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잘 가소
훌훌 털고
다 잊고
떠나 가소
죄 있다면 이놈의 시상, 여자로 난 게 한 가지 죄요, 서방 복 못 타고난 게 두 번째 죄요, 대 이을 자식 바란 일이 죄라면 세 번째 죈데, 곰곰 생각하니 전부 사내가 엮고 사내가 비튼 여자의 운명이오. 다음 생엔 할멈이 맹글고 뚜르르 울리는 시상에 태어나 정승판서도 해 보고 꽃미남 기방에 불러 꺾고 만지고 빨아도 보소.
미련 둘
무엇도 없는
이승 하직 하구려
객사에 상주 없는
쓸쓸한 장례지만
발상(發喪) 고한 후에
만가(輓歌) 한 줄 지어 읽고
안동포 고운 수의하여
향나무관에 모시리다
< 해설 >
독자 여러분, 이제 슬슬 오광대놀이의 결말이 보입니다.
별사라니, 떠나는 이에게 보내는 노래를 부른다. 여자로 난 죄니 다음 세상에선 팔자나 바꿔 태어나라고, 그것도 마지막 고별사라고 고개 주억거리며 중얼댄다. 이 노래 같지 않은 노래가 혼령 위로하는 만가인가?
행랑에 든 엽전들 모두 긁어모아 안동포 수의 입히면 무엇하나. 향나무 관에 고이 누인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여자의 생이 이리 비극만 있을까. 난봉꾼 남편 만나는 순간, 여자 팔자 이러구 마는 것이지. 이제 곧 발인하여 상여 나가면 오광대놀이는 끝난다.
우리 민족은 한의 민족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는 흥의 민족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엔 둘 다 맞는 말이다. 한에서 시작하여 흥으로 끝나는 것이 우리 겨레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신명도 처음부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눈물을 딛고 일어서야 제대로 된 신명이 아닐까. 그 한 많은 굽이굽이를 걸으며 오르내리다 보면 평평한 신작로에 이를 것이니, 그때 진정 흥의 노래와 춤을 출 것이니...
이제 결말을 향해 가보자. 이 한을 어떻게 풀어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