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의 경우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분기점이 있다. 여름 장마를 그 분기점으로 볼 수 있는데, 장마 이전에는 봄기운이 남아 아침, 저녁에 서늘함도 있고, 시원한 바람도 있는 쾌청한 날씨인데 장마가 지나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보통 6월 말 무렵을 장마 시점으로 보고 있으며 장마가 지나가면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시작되는데 올해는 장마가 조금 오래 진행되어 7월 중순 이후부터 불볕더위가 시작되었다.
장마부터는 날도 덥고 습해지면서 우리 몸도 더위에 힘들지만 덥고 습한 환경 때문에 음식물의 부패 속도가 높아져 음식이 쉽게 상할 수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요즘에야 냉장보관을 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예전에는 음식물의 관리가 온전하지 않아 장염과 식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따라서 최근에는 장염이나 식중독 발생이 거의 없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올여름에는 이러한 기대를 배반하고 있다. 그간 코로나19도 잠잠했든 것으로 인식되든 온갖 바이러스가 퍼져 거의 전 국민이 감기에 노출된 듯한 힘겨운 봄을 보내게 되었다. 감기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대하면서 봄이 빨리 지나 더운 여름이 되어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낫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나약한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 환자도 별로 줄지 않으면서 장염 환자가 늘고 있다.
보통 장마철이 지나면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도 변화가 드러난다. 6월 말 무렵이 되면 바다 대부분 수상생물이 산란을 마친 시점이 되며 힘없고 취약한 상태가 된다. 곧 바다 생물들 역시 면역력이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감염이 되어 있기도 한다. 또한 건강하지 않고 면역력이 없는 상태로 인해 맛이 없게 된다. 따라서 장마 시점부터는 수산물을 먹을 때 신선도를 유의하고 가급적 가열해서 먹는 것이 요구된다. 따라서 육상이건 해상이건 6월 말 장마철을 분기점으로 음식물 변화가 확연해지는데, 이때 관리를 소홀하게 하면 가볍게는 장염, 심하면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1. 장염은 급하게 먹는 것에서부터 실마리를 제공
장염은 급성 장염과 만성 장염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증상은 급성 장염이 심하게 드러나고 만성 장염은 증상의 정도는 약하지만, 치료가 수월하지 않다. 급성장염은 노로바이러스, 장내 아데노바이러스, 아스트로바이러스, 장출혈성대장균 등에 의해 겪을 수 있다.
또 이 급성장염은 장점막의 급성염증으로써, 급성위염에서 출발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원인도 급성위염과 비슷하며, 폭음 ․폭식, 복부의 냉각, 부적당한 음식물이나 음료수, 대장균과 바이러스의 감염, 약의 과잉 등으로 진행된다. 이 밖에 알레르기성의 원인이나 전신성 질환(요독증ㆍ암 등)의 한 증세로서 나타나는 수도 있다.
증상은 설사와 복통이 주를 이룬다. 그 밖에 복부불쾌감ㆍ오심ㆍ구토가 있을 수 있고, 중증이 되면 열이 날 수 있다. 설사는 하루에 1~10회에 이르고, 대장으로 파급되면 설사가 심해진다. 변은 죽 또는 물 모양이고 황색 혹은 녹색을 띠며, 거품ㆍ점액이 섞이기도 하고 악취가 심하다. 복통은 대 가운데 또는 복부 전체에서 일어나고, 지속적인 둔통에서 간헐적인 산통(疝痛)까지 여러 가지 양상으로 드러난다. 노인이나 어린이는 심한 설사로 인하여 탈수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급성 장염의 시작은 대부분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연유된다. 본디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기반이 먹는 것부터임으로 스스로 방어능력과 조절능력을 가지고 있다. 곧 음식이나 세균에 대한 기반 지식이 없어도 스스로 보고, 냄새 맡고, 맛을 보아서 적합한 음식을 먹도록 각인된 것이다. 그런데도 장염이 빈발한 것은 ‘급하게 먹는 것’에서부터 파탄이 난 것으로 생각한다.
급성 장염이 시작되는 것은 장에서 바이러스, 세균, 독소가 활동할 수 있는 빈틈을 허용했음을 뜻한다. 장내의 이러한 빈틈을 우리는 체기(滯氣)라 하며 장의 운동성의 정체, 기운의 정체, 방어력의 정체(停滯)를 의미한다. 이러한 틈을 허용하지 않으면 장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물의 유입을 미리 감별할 수 있으며 감별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경우에는 장부의 면역체계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체기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체기는 3가지 경우에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첫 수저에서 체하는 것이며, 둘은 마지막 수저에서 체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맛없는 음식에서 체하는 것이다. 이러한 체기를 막는 가장 단순하고도 근원적인 해결책은 오래 씹는 것이다.
첫 수저에서 체한다는 것은, 장이 음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어서 위장을 중심으로 장들이 운동성 리듬을 잃어버린 것이다. 음식을 먹는 중이나 먹은 뒤 위장에 불쾌감, 배부른 듯, 배고픈 듯한 어정쩡한 느낌, 위장이 타는 듯한 느낌, 음식이 섞이지 않는 느낌 등을 가지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오래 씹어서 식도와 위장이 씹는 동작과 동조된 상태에서 음식을 삼켜야만 한다.
