면서 서로 가까이 붙어 지내기 때문에 ‘붙이’라고 풀이를 해 주면 아이들도 쉽게 알아듣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살’붙이,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피’붙이라고 하면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지 싶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토박이말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만으로도 뜻이 있으니 꼭 알려 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온가을달 서른날 낫날(2021년 9월 30일 목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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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이좋아 경남교육 매거진에 실은 글을 깁고 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