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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서라벌의 밤을 보며

동궁과 월지 그리고 첨성대의 야경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75]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천 년 신라. 신라의 서울인 사라벌 경주는 어릴 때부터 수학여행 혹은 나중에 기자로서 일할 때 여러 번 들렸기에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가족과 다시 경주를 찾았을 때 나보다 세상을 더 많이 보는 일행들이 밤 야경을 보아야 한다고 해 따라나섰다.

 

밤의 서라벌을 보여주는 곳은 예전 안압지 임해전으로 배운, 윌성 옆 인공연못이다. 토요일 밤 관람객들로 인신인해다. 어두운 분위기, 대부분이 젊은 쌍쌍. 혹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을 헤치고 따라간 그곳. 동궁과 월지란 이름으로 천지개벽해 있는 곳이다. 우리 눈은 황홀해졌다.

 

 

 

 

 

안압지와 임해전으로 내려오던 이 일대는 1974년부터 3년 동안 발굴조사를 통해 임해전의 궁전 터와 5개의 누각 건물터가 드러났고 그 옆의 월지(月池) 유구도 드러났다. 그 누각들이 복원돼 윌지 주변에 거대한 수변궁전이 조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이제야 밤에 같이 보는 것이다

 

물 위에 비치는 건너편 수목들. 그 가운데 하나에는 백로들이 날개를 틀고 있는 듯 반짝인다. 조명이 바뀌면서 물의 정원들이 영상 쇼를 공연한다.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마지막 음악이 물 위로 들리는 듯 말로 표현 못 하는 수만 가지 색들이 공중에서 반짝인다. 영롱하다는 표현 그대로다.

 

 

 

여행 중이라 자세히 공부할 방법이 없어 눈에 보이는 광경에 감탄하는 것으로 대신하지만 그동안 외국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면서 결코 볼 수 없었던 화려하기 그지없는 빛과 색의 잔치를 이곳에서 보게 된 것이고 이제 우리 주위에도 더 많이 와서 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언제까지나 머물고 싶은 유혹을 떨치고 돌아서서 시내 쪽으로 최소한의 조명으로 좀 어두운 밤길을 따라오니 첨성대다.

 

 

 

첨성대 야경도 볼 만하다

밤의 서라벌에서는 낮의 시끄럽고 번잡한 역사를 잊게 된다. 천 년의 역사 속에 영욕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 속에 부침했던 역사에서 좋은 정치를 한 분들. 좋은 생각으로 백성들의 삶을 이끌어준 분들을 우리가 기억하고 기리게 된다.

 

 

 

 

천년 신라를 빛으로 돌아가 보는 그날 서울에서는 탄핵이니 특검이니 하는 정치집회와 공방으로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고 한다. 이곳에 수도가 있던 당시 서라벌도 왕권을 다투던 싸움이 잦았다고 하는데 세월 속에 그 정쟁은 먼지보다도 의미 없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그런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제 정치가 무엇인지 왜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동식 인문탐험가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