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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2022년 임방울 국악제, 대통령상 최잔디 명창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0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2022년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에 걸쳐 제30회 《임방울 국악제》가 광주광역시 주최로 <빛고을 시민문화관> 외 8개 장소에서 열렸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 국악제는 국창(國唱) 임방울 선생의 숭고한 예술정신을 계승하고, 국악의 본고장으로서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국내 대표적인 국악제로 자리 잡은 제전이다.

 

또한, 이 대회는 명실상부한 권위와 위상을 확립하며 국악 신인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국악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기에 국악 진흥과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축제로 승화해 나간다는 목표를 지닌 국악제라 하겠다.

 

이 국악제는 정부기관인 문화관광체육부, 교육부를 비롯하여, SBS, TV조선, KBC광주방송, 국악방송 등이 후원하고 있으며, 특히 조선일보사와 삼성전자 외 여러 재단에서 협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고 있다. 그러기에 본 대회는 상금액만 해도 약 2억 원 정도가 되는 국내 최고의 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듯 대회 규모가 크다 보니, 이름있는 전국의 명인 명창들을 비롯하여 국악 전공의 대학생들이나 대학원생들, 초. 중, 고교생들, 그 밖에 남녀노소의 일반 애호가들이 광주로 몰려오는 것이다.

 

임방울 국악제의 국악경연 대회는 크게 학생부, 일반부, 명창부로 구분되고 있는데, 각각의 출전 분야는 판소리를 비롯하여 기악 분야, 무용 분야, 가야금 병창 분야, 시조창 분야, 퓨전국악 분야 등등 다양하다. 대회 규모가 크다 보니 대회를 앞두고 벌이고 있는 주최 측의 홍보활동, 또한 매우 적극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곳곳에 게시되어 있는 펼침막은 이곳에서 축제가 준비되고 있다는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고도 남는다.

 

펼침막 말고도 배너 게시와 홍보물을 만들어, 각 학교나 기관에 나눠주고, 방송과 기자 간담회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본 대회를 홍보해 왔다.

 

임방울 경연대회는 심사위원을 뽑는 방법도 매우 객관적이라 알려져 있다. 곧 심사위원 명단을 작성하여 대회 운영위원회에서 추첨으로 지역별, 기능별, 계열별(유파) 등으로 안배한 후에 뽑는다. 심사위원 추첨 시에는 일시(日時)에 따라 추첨자와 경연 종목별 추첨위원까지도 외부 인사들을 동원, 객관적으로 뽑는다는 점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점은 ‘심사참관제’의 실시다. 국악 경연의 심사 관행을 쇄신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악제가 되도록 하려는 방법이며 이러한 심사 참관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 또한 다른 대회와는 차별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공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제30회 《임방울 국악제》의 대상인 대통령상은 판소리 명창부에 출전한 최잔디 명창이 차지하였다. 최잔디 명창은 명창부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랐는데, 본선에서는 <심청가> 중에서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불러 대상을 받았다. 대상에게 주는 상금은 4천만 원이고, 이와 함께 순금 트로피도 안았다. 2위는 최우수상으로 상금 2천만 원을 받은 이소영, 우수상은 정세연, 준우수상은 박해라 등에게 각각 돌아갔다.

 

 

 

대상에 오른 최잔디 명창은 “스승이신 고 성창순 명창의 소리를 올곧게 지켜나가는 일에 게으름 피우지 않을 것이며 또한, 후배 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비교적 침착하지만, 짧고 간결한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임방울 국악제》에 참여하는 판소리 명창부에 참여한 소리꾼들은 예선에서 25분 정도의 소리로 4위 안에 들어야 본선에 오르게 된다. 그다음 본선에서는 자신이 부를 3대목을 자신이 직접 써낸 다음, 이들 가운데서 당일 추첨을 통해 한 곡을 뽑게 된다. 최잔디는 이날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뽑았다고 한다. 그 순간, 너무도 반갑고 자신감이 생기더라는 표현이 남달랐다. 얼핏 생각하기에 본선 무대에 오른 소리꾼이 아무리 여유가 있다고 한들 ‘반갑다’라는 표현이나 ‘자신감이 생긴다’라는 표현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의아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고 성창순 명창(1934~2017)에게 심청가를 배웠다. 스승은 생전에 자주, 이 대목을 즐겨 불렀다고 한다. 그렇기에 제자인 최잔디도 자주 그 대목을 들을 수 있었기에 그에게도 친숙한 대목이 되었다는 표현이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표현도 듣고 보면 이해가 된다. 이 대목, 역시 자신이 지난해 제29회 본선 무대에서 부른 곡이기도 해서 낯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의 대회에서도 판소리 명창부에 참여하여 1위와 동점을 이루었으나. 대회의 규정상, 동점일 경우에는, 연장자에게 높은 상을 수여한다는 규정에 따라 2위가 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에도 이 대목이 나오자, 오히려 반갑고 친숙했다는 그의 표현이 어쩌면 작년 대회의 아쉬운 결과에 대한 설욕의 기회가 생겼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판단된다.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그에게는 만성 신부전증으로 병상에 누워 계신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심청이가 아버지를 대하듯 마치, 자신이 아버지에게 전하는 마음으로 소리를 이어갔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경연대회에 나가게 되면 언제나 아버지가 함께해 주었는데, 이번 대회에는 아버지가 함께하지 못해 슬펐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완쾌를 생각하며 소리를 이어가니 감정의 이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 같다는 소감도 털어놓는 것이다.

 

최잔디가 본선 무대에서 부른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의 사설 가운데는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 풍랑 중에 빠져 죽었던 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어서어서 눈을 떠서 저를 급히 보옵소서.”라는 구절이 나온다. 최근에 걷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빨리 쾌차하시어 나를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불렀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공감이 되어 본인도 창을 하며 울컥했다는 소감에 글쓴이도 공감이 되는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