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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이쁜 것, 뻐드렁니도

   요모조모 잘 앉았고

   짝궁둥이 삐쭉빼쭉

   삼삼하고 별미로다

   술상에 권주가 한 절

   없어서야 되것는가

 

   사랑이야

   내 사랑이야

   이 술 한잔

   잡으시오

 

   풀국새 푸룩푸룩 산노루 어헝어헝 달 밝아서 한잔이요, 물봉선 사위질빵 바람에 꽃 진다고 애절하여 한잔이요. 장진주사 권주가도 소절소절 불러내어 헌헌장부 정철(鄭澈) 한잔, 그대 한잔, 나도 한잔. 이 한잔을 잡수시면 만수무강 천년복록, 또 한잔을 드시오면 만사형통 부귀영화, 이 술 한잔 사양이면 식욕부진에 소화불량, 또 한잔 사양이면 문전걸식에 노상객사. 이 술은 술이 아니라 술술술 넘어가는 선약이고 보약이니, 사랑에 취해 한잔이요, 사랑에 속아 또 한잔이라. 한 많고 사연 많아 주거니 받거니와

 

   어려서

   조실부모한

   이년

   한도 풀어 주오

 

 

 

 

<해설>

 

어느 주막인가 보다. 나으리 술상에 앉고 보니 여자 생각 간절하다. 하여, 술에 취해 게슴츠레바라 보니 시골 주막 아낙도 그런대로 눈에 들어온다. 어쩔까? 오늘은 이 여인네를 품어볼까. 권주가에 술잔도 주거니 받아보니 하룻밤 풋사랑도 정이 든다.

 

한여름 둔덕 오르다 보면 나무 성가시게 감고 오르며 꽃을 피운다. 어쩌면 혼자 꿋꿋하기보다는 누군가에 의지하여 기어오르는 덩굴나무가 바로 사위질빵이다. 오늘, 이 여인네가 꼭 그 모양이다. 애절함도 보여주고, 조실부모한 한도 풀어달라며 늙은 양반에게 딱 달라붙어 생을 의탁하려 한다.

 

사설시조 부분은 가사(歌辭) 문장으로 끌고 가면 더욱 재미있어 보여 이렇게 풀어보았다. ‘풀국새 푸룩푸룩 산노루 어헝어헝’, ‘장진주사 권주가도 소절소절 불러내어’, ‘이 한잔을 잡수시면 만수무강 천년복록’, ‘또 한잔을 드시오면 만사형통 부귀영화’ 등등 3~4조의 반복을 거듭하면서 가락을 얻어간다.

 

이렇듯 가사조에 실은 양반님네 얘기에 화답하며 주막 여인의 넋두리도 함께 섞어 험난하게 살아온 인생사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