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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여기 한국 맞습니까?

이탈리아에서 온 신랑 쪽 하객들 모두 한복 입어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6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문경 새재에 가본 사람들은 제1관문 앞에 넓은 잔디밭이 조성된 것을 보았을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 이 잔디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청사초롱이 걸린 것을 보니 혼례식인 모양이다.

 

 

 

이날 혼례식은 필자의 외사촌 딸이 이탈리아 신랑을 만나 한국에서 혼례를 올리는 것이었다. 보통 전통혼례도 요즈음엔 보기 어려운데 문경 새재 야외에서 펼쳐지는 행사라고 해서 필자는 친척의 일원으로서 정말 오랜만에 실제로 전통혼례를 관람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날 혼례식에 신부 쪽 축하객들은 거의 다 양복과 양장을 입었는데 이탈리아에서 온 신랑 쪽 하객들은 모두 한복을 입고 나왔다. 이래도 되는가? 우리의 옷 한복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입고, 그들의 옷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입고 나왔다니. 여기 혼례가 벌어지는 곳이 이탈리아라면 이해가 되겠는데 한국이지 않은가?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현상이자 현실이지만 전통혼례로 치루는 그 자체가 우리는 반갑다.

 

 

 

이날 대례청은 주흘문 앞 넓은 잔디밭에 마련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봐야하기에 병풍을 치지는 않았지만 초례상에는 쌀, 대추, 생밤, 화병이 놓였다. 신랑이 신부에게 기러기를 바치는 전안례(奠雁禮)가 시작되었다. 진짜 기러기는 안 되는 만큼 나무로 만든 목기러기다. 초례상의 동쪽에는 신랑과 절차를 도와주는 시반(侍伴) 이 섰다. 신랑은 사모, 관대로 예복을 갖추었다. 신부는 녹색저고라에 붉은 치마, 그 겉에 소매가 큰 두루마기 장옷을 걸치고 족두리, 연지곤지를 찍었으며, 낭자(쪽 위의 가체머리) 단장하고, 시녀의 부축을 받아 의식에 참여한다. 기러기를 초례상에 올리며 신랑이 절을 한다.

 

곧 ‘합근례(合巹禮)’다. 반으로 쪼갠 표주박 한 짝에 술을 따라 신랑과 신부가 나눠 마시는 의식이다. 부부가 대야물에 손을 씻고 신랑은 잔을 먼저 땅에 세 번 나눠 붓고 나머지를 마신다. 일종의 고수레다. 신부도 조금 마신다. 이 술로 부부가 하나가 됨을 상징한다. 신부는 화장에 온갖 옷을 갖춰 입어 무거운 데도 시녀의 도움을 받아 침착하게 의식을 잘 따른다.

 

 

 

이어 다른 세세한 전통 절차는 생략하고 현대식으로 이탈리아에서 온 시어른 두 분께 신랑신부가 인사를 올리고 또 친정 부모에게도 마찬가지로 인사를 올렸다. 두 신혼부부를 시어른, 친정 어른들이 어깨를 감싸며 포옹해주는 것은 현대식을 가미한 것이다.

 

 

전해오는 절차를 다 할 수는 없어서 간소화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전안례와 합근례를 우리나라의 하객뿐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함께 날아온 20여 명의 친구 앞에서 정성껏 올려짐으로써 뜻깊은 전통혼례가 원만하게 치러졌다고 하겠다.

 

신랑 신부가 사회자의 "출(出)!"이란 구령과 함께 하객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첫 발걸음을 걷는 것도 서양식이지만 이제는 우리 눈에 다 보편화되었기에 이런 의식이 곁들여지는 것도 뭐라고 할 일은 아닌 듯하다. 이어서 신부 어머니의 친구들, 전통문화를 함께 익히고 보존하는 모임의 회원 중에서 소리도 잘하고 잘생긴 회원이 나와서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사랑가'와 '업고 놀자'로 질펀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현대식이 가미된 한국의 전통 신 혼례식이 이렇게 성사된 것을 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지역에 이런 행사를 할 수 있는 소품과 도구ㆍ의상들이 다 보존된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문경에는 아직도 이런 문물들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도회지에 나와 양풍 속에서만 살아온 필자, 방송국에서 문화 담당 기자를 오래 했지만 정작 우리 것을 제대로 보고 전하지 못한 잘못을 뒤늦게 반성한다. 바쁜 현대 생활 때문이었을 것이란 변명을 하면서 멀리서 와 준 신랑의 부모와 친구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아울러 이들 부부가 세계 어디에 나가서 살던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을 잊지 말고 지켜주고 가정도 잘 가꾸고 자식을 많이 낳아 두 집 부모께 효도하기를 축원해본다.

 

오랜만에 뜻깊은 전통혼례는 이탈리아인들에게 한국의 전통을 직접 본 소중한 기회였지만 도시문명 속에서 전통을 접하지 못하고 살아온 필자에게도 고마운 현장학습이었다. 초가을의 멋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전통혼례를 선택한 외사촌 여동생의 마음이 아름답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