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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울’과 ‘담’

[우리말은 서럽다 48]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울도 담도 없는 집에 시집 삼 년을 살고 나니……” 이렇게 비롯하는 <진주 난봉가>는 지난 시절 우리 아낙네들의 서럽고도 애달픈 삶을 그림처럼 이야기하는 노래다. ‘울’이나 ‘담’이나 모두 삶의 터전을 지켜 주고 막아 주는 노릇을 한다. 이것들이 있어야 비로소 사람은 그 안에서 마음 놓고 쉬고 놀고 일하며 살아갈 수가 있다. 울도 담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믿고 기대고 숨을 데가 없이 내동댕이쳐진 신세라는 뜻이다.

 


‘울’은 집이나 논밭을 지키느라고 둘러막아 놓은 가리개의 하나로, ‘바자’로 만드는 것과 ‘타리’로 만드는 것의 두 가지가 있었다. ‘바자’는 대, 갈대, 수수깡, 싸리 따위를 길이가 가지런하도록 가다듬어 새끼줄로 엮거나 결어서 만든다. 드문드문 박아 둔 ‘울대’라고 부르는 말뚝에다 바자를 붙들어 매어 놓으면 ‘울바자’가 된다.

 

‘타리’는 나무를 심어 기르거나 다 자란 나무를 베어다 세워서 만든다. 탱자나무, 잔솔나무, 동백나무 같은 나무를 심어서 기르면 저절로 자라서 ‘생울타리’가 되고, 알맞게 자란 나무를 베거나 가지를 쳐서 세우고 울대 사이를 새끼줄로 엮어서 묶으면 그냥 ‘울타리’가 된다.

 

‘담’은 논밭 가를 막는 데는 쓰지 않고, 오직 집을 지키느라고 둘러막는 가리개다. 흙에다 짚 같은 검불을 섞어서 짓이겨 쌓아 놓은 ‘흙담’, 흙과 돌을 층층이 번갈아 섞어서 쌓아 놓은 ‘흙돌담’, 오직 돌만으로 쌓아 놓는 ‘돌담’이 있다. 이처럼 담은 흙이나 돌같이 단단하고 딱딱한 감으로 쌓았기 때문에 ‘울’보다는 훨씬 튼튼하고 오래 견딘다.

 

그만큼 집 안과 집 밖을 매몰차고 뚜렷하게 갈라놓는다. 그리고 흙담이나 흙돌담은 반드시 맨 위에 짚으로 이엉을 이거나 기와로 덮어서 눈과 비를 막아야 한다. 그러니까 눈비가 거세고 비바람이 매서운 고장에서는 흙담이나 흙돌담이 견디기 어려워 아예 돌담을 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