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탈놀이 고하나니
깜부기도 목 타는
어느 해 어느 봄날,
정화수 한 그릇과
삶은 고기 제수(祭羞)하여
엎드려
한 장 축원문으로
선사님께 고하나니
소가야 장마당을 울리는 광대놀이
어허이, 비옵나니 올 농사 풍년에다 출항이면 만선이요, 아이 없는 아낙에겐 아이 점지 하옵시고, 병치레 달고 사는 이 고장 사람들 눈병, 속병, 울화병, 지랄병도 모두 모두 거두시고, 우리들 덜 여문 춤이어도 암팡진 여인네랑 걸판진 남정네들, 보트라진 바지게작대기와 거류요 벽방산도 더덩실 춤을 추게 신명은 물론이요, 불꽃에 달려드는 불나방이 남김없이 탈 때까지 얼쑤! 추임새로 얽힌 춤 풀어 주게 잔 들어 흠향하시어.
탈놀이
무탈 무고하도록
널리 도와주옵소서
<해설>
드디어 고성장마당 오광대놀이가 시작된다. 놀이에 앞서 무탈 무고하도록 제를 지낸다. 돼지 머리에 온갖 과실이며 쟁여둔 술도 내놓고 정성껏 절을 올린다. 물론 이 제사 역시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감소고우...세서천역 휘일부림(維歲次 某年 某月 某日...敢昭告于...歲序遷易 諱日復臨)”식의 기존 제문 예법을 따르는데 시에선 좀 다르게 썼다.
축문인지 주문인지 “올 농사 풍년에다 출항이면 만선이요, 아이 없는 아낙에겐 아이 점지 하옵시고, 병치레 달고 사는 이 고장 사람들 눈병, 속병, 울화병, 지랄병도 모두 모두 거두시고....” 신이시여, 재미난 오광대놀이 보신 후에 온갖 세상 걱정 덜어주시고 아픔도 없게 하시고, 풍년 풍어 기원하니 부디 우리네 가솔 행복하게 해 주옵시고, 풍요로운 곳간 만들어 주길 비옵니다.
그렇다. 춤꾼은 신명이 아니겠는가. “암팡진 여인네랑 걸판진 남정네들, 보트라진 바지게작대기”도 일어나 춤을 추고, “거류요 벽방산도 더덩실 춤을 추게” 있는 신명 없는 신명 다 하여 마당을 울릴 것이니, 고우면 곱다 하고 미워도 곱다 하며 춤판 잘 얽어달라는 말씀이겠다.
평시조 한 수에다 사설시조 한 수를 엮어 보았다. 첫수는 축원문 읽기 전까지 과정을 노래한 것이고, 뒤의 사설시조는 기실 이런 내용으로 축원문을 써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읊조려 본 것이다. 작게는 오광대 다섯 과장이 다 끝날 때까지 무탈무고 하기를 비는 것이고, 크게는 이 고을 어른들 한해 강녕하기를 바라는 마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