마지막 수저에서 체한다는 것은, 과식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알면서 하는 과식이 있고, 적당히 먹었다고 느끼면서 먹었는데도 과식인 경우가 있다. 알면서 하는 과식은 먹는 중에 스스로 소화능력보다 더 먹는다는 것을 인지하며 어느 정도 몸이 대비하게 된다.
그런데 모르면서 하는 과식은 스스로 적당히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급하게 먹는 사람의 경우 먹는 순간은 적당했으나 이후 위액의 분비까지 더해지는 순간 위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먹었을 때 위액 분비는 평균적으로 20분에서 30분 동안 왕성하게 분비되므로 첫 수저에서 마지막 수저까지 적어도 20분 정도 걸리는 느긋한 식사가 필요하다.
맛없는 음식을 먹었을 때 체했다는 것은, 소화능력이 부족한데 억지로 먹는 것과 음식이 상해서 맛이 바뀌었는데도 감별하지 않고 먹어서 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을 오래 씹으면 오랫동안 맛을 감별하면서 소화가 가능한 음식을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살아나고 소화가 어려운 음식은 맛이 없으면서 씹기마저 귀찮아지게 된다. 아울러 음식이 상했을 때 오래 씹으면서 맛을 느낄 때 전과 다른 이상을 감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저절로 덜 먹게 된다.
실제로 장염으로 진료받는 환자분들에게 병력을 들어보면 대부분은 장염 걸릴 시점에 먹은 음식이 조금 이상했지만, 그냥 먹었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 이것은 먹은 음식이 뭔가 이상하고 꺼림칙해도 괜찮은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도 아무 이상 없겠지 하고 방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조금이라도 꺼림칙함이 있으면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급성장염의 치료는 우선 1, 2일간 음식을 먹지 않고 수분만 공급하되 전해질 균형을 위하여 소금물이나 이온 음료를 마신다. 그 뒤 유동식을 주는 것이 원칙인데, 누룽지 끊인 숭늉을 먼저 마시도록 하고 연후에 누룽지를 먹도록 하는 것이 가장 부담 없는 접근이다. 이후 상태를 살피면서 죽을 끓이되 이때도 쌀을 누룽지 색이 나올 정도로 바짝 볶은 연후에 죽을 끓이면 부담이 적다. 죽을 충실히 먹을 정도가 되었을 때 점차 밥으로 바꾸어 준다.
2. 식중독은 예방과 더불어 후유증 관리가 요구돼
식중독이란 식품의 섭취와 연관되어 인체에 해로운 미생물이나 유독물질에 의해 발생했거나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을 말한다. 보통 기온이 25도 이상일 때 음식물을 밖에 6시간 이상 방치하면 식중독균인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 캠필로박터, 장염비브리오 등이 번식한다.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조리 또는 섭취하거나 하나의 도마에서 육류와 채소류를 같이 자르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도 원인이 된다. 식중독은 음식을 먹은 뒤 빠르면 1시간에서 72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하게는 구토, 복통, 설사 등 급성 위장관 증상이 나타나며 그 외에 발열, 두드러기, 근육통, 의식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식중독은 해결된 이후에도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회복하는 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의 몸은 식중독을 일으켰던 음식과 유사 음식에 대해서 항상 극도로 경계한다. 이러한 거부감이 내부적인 면역반응인 두드러기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식중독 이후 어떤 이유에서라도 비위에 맞지 않고 먹기 싫은 음식은 삼가야만 한다.
또한 식중독을 앓았던 분들은 소화기 장부가 손상되고 극도로 긴장했기 때문에 소화기장관의 기운이 저하된다. 또한 잠재된 독소와 이로 인한 불완전한 소화흡수로 인해 소화기에 노폐물이 쌓일 확률이 높다. 이의 경우 식중독을 다 치료했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인 식욕저하와 소화불량이 빈발하거나 음식의 기호가 바뀌게 된다. 보통은 시간과 더불어 원상회복되는 예도 있지만 3주 이내에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회복을 위해 한방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식중독의 여파는 소화기 장관의 손상과 처리가 완료되지 못한 노폐물로 인해 인체에 두 가지 부담으로 남는다. 하나는 소화되지 못한 채 소화기 말단 장부인 대장에 부담을 주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그대로 몸에 흡수되어 간에 부담을 주는 경우다. 이러한 노폐물들은 여러 가지 경로로 건강을 위협해서 추가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정도가 심한 식중독은 독소의 부담과 더불어 탈수 증상이 올 수 있다. 설사나 오한 증상이 심한 경우 즉시 병원 관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식중독이 피부 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심한 음식에 대한 부담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과 같다. 증상이 정리된 이후에도 몸의 비상사태 여진이 남는 경우가 많이 있으므로 먼저 소화기 장부의 상태를 회복하고 몸의 기혈순환과 오장육부의 정상적인 회복을 위해 한방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3. 위생관리는 코로나19 때보다 더 신중하게
코로나19 범유행 상황에서 전 국민이 시행하였던 위생관리를 돌이켜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중의 모임을 극도로 자제하였으며 손 씻기를 일상화하였다. 현재는 코로나19도 아직 유행하고 있으며 감기 바이러스도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울러 장염 바이러스도 유행하고 있는 중에 음식물이 쉽게 상할 수 있는 덥고 습한 시기에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때 보다 더 위생에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마스크를 지속해서 쓰는 것은 너무 지쳤다 하더라도 올여름에 한해서는 손 씻기와 익혀 먹기, 끓여 먹기 등 3가지를 철저하게 지켜 바이러스 유행을 예방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