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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글자들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나?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3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앞에서 훈민정음은 인간의 말소리를 가장 정확히 그리고 가장 쉽게 표기할 수 있는 글자라 하였습니다. 문자의 목적이 말을 기록하는 것이라면 훈민정음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훈민정음은 문자 발전과정의 끝판왕이라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라틴 알파벳은 소리를 적을 수가 없고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한자는 상형문자의 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세 번째로 많이 쓰이는 아랍문자는 상형문자에서 겨우 한 단계를 발전한 미숙한 문자라 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문자인 데바나가리는 소리를 적지만 여러모로 훈민정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훈민정음 같은 문자를 만들기 위해 오늘날까지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그 얼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시 인류가 힘도 약하고 재빠르지도 못했지만 맹수들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돌도끼나 활 같은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랍니다. 역사가들은 이러한 물건을 만들 때 여럿이 의견을 모아야 했으며 결국 말을 필요로 했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토마스 몰간 교수는 이러한 논리로 인류는 2백만 년 전부터 일종의 말을 했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말만 가지고서는 생각을 충분히 표현할 수가 없어서 그림을 그려 보충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주 사용하던 그림은 서로 익숙하게 되어 마치 글자 같은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을 그림문자라고 합니다. 그림문자는 뜻을 전할 뿐 소리는 없었습니다. 오늘날의 교통 표지판은 일종의 그림문자입니다.

 

자주 쓰이는 그림문자는 자연스럽게 그 그림이 나타내는 형상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돼지 그림을 보고 돼지, 호랑이 그림을 보고 호랑이라 불렀을 것입니다. 글자의 이름이 통하게 되자 그림은 특징만 살려 간단히 그리고 대신 소리의 구실이 중요하게 된 것입니다. 소리가 접목 된 그림문자, 이것이 바로 상형문자입니다. 아래 그림은 인류 문명 발생지에서 발전한 여러 상형문자의 초기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상형문자는 말소리를 표기하기에 부적한 점이 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임금의 초상화에 이름을 붙이는데 짐승을 연상시키면 안되었겠지요. 그래서 메소포타미아지역의 설형문자는 이미 5,500년 전에 상형문자의 모습을 버리고 표음문자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문자가 어떤 물체의 형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소리만을 나타내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니까 같은 발음의 문자들은 하나만 남기게 되어 글자 수가 900자에서 600자로 줄었다고 합니다.

 

당시 어휘는 대개 한 음절이었으므로 한 글자가 한 음절을 나타내게 되어 당시 설형문자는 음절문자에 가까웠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남부에 자리 잡은 스메르 지역에서는 이 문자로 고도의 문화를 발전시켜 놀라운 유적과 유물을 많이 남겼습니다. 유명한 길가메시 서사시나 함무라비 법전도 수메르 문화유산이며 약 3,800년 전에 만든 것입니다.

 

이집트에서는 약 5,200년 전부터 상형문자( hieroglyphic symbol)를 썼는데 1,000자나 되었습니다. 이 글자들은 대개 단음절이었고 자음을 나타낼 뿐 모음은 적당히 찾아 읽었습니다. 우리가 ㅋㅋ 라고 써 놓고 ‘크크’로 읽는 것과 같습니다. 상형문자도 설형문자에서처럼 형상과는 무관하게 발음만을 나타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설형문자처럼 글자의 모양을 형상과 무관하게 바꾸는 대신 발음표기로 쓸 때는 별도의 표시로 발음만 사용하라고 알렸습니다.

 

이처럼 상형문자나 설형문자나 글자는 발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겨 자음문자(Abjad)가 등장한 것입니다. 곧 자음문자는 특별한 형상을 보이지 않고 자음 발음만을 나타내는 순수한 소리글이지요. 지금의 아랍어는 자음문자입니다.

 

자음문자는 뒤에 모음 부호를 추가하게 되어 모음부 자음문자라 할 수 있는 아부기다 (Abugida)로 발전하였으며 대표적인 아부기다인 데바나가리는 오늘날 120개의 언어의 문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알파벳이 등장합니다. 지금의 터키 땅 남부에 살던 페니키아인들은 배를 타고 다니며 상업에 종사하였습니다. 이들은 언어가 다른 여러 부족을 상대하였으므로 간단한 의사표시와 기록 수단이 필요하여 자음문자 중에 22글자만 뽑아 썼습니다. 3,000년 전 일입니다. 거의 암호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상업활동에는 요긴했을 것입니다. 이것을 페니키아 압자드 혹은 페니키아 알파벳이라 하며 이것이 그리스로 들어가 모음이 더해지면서 24자 짜리 현대 그리스 알파벳으로 발전하고 다시 여러 가지 알파벳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1899년에 갑골문자 유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약 3,500년 전에 쓰던 4,000 자의 글자를 발견했는데 이 가운데 1,000 여 자만 해독되었습니다. 이들도 나타내는 형상의 이름으로 발음이 붙었을 것이지만 그 발음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갑골문은 일종의 상형문자이지만 서방에서와 같이 표음문자로 발전되는 대신 글자 수를 더해 가며 다양한 많은 뜻을 포용하는 쪽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래서 한자의 표음기능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인류는 그림에서부터 출발하여 수천년 동안 말소리를 표현하려고 한 발자국씩 발전하여 알파벳과 데바나가리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훈민정음처럼 말소리를 쉽고 정확하게 표현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세종대왕은 처음부터 말소리가 입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에 착안하여 구강구조의 움직임을 도형화 시켜 훈민정음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다른 글자들과는 목적이나 출발점부터 달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해 볼 수 있는 글자가 아닌 것입니다.

 

다음 번에는 초점을 우리나라에 두고 훈민정음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으며 그 후신(後身)인 한글은 또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