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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중국어의 ‘한글표기법’ 만들기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16]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앞에서 한글로 외국어 표기법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고 또 당연하다 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만드는지 얘기하려 합니다. 딱딱한 얘기는 피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풀어 봅니다.

 

영어 표기법

 

먼저 영어 표기법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고등학생 때 팝송을 좋아하고 따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겨우 영어를 읽을 수 있는 정도였기에 외국 발음을 우선 한글로 표기하여 팝송을 불렀을 것입니다. 그리고 잘 안 되는 발음은 원어민의 노래를 들어가며 특별히 익혔을 것입니다. 영어 표기법도 이렇게 만들면 됩니다. 곧 일단 무난한 발음은 한글로 적고 안 되는 것은 특별한 방법을 쓰자는 것이지요.

 

영어 발음은 거의 다 한글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예외는 누구나 잘 알듯이 frv입니다. 이것을 ㅍㄹㅂ으로 표기하자는 외래어 표기법은 영어를 좀 아는 사람에게는 곰 같은 소리로 들립니다. 외국어 발음 표기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은 ‘원음에 가깝되 비슷한 다른 발음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지요. f와 p, l과 r, b와 v를 꼭 구별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려면 표기법부터 구별이 되어야 합니다. 아래는 글쓴이의 제안입니다.

 

 

위 표에서 오른쪽에 보인 글자들, ㆄ, ㄹㄹ, ㅸ은 훈민정음에서 쓰던 글자들입니다. 다른 설명이 없어도 어떤 발음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ㆄ 보다는 ‘ㅇㅍ’ 을 쓰는 것이 유리합니다. ‘ᅗᅩᆯ’ 보다 ‘ᅋᅩᆯ’ 이 보기에도 편하고 글자체(font)를 만들기 쉽습니다. ‘ㄹ’은 발음이 r보다 강하므로 (가벼운 ㄹ)이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ㄹㄹ과 구별할 수 있으니 ‘ㄹ’도 무난하다고 봅니다. 될 수 있으면 새 글자를 만들지 말아야지요.

 

이것 말고도 think의 ‘th’와 the의 ‘th’, 그리고 d의 발음은 ㄸ, ㅇㄷ, ㄷ으로 구별하면 될 것입니다. think[θɪŋk]의 발음은 ‘띵크’와 다른 것이 사실이지만, ‘씽크’로 표기한다면 ‘sink’와 구별이 안 될 것입니다. 외국어 표기에서

 

세 번째 중요한 것이 있다면 ‘비슷하면 만족하라’입니다. 외래어표기법으로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를 ‘사드’라고 표기하고 통상 ‘싸드’라고 발음합니다. 아마 미국에서는 [θɑ:d]로 발음할 텐데 ‘싸드“ 보다는 ‘따아드’ 라고 하면 더 잘 알아들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원어민 발음과 같게 하려면 표기법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발음지도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원리에 따르면 영어 표기법은 어렵지 않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 만들자는 의지입니다. 전문가들이 협의하여 만들어 낸 뒤 모두 쓰면 능히 해결될 문제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비슷한 발음이라도 구별하여 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어 표기법

 

중국어 표기법도 영어 표기법과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됩니다. 한글 자모는 모든 언어 표기법에서 같은 음가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로마자는 언어에 따라 다른 음가를 갖는 경우가 많아 대조됩니다.

 

한글이 정확히 표기하지 못하는 중국어 발음은 영어처럼 f와 l이 있으며 (v발음은 없음) 권설음(혀를 말아서 발음한다는 뜻) ch, sh, zh 가 있습니다. f와 ㅣ은 영어에서처럼 처리하면 되는데 권설음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정치음은 혀를 굴리는 발음

 

전번 이야기에서 중국어의 치두음(齒頭音) 표기 ᄼ, ᄽ, ᅎ, ᅏ, ᅔ와 정치음(正齒音) 표기 ᄾ, ᄿ, ᅐ, ᅑ, ᅕ가 《훈민정음》 언해본에 소개됐다고 하였습니다. 전자는 꼬리가 왼쪽으로, 후자는 오른쪽으로 늘어져 있습니다. 치두음을 발음하려면 혀를 윗니 머리끝에 대며 정치음은 아랫잇몸에 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 음절이 초ㆍ중ㆍ종성으로 구성된다고 보는데 중국어는 성모와 운모 두 부분으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운모에는 우리의 중성과 종성이 포함되며 성모에는 초성과 다음에 오는 중성과의 연관성까지 포함되는 것입니다. 중국어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려면 성모와 운모는 잊어버리고 우리처럼 초ㆍ중ㆍ종성으로 나누어 생각하여야 합니다. 그러면 정치음과 치두음의 구별이 불필요해집니다.

 

치두음의 예인 淸 ‘qǐng’과 心 ‘xīn’에서 ‘q’와 ‘x’가 다음에 오는 ‘i’와 합칠 때 치두음이 생기는데 초성만 떼어 생각하면 우리말의 ‘ㅊ’이나 ‘ㅅ’과 다를 바 없어 그대로 ㅊ과 ㅅ을 사용하면 됩니다. 정치음의 예는 穿 ‘chuān’, 照 ‘zhào’, 審 ‘shěn’ 등인데 이들의 성모를 현대 중국어에서는 권설음(捲舌音)이라 하여 혀를 말고 ㅊ, ㅈ, ㅅ발음을 내는 소리입니다. 혀를 실제로 말 수는 없고 굴리며 소리를 내야 합니다. 이들은 합자 원리를 적용하여 ‘ㅊㄹ’, ‘ㅈㄹ’, ‘ㅅㄹ’로 표기하면 학생들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어 발음은 위 5개만 특별히 표기하면 나머지 문제들은 한글자모로 어려움 없이 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성조의 영향 등 더 고려할 점들이 있습니다만 학자들 사이 협의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어 한글표기는 어떤 유리한 점이 있을까?

 

우선 병음보다 배우기 쉽고 혼동이 없습니다. 이는 14번째 이야기에서 처자(妻子: qīzi 치이즈)와 자극(刺激: cìjī 츠찌이)의 예를 들어 이미 얘기했습니다.

 

둘째, 한자와 한글을 혼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어를 한자로 필기하다가 어려운 한자를 만나면 우선 한글로 표기하면 편할 것입니다. 특히 중국어에는 아무 뜻 없이 소리만 있는 의성어(擬聲語)가 500여 자나 됩니다. 흔히 쓰는 ‘吗(마)’, ‘呢(너)’ ‘嗯(응)’ 이 예입니다. 이런 의성어는 아무 뜻이 없으므로 그 소리를 따 한글로 대체하여도 무방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외국 이름 등 외래어 표기도 한글로 표기하면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일본이 외래어는 ‘가다가나’로 표기하는 것처럼 외래어만은 한글로 표기하자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외국어 표기를 위한 한글자모의 합자 이야기를 좀 더 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